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미국 땅에 외국 기지가 있다면 미국인인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지, 중국이나 러시아, 이란이 지금 미국 국경 근처 어딘가에 기지 하나라도 짓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생각해보는 이도 드물다."
에콰도르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Rafael Correa)는 2009년 자국에 있는 한 미군 기지의 부지 임대 갱신을 거부하면서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마이애미에 우리 기지를 세울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에콰도르군 기지를요." 코레아는 이렇게 꼬집었다. "한 국가의 땅에 외국 군인들을 두는 게 아무 문제가 없다면, 분명 미국도 자기 땅에 에콰도르군 기지를 세우게 할 겁니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 프랜차이즈를 갖춘 거대한 기지망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땅에는 독립된 외국 기지가 하나도 없는 데 비해, 70여 외국에는 현재 약 800개의 미군 기지가 있으며, 수십만 명의 병력이 주둔 중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70여 년이 지난 현재 독일에 174개, 일본에 113개, 한국에 83개의 미군 기지가 존재한다. 독일과 일본은 전범 국가다. 패전국가다. 그렇다면, 한국은.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서재정 교수는 저서 <한미동맹은 영구화하는가>(이종삼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미동맹의 지독한 예외성을 강조한다. 첫째, 군사동맹 중에서 반세기 이상 지속된 장기적 동맹이라는 점. 둘째, 동맹국의 군대가 상시 주둔하고 있다는 점. 패전국이 아닌 국가에 외국군 수만 명이 50년 넘게 주둔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셋째, 주한미군이 한국군의 작전지휘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어느 학자는 이를 두고 "경이로운 주권의 양도"라고 표현했다.
넷째, 이상과 같은 모든 예외적 현실들이 한미관계에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 그래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반미'로 낙인찍힌다. 다섯째,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하려고 해도 한국 정부가 반대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국이야말로 미국 입장에서는 최고의 <기지 국가>(데이비드 바인 지음, 유강은 옮김, 갈마바람 펴냄)다. 더구나 "평택 미군 기지 확장 사업은 파나마 운하 건설 이후 미 육군의 최대 군사 사업"(2010. 미 8군 사령관 조지프 필)이었으니까 말이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조언했다. "궁극적으로 저는 한국인들이 자국 땅의 모든 외국 군대의 주둔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마땅하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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