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부정선거"…권은희 '안철수는 甲철수' 네거티브 문건 재조명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17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금 온 나라를 발칵 뒤집은 정권 실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여론조작 개입 사건을 '19대 대선 불법 여론조작 게이트'로 규정한다"며 "이는 명백한 '부정선거' 행위이자, 국기문란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예비후보는 "특히 불법과 탈법을 총동원한 여론조작 행위를 '순수한 시민의 정치 참여'라고 주장하는 김 의원의 해명은 국민의 공분을 자초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고용한 브로커(드루킹)에 약점을 잡혀,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이 무마에 쩔쩔매는 모습이 드러났는데도 '윗선에는 보고되지 않았다'는 말은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한심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안 예비후보는 "국회는 즉각 특별검사를 임명해 '19대 대선 불법 여론조작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이를 위해 모든 야당은 한목소리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안 예비후보의 특검 요구 주장은, 전날 바른미래당 의원총회 결의사항인 "특검은 검찰의 수사 미진시 추진한다"는 내용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그는 이어 "국회는 국정조사와 특별청문회를 개최해 국민적 의혹에 답해야 한다"며 "특별청문회를 통해 드루킹이란 인물이 자신의 목소리로 사건의 경위를 밝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서도 "특검과 국정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안 예비후보는 6.13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으나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들에 큰 격차로 뒤지고 있고,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에게도 뒤쳐지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특히 그가 "(댓글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모든 야당은 한목소리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이번 사건 대응을 고리로 야권 간의 연대를 촉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바른미래당 '댓글조작 대응 TF' 팀장을 맡은 권은희 의원은 안 대표와 함께 연 이 회견에서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 전략본부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던 네거티브 문건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캠프 '안철수는 갑철수' 네거티브 지시)
권 의원은 해당 문건을 들어 보이며 "민주당 문재인 캠프가 경쟁 후보였던 안철수 후보에 대해 '갑질', '부패' 프레임을 강화하고 '안철수, 깨끗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갑철수' 등 상세하게 설명(지시)한 내용"이라며 "2017년 대선과 그 이전부터 온라인에서는 안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과 모욕 메시지가 많이 떠돌고 있었고, 그 작성자 중 하나인 '드루킹'이 '느릅나무 출판사'라는 유사 선거기관까지 운영하는 방법으로 불법 여론조작까지 했다. 이 기획과 불법 여론조작 실행이 하나로 연결된 것이 이번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드루킹'과 김경수 의원의 문자 메시지를 보면, 김 의원이 드루킹의 활동을 알고 있었음을 넘어 활동 상황을 상세하게 하나하나 보고받았다"며 "활동에 따른 대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인사청탁까지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은 김 의원과 청와대의 행태는 기획과 실행의 깊은 연관성을 의심케 한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서 19대 대선 과정 일어났던 불법 여론조작, 헌법 훼손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안 예비후보가 "대선 불법 여론조작", "부정선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나 권 의원이 민주당 네거티브 문건의 존재를 재조명한 것은, 안 예비후보가 대선 '불법 여론조작'의 피해자이며 문 대통령과 맞서는 야권 지도자라는 면모를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승민·박주선에 채이배까지 총공세…왜?
바른미래당에서는 안 예비후보 외에도 지도부 인사들이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댓글 공작 사건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한심한 작태를 보면서 경고한다. 검찰과 경찰이 권력의 눈치를 안 보고 철저히 수사하는 것이 본인들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공동대표는 이번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권의 말로가 보인다. 개미구멍에 둑이 무너지듯 문재인 정권의 몰락은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하면서 "문재인 정권은 그토록 적폐라고 욕하던 박근혜 정권과 같다. 지난 정권을 적폐 정권이라고 욕할 자격이 없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데칼코마니이고, 친문은 친박의 데칼코마니"라고까지 했다.
박주선 공동대표도 "댓글 공작에 대처하는 청와대·검찰·경찰·더불어민주당의 작태를 보면서 참 딱하고 안타깝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작태"라고 비난했다. 박 공동대표는 "민주당은 스스로 '일부 당원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하는데, 뭐가 무서워서 개인적 일탈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철저히 수사하라'는 야당과 언론 요구를 '정치 공세'라며 궤변을 늘어놓는지 알 수 없다"며 "민주당이 '특검을 빨리 하자, 국정조사도 하자, 김경수 빨리 검찰 나가라'고 해야 국민들이 '민주당이 숨길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의 개입 정도와 배후를 밝히기 위해서 즉시 김 의원을 소환 수사해야한다. 만일 검찰이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해 대충 덮으려 한다면 바른미래당은 특검을 통해 이번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날 원내 지도부와 함께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의원총회장에서는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채이배 의원까지 나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통해서 민주당원이 대선 기간 중 유령 사무실을 차려놓고 상습적으로 댓글 공작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문재인 정부 또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루어진 구태와 적폐의 연장선상에 세워졌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하는 등 바른미래당은 이번 사건에 당력을 총집중하고 있다.
채 수석부의장은 "네이버는 청와대 윤영찬 홍보수석이 부사장으로 있었던 기업"이라며 "지난 대선 당시에도 문재인 후보에 유리하도록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조작하는 등 많은 면에서 도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문재인 캠프 조한기 SNS 지원단장이 SNS 불법 선거운동으로 유죄를 받았는데, 언론에 의하면 당시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이 SNS 총괄본부장으로 있었고 조 단장은 그 밑에서 일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볼 때 윤영찬 수석이 청와대에 있으면서 네이버에 계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비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2월 13일 출범 이후 계속 지지율 침체를 겪고 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통해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제1야당으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고, 지방선거가 2개월 안쪽으로 다가왔지만 이런 상태는 여전하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바른미래당은 창당 이후 줄곧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2~3월에는 한국당과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2월 4주, 한국 11%-바른미래 8%)이었으나, 최근에는 격차가 2배 가까이 벌어지고 있다. (3월 3주, 한국 14%-바른미래 7%. 4월 2주, 한국 12%-바른미래 6%)
게다가 최근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와대에서 1대1 영수회담을 하면서 '야당 교체'는커녕 한국당에 이은 제2야당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일고 있다. 유승민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지난주 문 대통령과 홍 대표가 청와대에서 서로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적대적 공생관계'가 바로 저런 것이구나 하고 절감했다.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건전한 정치 세력은 우리 바른미래당밖에 없다는 각오로 철저히 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주선 공동대표도 영수회담 다음날인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어 "문 대통령 주연, 홍 대표 조연 정치쇼는 정치 불신과 협치의 파괴를 가져왔다"며 "위와 같은 '야합 회동'이 문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남북정상회담과 안보를 위해 만난다면 투명하게 모든 여야 대표와 함께 만나야지 왜 몰래 홍 대표만 만나야 했는가"라며 "기득권 유지를 위한 야합, 국민을 기만하는 적대적 공생 야합 술수인가? 이번 야합 회동은 정치 발전을 위해 묵과할 수 없는 비정상적 행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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