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은 어떻게 판문점 선언을 낳았나?

[송기호의 인권 경제] 개성공단 법제 발전 평가와 재가동

박근혜 정권의 2016년 개성공단 폐쇄는 불법이었다. 당시 밝혔던 나의 견해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박 정권은 '남북협력교류법'에서 정한 "남북교류협력사업 승인 취소"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 박 정권 시기 통일부가 말했던 북한 근로자 임금의 핵 개발 전용은 여태 그 구체적 근거가 없다. (☞관련 기사 :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법치주의 위반이다")

박 정권의 개성 공단 폐쇄는 단순히 공장 문을 닫은 것이 아니다. 개성공단에서 진행한 북한 법제 발전 프로젝트의 중단이라는 커다란 손실을 의미했다.

북한 법제 발전에서 개성공단 12년의 의미는 매우 컸고 결정적이었다. 개성공단 12년은 분단 이후 남과 북의 시민들이 서로 어울려 노동하고 생활한 최초의 공간이었다. 법치주의 관점에서 보면, 개성공단은 새로운 도시 국가 법제의 탄생이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2002년에 '개성공업지구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2006년까지 '개성공업지구 부동산 규정', '기업창설 운영 규정', '회계 규정'을 비롯한 16개의 규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1년 말까지 '세금 규정 시행세칙' '광고규정 시행세칙', '환경보호규정 시행세칙' 등 16개 시행 세칙을 만들었다. 이어 '부동산등록준칙', '토지계획 및 이용에 관한 준칙', '회계검증준칙' 등 모두 50개의 준칙을 만들었다.

겉으로만 보면, 북한은 북한 지역에서 자신이 만든 법령을 적용했다. 그러나 그 실질을 보면, 북한은 12년간, 남한의 도움으로 남의 시장 경제 법제를 도입하여 운용했다. 남한의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과 변호사가 개성에 상주하여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북은 시장 경제 법제 운용의 기초를 거의 대부분 학습했다. 그리고 '법'-'규정'-'시행세칙'-'사업준칙'으로 이어지는 입법에서 남한의 시장 경제 법제를 압축적으로 수용했다. 이를테면 '부동산 집행 준칙'은 남한의 경매 제도를 압축적으로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이러한 귀중한 경험은 북한 법제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북한은 개성공단 법제화 12년을 통해 시장 경제 발전에 법제 발전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직접 인식했다. 그리고 학습과 경험을 개성공단 너머 북한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2013년 '라선경제무역지대법'에서 적법절차와 시장원리 준수를 명시했다. 그리고 행정 소송 제도를 처음으로 규정했다. 2012년 가족단위 농가가 사실상 단독으로 농장을 경영하는 '포전담당제'를 실제로 도입해서 뿌리내리게 했다. 그리고 '법제정법'을 만들어, 법을 반드시 공포하도록 했고, 규정과 세칙은 등록하도록 했다.


남과 북이 함께 진행한 개성공단 법제화 프로젝트가 갖는 더 큰 의미는 북이 '장마당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법제 능력을 갖추게 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새로운 경제 실력자인 '돈주'에게 기업소 신설이나 분리를 통하여 투자의 길을 열어 준 '기업소법'을 만들 수 있던 것도 개성 공단의 경험이 컸다.

법제 발전을 통해 장마당 경제가 더욱 발전하면서 북한식 시장 경제 발전을 요구하는 북한 내부의 큰 물줄기가 자리 잡았다. 장마당 시대에 자유롭게 돈을 벌며 살게 해 달라는 보편적 요구가 확산되었다. 판문점 선언은 그 위에 서 있다.

그러므로 판문점 선언 이후, 개성공단 법제 발전 경험을 적극 살려, 북한의 법제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면 북한에는 아직 등기제도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

북한과의 경제교류협력이 늘어난다고 하여 저절로 북한의 발전이 오는 것은 아니다. 북한과의 경제 협력 교류는 언제나 북한 법치 발전 계획과 함께 가야 한다. 나는 이를 '북한법제발전론'이라고 불러 왔다.

햇볕정책은 진화해야 한다. 북한 내부의 법치 발전 요구에 터 잡아 북한의 단계적이고 자발적인 법제 발전에 협력하는 큰 구상이 절실하다. 그래서 개성공단의 경험과 앞으로의 2단계 사업 성공이 더욱 귀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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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도 먼 자유무역협정을 풀이하는 일에 아직 지치지 않았습니다. 경제에는 경제 논리가 작동하니까 인권은 경제의 출입구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 넘고 싶습니다. 남의 인권 경제가 북과 교류 협력하는 국제 통상 규범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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