트럼프가 반드시 알아야 할 북한의 메시지

北 접촉 인사들, '무장해제 방식' 버리고 '단계적 접근법' 주문

미국 백악관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정상회담 회의론과 달리, 과거 북한 당국자들을 접촉했던 인사들이 한결같이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방침 철회를 주문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공동운영자인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 기고문을 통해 "북한은 비핵화의 대가로 대북 적대시 정책 중단과 단계적 보상 조치를 원한다"며 "트럼프 정부는 리비아 모델보다는 다단계적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말한 '다단계적 접근 방식'은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이 지난 15일 일본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착수금을 크게 내면 동시 보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부각됐다.

이는 북한의 대담한 비핵화 조치와 맞물려 동시적 보상을 해야 한다는 제안으로,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을 원칙으로 삼았던 트럼프 정부의 기존 입장에 비하면 크게 유연해진 태도다.

특히 위트 연구원은 '리비아 모델'을 주장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접근법은 협상을 실패로 이끌 것이며 손턴식 접근법이 장기적으로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위트 연구원은 지난 2013년 북미 당국자 회담 당시 북한이 내비친 속내를 들었다. 그는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선언했지만, 회담에 참석한 북한 당국자들은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이 같은 노선이 변경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 당국자들은 비핵화를 북미 양자회담이나 6자회담 의제로 올릴 수 있다면서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중단을 요구했다고 위트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는 북한을 주권 국가로 인정해 외교관계를 맺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대북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위트 연구원은 북한은 핵 프로그램 동결과 주요 핵시설 불능화, 최종적으로 핵시설 및 핵무기 폐기로 나아가는 '3단계 비핵화'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지만, 북한의 이 같은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위트 연구원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정부가 비핵화에 대한 내부 이견을 어떻게 해결하고 북한과 공통점을 찾아나가느냐가 한반도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낸 제임스 클래퍼도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에 제동을 걸며 "우리는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들을 무장해제하라는 요구를 잠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11월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방북해 고위급 인사들을 접촉했던 그는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우리는 평화협정에 서명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평양에 대표부를 둬야 한다"며 "수십 년 간 아바나에 유지해 온 쿠바 이익대표부를 모델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는 궁극적으로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병력을 감축하는 동안 한반도에서 우리의 많은 병력을 철수시키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길 희망한다"며 "북한 지도자들이 위협을 받지 않을 곳으로 이끈다면 우리는 대치의 정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을 공개적으로 칭찬한 적은 없었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로 한 결정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용기 있는 한 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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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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