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간 홍준표, 제1야당 대표 수준 드러냈다

유승민 방북 성과 일부 긍정, 홍준표 홀로 "실패" 주장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방북 특사단의 성과를 설명하며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참석 대상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민주평화당 조배숙, 정의당 이정미 대표였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회동에 홍준표 대표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만큼 여야 간 입장이 달라도 국가적 문제를 놓고 진지한 논의가 기대됐다.

청와대 및 각 당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문 대통령과 정의용 안보실장(대북 수석특사) 등 청와대 참모들은 특사단의 방북 성과를 설명하며 각 정당의 협조를 구했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설명에 대해 민주·평화·정의당은 대체로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고, 바른미래당에서도 여전히 이견이 크지만 일부 오해는 풀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당만은 "4월말 남북정상회담은 지방선거용", "핵 폐기론이 없는 실패한 합의"라며 끝장 공세를 폈다.

文대통령 "최종 목표는 북핵 폐기, 핵 동결은 현실적 목표"


안보 이슈에 대해 보수적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북한 비핵화의 방법론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홍 대표는 "핵 동결이나 미사일 실험 잠정 중단(모라토리엄)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고 했고, 유 대표도 비슷한 취지의 지적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핵 동결이나 미사일 모라토리엄이 최종적 목표는 아니라며 "우리의 궁극적(일부 참석자에 따르면 '최종적') 목표는 분명히 핵 폐기이고 비핵화다. 확산 방지나 동결이 종국적 목적은 아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을 용인하지 못한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핵 폐기는 최종 목표이고 (당장의) 현실적 목표는 아닐 수 있다. 비핵화 로드맵을 거쳐 핵 폐기에 도달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거에 비핵화를 완성하는 모델인) 페리 프로세스나 9.19 공동성명은 실패한 모델이다. 그 (실패) 이후에 북핵이 고도화됐기 때문에 앞으로 검증을 거치며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한미 간 집중 논의가 필요하다"며 "그래서 입구는 핵 동결, 출구는 비핵화라는 막연한 방법론을 대통령으로서 제시한 것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보다 구체적 협의"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특사를 통해) 보낸 메시지 안에 비핵화에 대한 중대 제안이나 '단계론'을 담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다만 유 대표가 "평소에 대통령께서 핵 동결과 궁극적 비핵화(를 구분하는) '단계론'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고 추가 질문을 한 데 대해서는 "국제 사회에 제안을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7일 청와대 본관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청와대

文 "정상회담 전 북미대화 이뤄져야…국제사회 합의없이 제재 완화 없어"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대화의 상호 연계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에서 많은 합의를 할 수 있지 않다"며 "국제 제재 속에서 해야 하고,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한미 간 합의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상회담 전에 북미 대화가 이뤄져야 남북정상회담에서 더 많은 성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전 북미 대화가 우선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내외적 기대에 대해 "예방주사를 겸해서 말씀드린다"며 "현재는 비핵화든 북미 대화든 확보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북미 간) 탐색적 대화의 조건은 된다고 보지만 너무 앞서가지 말라.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다"라고도 했다.

북미 대화와 관련, 유승민 대표가 "대북 특사가 미국의 입장을 정확히 북한에 전달했느냐"고 묻자 정의용 실장은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답했다. 다만 유 대표가 "트럼프에게 전달할 김정은의 메시지는 뭐냐"고 물은 데 대해 정 실장은 "그것은 비공개라 이야기할 수 없다. 다만 한미 공조를 확실히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쓴 메시지가 한미 간의 대화 노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남북 간 합의에 이른바 '이면합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정의용 실장이 나서 "따로 약속한 게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답하고 문 대통령도 이를 확인했다고 한다.

홍 대표와 유 대표가 "언론 발표문 6개항은 모두 북한이 얘기하는 대로 한 것은 아니냐"고 하자 정 실장은 "지난 1월부터 남북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 같이 만든 것이지, 북한이 일방적으로 던진 것을 받아쓰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문 대통령도 같은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국외에서 따로 비밀 접촉은 없었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홍 대표가 "대북 접촉을 언제 시작한 것이냐"고 묻자 정 실장은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 후 북한에서 먼저 의사 표명이 있어서 접촉을 했다"고 답했으나, 문 대통령은 후에 "(지난해) 베를린 선언도 있기 때문에 시작이 언제라고 볼 수 없다"고 정정했다고 신용현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은 "누가 먼저 (정상회담을) 제안했는지는, 베를린 선언부터 시작하면 우리가 제안한 셈이고 신년사를 생각하자면 북한 측에서도 호응을 했다 할 수 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관련 문 대통령의 언급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튼튼한 제재가 있는 가운데 북미 간, 남북 간 대화를 하겠다"며 "다만 국제적 합의가 있을 때는 제재 완화가 가능하지만, 지금은 그런 의사도 없고 불가능하다. 한미 간 일치된 입장은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점, 대화의 시작만으로는 '보상'이 없다는 점, 다른 선물을 주거나 군사훈련 축소, 제재 완화는 없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유승민 대표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면서 제재와 압박 전략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확실히 그렇게 하겠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는 우리가 임의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있기 때문에 제재와 압박은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평창올림픽에서도 (북한 대표단의) 교통수단 등 모든 것 하나하나를 유엔에서 제재 제외를 받는 노력을 했다. 지금부터의 남북대화 중에도 국제 공조가 없이, 남북대화가 있다는 것만으로 제재와 압박에 대한 이완은 있을 수 없다. 이런 것이 과거 9.19 합의 등과 기본 구도에서 다른 점이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홍준표·유승민 '이면합의', '비밀 접촉' 묻기도…文 "없었다"

회동 내내 홍준표 대표는 시종일관 "위장 공세에 속을 수 있다"는 등 갖가지 주장을 들어 남북 대화의 성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의 주장을 정의용 실장이 일일이 반박하자, 문 대통령이 "의견을 제시하시는 것이니 그렇게 답변할 필요 없다. 들으라"고 자제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사람들이 (4월 남북정상회담을) 지방선거용이라고 의심한다"고 했고, 정 실장은 "오히려 지방선거와 간격을 두고 빨리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도 "우리는 6월에 가급적 지방선거로부터 간격을 두어서 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 제시를 했고, '4월말'은 서로 주고 받으면서 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홍 대표는 또 "2005년 9.19 공동성명보다 진전된 게 없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여러 번 속았다. 북한의 시간벌기에 이용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는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응수하고, 홍 대표가 "4월말 남북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정점일 시점인데 우려가 있다"고 한 데 대해 "군사 훈련을 해야 한다고 미리 (북에) 전달됐고 북한이 수용한 바 있다. 야당들 우려는 잘 알지만 잘 풀어나가겠다"고 답했다.

홍 대표는 조배숙 대표와 정의용 실장이 북미 간 실질적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오갈 수 있겠느냐는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중에도 끼어들어 "이게 또 속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탐색적 대화를 할 수 있는 통로는 연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 우려가 있지만 아주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차근차근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홍 대표가 이처럼 집요하게 '시간벌기용 대화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자 문 대통령이 거꾸로 홍 대표에게 "그러면 홍 대표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했고, 홍 대표는 "대통령께서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하냐"고만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다른 대화 중 홍 대표에게 "성급한 낙관도 금물이지만 '다 안 될 거야, 이것은 다 그냥 저쪽에 놀아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실 일도 아닐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는 지적도 했다.

홍 대표와 유 대표는 한편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의 해임을 건의하기도 했으나,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문 특보가 한미동맹을 해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 분은 자문역이지 상근이 아니다"라며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입장을 말하는 특보가 (임명)돼야 한다고 생각 안 한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또 유 대표가 김영철의 방한을 거부했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천안함을 생각하면 김영철이 온 것은 마음 아프지만, 이런 비극적인 일, 국가를 지키다 생긴 희생이 없게 하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다. 김영철의 구체적 책임이 확정된 것이 없는데 포괄적 책임만으로 거부하고 대화를 안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유승민 "일부 의구심 해소", 홍준표는?

청와대 회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주제가 안보 이슈로 거의 국한됐던 만큼 상대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시각이 비슷한 민주당·평화당·정의당보다 한국당·바른미래당의 평가가 관심을 받았다.

이날 회동에 대한 바른미래당의 총평은 "대화 속에서 일부 의구심이 해소된 측면이 있었지만 충분치 못했다"(유승민 대표)라는 것이었다. 유 대표는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제가 굉장히 우려하던 부분은 두 가지였다"며 "이 정부에서 한미 간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걱정을 했는데 대통령 말씀으로는 대화가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또 제재와 압박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답변을 들었다"고 일부 평가했다. 그는 다만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체제 안전 보장을 든 점 등은 "뚜렷한 이야기를 못 들었다"며 "나중에라도 얘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이른바 '북핵 폐기 단계론'에 대한 문 대통령의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유 대표는 "로드맵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대통령 머릿속에는 시간별로 달성해야 할 단계적 목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첫 단계는 핵 동결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최종 목표가 비핵화라는 것은 대통령도 인정했으니 그것은 비판할 게 없는데, 문제는 핵 동결이나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성과'로 볼 것이냐는 점에서 시각 차이가 있다. 저는 핵 동결이나 미사일 모라토리엄은 대화를 하기 위한 초기의 조건일 뿐 무슨 현실적 '목표'라는 말이 어울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현실적 목표'라는) 표현은 우리 생각과 다르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느꼈다"고 평했다.

반면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밝힌 비핵화 관련 임장에 대해 "사실상 핵 동결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를 시사한 것"이라며 "핵 동결로 비핵화 문제를 합의할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답변"(장제원 수석대변인)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미국 가서 물어보라"며 "그것(핵 동결)이 과정이 아니라 종착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와대 회동에 대한 홍 대표의 총평은 이랬다. "보여주기 정치쇼에 불과했다. 만족스러운 해답을 듣지 못했지만, 문재인 정권의 안보관, 북핵 문제 생각을 추론할 수 있는 자리였다." 홍 대표는 회동 후 여의도 당사로 돌아와 연 기자 간담회에서 "유독 다급하게 4월말로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잡은 것은 지방선거용"이라며 "북한으로서는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이기게 되면 친북정책 동력을 상실하게 되니 자기 파트너를 계속 격려해서 어떻게든 선거에 이기게 하려는 목적"이라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국민들이 이제 남북정상회담 쇼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에 남북정상회담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역풍이 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2005년 9.19 공동성명만도 못한 합의다. 그 때는 로드맵을 더 상세하게 정했지만 그것도 이행되지 않았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일부 기자들로부터 '9.19 공동성명 이행 불발은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금융제재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북한 편을 들려면 (그렇게) 물어보라"는 상식 밖의 말만 하고 답변은 하지 않았다.

평화당에서는 조 대표가 안보 관련 사안에도 여야 간 합의를 많이 해야 한다며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문 대통령은 "여야정협의체를 상설화하기로 했는데, 교섭단체 참여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국회에서는 교섭단체끼리 모이더라도 청와대에서는 오늘처럼 모두 부르는 것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정의당은 북한 관련 이슈보다는 개헌 문제를 다루는 데 상대적으로 더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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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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