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봄에 천둥(max thunder)이 내리쳤다

[정욱식 칼럼] 北 비핵화 요구하면서 핵폭격기 B-52가 웬말?

'최대의 천둥(max thunder)'이 완연한 봄으로 갈 것 같았던 한반도에 내리쳤다. 한미 양국은 5월 11월부터 연합공군훈련인 '맥스 선더'에 돌입했다. F-22 스텔스 전투기 8대, F-15K 전투기 등 100여 대의 공군 전력이 참가하는 훈련이다.

이 훈련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북한도 양해한 것처럼 보였다. 15일 오전 9시께 판문점을 통해 남북고위급 회담을 16일로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제안한지 15시간 만에 갑자기 취소를 통보해왔다. '맥스 선더'를 문제 삼고선 말이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선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남북한의 '엇박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초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 남측 특사단의 방북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연기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문제와 관련해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맥스 선더를 빌미로 남북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군사 훈련에 대한 입장이 '확' 바뀐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대목들이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은 남측 특사단에게 "한반도 정세가 안정기로 진입하면 한미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리고 평창 대회 직후에 실시된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에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투입되지 않았다. 그런데 맥스 선더에는 미국의 스텔스 전략기의 핵심인 F-22가 8대나 투입되었고, 괌에서 출격하는 전략폭격기인 B-52의 투입도 거론되고 있었다.

한미 양국은 "B-52를 전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북한의 남북회담 연기 통보 직후 였다.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온 미국의 전략자산 투입이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에는 없었다가 정작 판문점 선언 이후에 실시된 맥스 선더에는 어른 것이다.

이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해석상의 엇박자로도 이어진다. 이 선언에는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적대 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다"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이를 근거로 북한은 "남조선당국과 미국은 력사적인 4.27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규모의 련합공중훈련을" 벌려놓았다고 반발했다.

반면 한미 양국은 맥스 선더는 연례적인 방어 훈련이고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및 군사적 긴장완화는 판문점 선언 이후 다양한 회담을 통해 다뤄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또한 북한은 그동안 참아왔던 얘기들을 회담장에서 말하는 것보다 회담 취소를 통해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략자산까지 투입된 맥스 선더 기간 중에 고위급 회담을 여는 것은 이 훈련을 양해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여기고는 회담 취소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남조선당국이 우리의 주동적이며 아량있는 노력과 조치에 의해 마련된 북남 관계개선과 조미대화국면이 이번 전쟁연습과 같은 불장난소동을 때도 시도 없이 벌려놓아도 된다는 면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며 "미국과 남조선당국의 차후 태도를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이번 논란은 향후 비핵화 협상의 여러 풍향계 가운데 하나를 선보인 것이기도 하다. 한미 양국은 북한에겐 CVID와 PVID 등 여러 수식어를 붙이면서 비핵화를 요구하면서도 북한이 주창해온 "조선반도의 전체 비핵화"에는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즉, 미국의 전략자산 문제는 논외로 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통보를 통해 미국의 전략자산 문제 해결 없는 비핵화는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북고위급 회담 연기를 통보한 것은 분명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를 두고 '남북관계 속도 조절론'이나 '중국의 조언설' 등 여러 가지 추측성 주장도 쏟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에 앞서 '한미동맹의 일방주의'도 성찰해봐야 한다. 남북한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향한 새로운 시작"을 선포한 것과 "연례적인 군사훈련"이라는 관성이 과연 어울리는 짝인지도 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과도기적으로는 '전략 자산 없는 한미군사훈련'과 중장기적인 목표로 '전략 자산 없는 주한미군'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