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경환 일당의 만행, 아킬레스건이 되다

[삶은경제] 제로금리 시대의 희생양

주식시장은 2월의 첫 월요일을 폭락으로 시작했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주요 정부들이 속속 고강도 규제에 나서며 폭락이 예고된 가상화폐 시장과 달리, 설 연휴를 일주일 여 앞두고 갑작스레 찾아온 주식시장의 폭락 충격은 남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등에 업고 연일 사상최고가를 갈아치우던 코스피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만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코스닥 시장도 지난달 10년 만에 전고점인 지수 900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뜨겁게 달아오르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 맞물려 사상최고치 기록한 '신용융자잔고'

특히 지난달 11일에는 정부까지 직접 나서 금융위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 계획을 내놓으며 바람몰이에 나선 덕분에 코스닥 지수가 조만간 1000선을 넘으리라는 전망이 더욱 힘을 얻었다. 당장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목적으로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서 얻어쓴 빚인 신용거래융자잔고가 10조2000억 원 규모를 넘어서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이제 바야흐로 가상화폐 '가즈아'의 대박공식이 코스닥 '가즈아'로 바뀐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러나, 정부까지 팔을 걷고 나서 부채질했던 장밋빛 자본시장 전망은 2월의 첫 월요일을 검게 물들인 미국증시의 대폭락 소식으로 한순간 퇴색했다. 언론이 블랙먼데이라고 묘사한 폭락장은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나흘 간격으로 반복해서 벌어졌다. 미국 증시의 폭락에 우리 증시가 동조한 이번 사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사실에 근거했다. 첫 번째는, 미국 노동부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1월 고용지표상 시간당 임금상승률이 최근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2.9%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 9일 오전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0.89포인트(2.53%) 하락한 2,346.73, 코스닥은 29.81포인트(3.46%) 하락한 832.13에 개장했다. 그간 꾸준히 오르던 한국 주식시장은 저금리 시대를 끝내겠다는 미국의 정책 변화 영향을 받았다. ⓒ연합뉴스

막 내리는 제로금리시대

노동자 임금이 오르고 실물경제 역시 성장 중이라는 신호로 해석해야 할 이 지표가 미국 증시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곧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됐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양적완화, 즉 제로금리로 달러를 풀어서 매꾸는 전략으로 수습한 미국은 금융위기 발생 5년 만인 2013년 5월 이미 버냉키 Fed 의장의 '테이퍼링(tapering: 점점 가늘어진다는 뜻)'이란 말로 상징되는 출구전략의 시작을 알리고, 금리 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을 꾸준히 진행했다.

그리고 다시 5년이 지난 올해, 드디어 낮은 실업률과 높은 임금상승률(물가상승)이라는 필립스 곡선 상 함수관계까지 확인하면서 이제 제로금리는 과거의 일임이 분명해졌다. 여기에 추가로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이 또 다른 사실로 얹어졌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새해 예산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시장에 트럼프 정부가 재정지출을 위한 재원 상당부분을 세금이 아닌 국채발행으로 조달한다는 신호가 됐다. 이른바 구축효과로 인한 금리인상이다. 결국 이 두가지 사실은 더 이상 싸게 빌릴 수 있는 돈이 없다는 뜻이 됐다.

바뀌는 금융시장의 질서, 비용은 누가?

싼 돈이 없다는 것, 이는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채권시장과 부동산시장 등 지난 10년간 온갖 영역에서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유지됐던 시장의 동력이 사라진다는 말이다. 설 연휴를 앞둔 주식시장의 폭락장세는 본질적으로는 미 증시에서 날아온 이같은 메시지에 대한 반응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금융시장의 질서가 바뀌는 변화에는 언제나 시장참여자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따른다. 비용부담의 고통은 항상 정보와 자본력이 상대적 열세에 있는 투자자들이 감당해 왔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비단 개미투자자들의 투자실패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1400조 원을 넘어선 우리 가계부채 문제와 직결된 금리문제라는 점, 그래서 그 피해자는 사실상 서민대중을 모두 포괄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2013년 Fed가 양적완화를 축소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초이노믹스라는 이름으로 LTV, DTI를 풀어 결과적으로 가계부채를 폭증시킨 박근혜-최경환 일당의 만행은 제로금리시대가 끝난 우리 경제 최대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그렇다면, 촛불혁명으로 바뀐 정부의 실력은 어떨까? 지난달 11일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방안'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저금리 기조 등으로 시중 단기유동자금이 지속 커지는 반면, 코스닥 시장으로 유입되는 규모는 기대 수준보다 미흡하다. 코스닥 시장 수익률이 부동산 시장을 상회했음에도 투자자의 관심과 참여는 부족하다.'

*사무금융노조는 시민의 삶, 그 자체가 경제라는 철학으로 팟캐스트 형식의 오디오 경제 콘텐츠를 제작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에서 다루는 내용은 사무금융노조의 팟캐스트 '삶은경제'에서 더 풍부한 내용으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삶은경제는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에서 모두 검색 가능합니다. (☞팟캐스트 삶은경제 바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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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현

풀뿌리신문 기자로 출발했지만 정의당에서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PD라는 명함을 얻었다. 짧은 국회보좌관 활동을 거친 뒤, 지금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서 일한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일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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