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도 산재 인정받고 싶다

[복지국가SOCIETY]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의 의미

노동부의 산업재해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245만7000여 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1843만여 명의 노동자 중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총 9만656명이다. 1777명의 사망, 8만1548명의 부상, 7068명의 업무상 질병 요양자를 합친 숫자이다. 이는 토요일, 일요일, 명절도 없이 꼬박꼬박 하루에 5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죽고, 223명의 노동자가 다치며, 19명이 직업병 또는 작업 관련성 질병에 걸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매일 5명에 가까운 산업재해 사망률 수치는 2007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를 차지해 일본의 3배, 영국의 14배 수준이었다. 2012년에는 산재 사망률이 1위로 올라서서 OECD 국가 평균 사망률의 3배에 이른다.

산업재해는 다른 의미로도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온다.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매년 증가하여 2016년에는 총 21조 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5%에 이른다.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손실일수 역시 2016년에 발생한 노사 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의 23배로 집계되고 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오늘 교통사고로 몇 명이 죽고 몇 명이 다쳤는지를 보여주는 도로 전광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매일 산업 현장에서 이렇게 많은 수의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거나 질병에 걸린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노사분규가 발생할 때마다 뉴스에는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크고 국가 경제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를 연일 떠들어대지만, 이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게 우리나라의 노동 인권 현실이다.

게다가 현재의 산업재해 조사 자료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사업체에서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은 모두 제외된 숫자다. 게다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가입되어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회사와 '공상' 처리에 합의한 경우에는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노동자의 산업재해 현황은 보고된 숫자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연합뉴스

한편 2016년의 재해 현황을 천인율로 계산하면 노동자 천 명당 4.9명이 재해를 입었다. 이는 1973년의 50.89에서 지난 45년간 매년 가파르게 감소한 수치이다. 이것은 특히 1987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설립되면서 노동자의 재해를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1981년에 처음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안전보건의 기본 틀이 잡혀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의 취지와 주요 내용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9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제안 이유에서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모든 사람이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법의 보호 대상을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넓히고 발주자·도급인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책임 주체를 확대하며, 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을 상향하고 제재 수단을 다양화하여 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의 확립과 그 유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라는 취지를 고려하면 바람직한 방향이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중대 산업재해 예방 대책을 법률 속에 포함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예를 들면, 위험 수준별로 도급의 금지, 승인 등 도급제한 제도를 구축하고, 위험 상황 발생 시에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 대피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개정의 주요 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은 위험에 노출되는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법의 보호 대상을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신용카드 모집인, 대리운전자, 택배기사 등), 배달 종사자, 고객 응대 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건강장해 예방 조치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했다. 지금까지 법의 보호 밖에 있었던 1인 사업주이자 노동자인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들이나 이륜자동차를 이용해 배달을 하는 노동자, 고객의 폭언과 폭행 및 괴롭힘 등에 노출되어 있는 고객 응대 근로자들이 이번 법률의 개정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작업 중지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노력도 포함되었다. 노동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고, 이에 대해 사업주가 해고 등의 불리한 처우를 못하도록 했다. 회사 대표이사의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책임을 강화하고,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신설했으며, 물질안전 보건 자료의 작성 및 제출 의무를 '화학물질 제조·수입자'로 변경했다.

산재법 개정, 복지국가로 가는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

세계 최고 수준의 근로시간, 세계 최고 수준의 산재사고 사망률 등의 불명예를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이번 법률 개정의 중요한 관점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었다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으로 산업재해가 단숨에 줄어들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정 운영의 최우선 가치'라고 강조하며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2022년까지 자살, 교통사고, 산업재해 각각을 50%로 감축한다는 내용)'를 선포한 상황에서 이번 법률 개정이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가는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윤정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입니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깨어있는 사람들의 나라, 행복국가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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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사회·경제 민주화를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2007년 출범한 사단법인이자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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