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개헌안, 거대양당 무더기 당선 '표심 왜곡' 없앤다

4년 연임제·선거의 비례성 도입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발의할 방침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또 헌법에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명시하고, 선거 연령을 18세로 내리는 내용도 문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담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 형태와 선거 제도 개편안을 포괄한 개헌안을 발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먼저 정부 형태에 대해 "국민이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원하는가?, 국민이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에 주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가?"라는 두 가지 물음을 제시하며 "대통령제는 국민의 뜻"이라고 못 박았다.

국회가 국무총리를 선출하는 논의를 하는 데 대해서도 청와대는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일축했다. 청와대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정당을 달리할 경우 이중 권력 상태가 계속되어 국정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4년 연임제가 국민의 뜻…대신 대통령 권한 일부 축소"

문재인 대통령은 '4년 연임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조국 수석은 "1987년 개헌 당시 5년 단임제를 채택한 것은 장기간 군사독재의 경험 때문이었다"면서 "이제는 책임 정치를 구현하고 안정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4년 연임제'를 도입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날짜를 오는 2022년 3월로 맞추고, 대통령 임기 4년 한가운데에 국회의원 선거를 배치함으로써 총선이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중간 평가'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려면 6월 지방선거에 반드시 개헌 투표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뜻이다.

ⓒ청와대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하는 대신, 대통령의 권한은 축소시켜 국회가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의 '국가 원수'로서의 지위는 삭제했다. 또 대통령이 자의적인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특별사면권을 행사할 때 '사면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또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호선하는 것으로 개정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축소했다. 국무총리의 권한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했다.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은 독립기관으로 뒀다.

국회의 권한은 일부 강화했다.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예산 법률주의'를 도입했다. 국회 동의 대상 조약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대통령의 조약 체결, 비준권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했다.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도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형식적이나마 새 요건을 도입했다. 다만, 이는 정부의 법안 제출권을 원천 배제해야 한다는 일부 학자들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
선거의 비례성 원칙과 선거연령 18세 인하 헌법에 못 박아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헌법에 명시한다는 내용은 정치 개혁의 핵심으로 꼽힌다. 헌법에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되어야 한다"는 문구를 넣기로 했다.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도입한 이유는 현행 소선거구 단순다수 대표제가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의 불일치를 가져와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한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조국 수석은 "20대 총선의 경우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합산 득표율은 65% 정도였지만, 두 당의 의석 점유율은 80%가 넘었다.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합산득표율은 28% 정도였지만, 두 당의 의석 점유율은 15%가 채 되지 않았다"고 예시했다.

헌법에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도입하면, 국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다당제가 유지되기 쉬운 구조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망국적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 계열 인사가 진출하기 쉬워지고, 호남 지역에서 다른 야당 인사가 당선하기가 쉬워진다.

시민사회에서 요구해온 '선거 연령 18세 인하'를 헌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E)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만 18세 혹은 그보다 낮은 연령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선거 연령을 18세로 헌법에 못 박으면 다시 19세로 올릴 수 없다는 뜻일 뿐, 예를 들어 교육감 선거 연령은 17세나 16세로 낮추는 등 연령을 더 하향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라고 청와대는 덧붙였다.

조국 수석은 이번 개헌안 발표 내용에 대해 "촛불시민 혁명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담을 수 있는 '국민 개헌'으로 국민에게 화답해야 한다"며 "새로운 헌법의 내용은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사흘에 걸친 헌법개정안 설명은 끝이 났다. 청와대는 이날 각 정당 지도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개헌안을 보고하고, 개헌안 전문을 공개할 방침이다. 그 전까지 국회가 새 개헌안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6일 개헌안을 최종 발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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