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어이없는 삼성 반도체 '살인물질 숨기기'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작업환경측정보고서 비공개 판정, 왜?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일부 내용이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한다고 지난 17일 판정했다. 이에 따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연기해 달라는 삼성전자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보고서엔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공정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최소 수십 명이 죽고, 최소 수백 명이 병마에 시달리는 원인을 밝힐 실마리가 담겨 있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죽고 병드는 원인을 파악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보고서를 공개하려 했다가, 정부 다른 부처 관료들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앞으로 1~2개월 뒤 삼성전자가 낸 행정심판이 끝날 때까지는 일단 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다.

노동자를 죽고 병들게 만들었다고 추정되는 '살인' 공정과 '살인' 물질에 관한 기업 정보가 우리 사회의 관련 전문가들에게 공개되지 못하면, '기업 살인'에 연루된 기업과 정부 책임자들과 범죄자들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그런데도 산자부는 이런 노동자 살인 행위에 동참하겠다고 한다.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존중하는 정상적인 정부 부처라면 숨길 게 아니라 공개해야 한다. 산자부는 그러나, 노동자 생명권을 해코지하려는 것 같다. 산자부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지난달 실업률이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는다. 청년 실업 등 고용 현실이 최악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산자부가 견지해온 반노동 노선과 부실한 정책이 주요 원인이다. 질 낮은 청년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의 확산, 가정 경제 파괴로 인한 자살자 속출, 조선산업 부실화, 금호타이어 매각, GM코리아 위기 등에 산자부 관료들의 게으름과 무능력이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모두가 산자부가 관련된 정책이다.

산자부는 자신들 정책 탓으로 고용이 악화되고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위협받는데도 단 한 번도 제대로 반성한 적이 없다. 급기야는 큰 논란을 낳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살인 물질이 무엇인지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것마저 막고 나섰다. 정부까지 나서 노동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흔들면 누가 신나서 일하겠나.

노동부도 이 사태에 떳떳하지 못하다. 노동부는 산자부 등 경제 부처들의 폭주가 계속돼, 노동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데도 그간 눈치만 보고 있었다.

반도체 제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런 상식이 안 통하는 게 정부 내 기득권층 지키기에 바쁜 산자부 관료들이다.
사족.
이 글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일부 내용이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결정을 두둔하면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에 대해서는 눈꼽만치도 배려하지 않은 4월 18일자 <조선일보> 인터넷판 사설의 형식과 표현을 그대로 빌려 쓴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원문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일보 4월 18일 사설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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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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