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여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정세를 가를 최대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과 북한의 탐색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선제적 태도 변화를 촉구한 반면, 북한은 평창 올림픽 이후로 연기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재개 여부를 기준점으로 내세우며 맞대응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방송된 미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60 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우리가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이루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할 사람"이라고 칭하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그는 "핵무기로는 북한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며 외교적, 경제적으로 고립돼 더욱 은둔의 왕국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 첫 번째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기 위해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사용할 것"이라며 "내가 할 일은 첫 번째 폭탄을 떨어뜨릴 이유를 절대 찾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외교 수장으로서 내 역할은 우리가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이 알도록 하는 것"이라며 "현 시점에선 그들(북한)에게 할 말이 없어서 내가 많은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지만, 그들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알려오는지는 유심히 듣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만약 그들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진행 중인 압박 작전을 계속하고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틸러슨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에 대한 압박 정책을 지속하겠지만, 선제적인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경우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대북 메시지로 풀이된다.
공을 북한에 넘긴 셈이지만, 북한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언급하며 미국에 견제구를 던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9일 '정세를 격화시키는 전쟁광신자들의 도발 행위'라는 글에서 "(미국은) 공개적으로 올림픽 봉화가 꺼지는 즉시 '북남관계 해빙'도 끝내는 것이 저들의 목적이며,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가 끝나자마자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 군사 연습을 재개하겠다고 고아대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도 올해에 북남관계 개선의 활로가 열리고 조선반도에 평화적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는가 못 되는가 하는 것은 미국이 전쟁연습을 중지하는가 마는가에 달려있다고 하면서,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신문은 "우리의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잡소리를 줴쳐대며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 군사 연습을 강행하겠다는 케케묵은 주장은 절대로 통할 수 없다"면서 "북남관계 개선과 긴장완화의 분위기가 깨어지게 된다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평창 올림픽이 끝나는 3월 18일 이후 재개된다면 북미 대화를 위한 모멘텀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북한의 기싸움 속에 북미 대화 중재자 역할을 하게 된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가고 있다. 북미 대화가 불발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여건 조성'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문제에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속도조절론'을 편 배경도 북미 대화가 병행되지 않은 남북 관계 진전만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상황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 역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북미 간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 특사 파견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정부의 입장이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틸러슨 국무장관도 비핵화 협상 이전에도 북한의 진의를 탐색하기 위한 조건 없는 예비적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면서 "남북관계 복원과 북핵 문제 해결,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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