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펜스 부통령의 '평화 올림픽' 어깃장

5분 만에 리셉션 퇴장, 노골적인 '올림픽 정치화'

9일 열린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외교적 결례로 비칠만한 행동을 서슴없이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최로 강원도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을 사실상 보이콧했다.

리셉션을 주최한 문 대통령이 각국 대표단을 환영하는 사전 행사인 '리시빙' 행사가 끝날 때까지 펜스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후 5시 53분 리시빙 행사가 끝나고 문 대통령 내외가 10여 분간 화장실에 다녀온 뒤인 오후 6시 4분까지도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는 행사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문 대통령은 오후 6시로 예정된 리셉션 행사 시간을 더 늦출 수 없어 오후 6시 11분 리셉션장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이 리셉션에서 공식 환영사를 하는 동안에도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는 입장하지 않았다. 이때 두 사람은 별도의 공간에서 함께 대기하며 포토 세션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문 대통령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건배사가 끝나고 두 사람이 있는 방으로 찾아가 한미일 포토세션 행사를 가진 뒤에야 두 사람은 문 대통령과 함께 리셉션장에 공동 입장했다.

오후 6시 39분경 리셉션장에 입장한 뒤에도 펜스 부통령의 무례는 이어졌다. 그는 각국 정상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으나, 북한 대표단을 이끄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는 인사도 하지 않고 5분 만에 퇴장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아베 총리는 자리에 앉아 만찬을 함께 했다.

청와대 측은 리셉션 시작 뒤 "펜스 부통령 내외가 헤드테이블에 착석하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 내외를 포함한 참석자들은 만찬 중"이라고 이를 확인했다.

펜스 부통령의 행동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오늘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과 오후 6시 30분 저녁 약속이 되어 있었고 저희에게 사전 고지가 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윤 수석은 "그래서 테이블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며 "포토 세션에 참석한 뒤 바로 (현장에서) 빠질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께서 '친구들은 보고 가시라' 해서 리셉션장에 잠시 들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청와대가 공개한 헤드테이블 배치도에 펜스 부통령 내외의 좌석이 명시돼 있었고, 리셉션 현장에도 헤드테이블에 펜스 부통령 내외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의자 두 개가 비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청와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특히 빈 의자에는 펜스 부통령 자리를 의미하는 'United states of America'라고 적힌 명찰이, 다른 하나의 빈 의자에는 미국 부통령의 부인을 뜻하는 'Second lady of United states of America'라고 적힌 명찰이 올려져 있었다.

결국 "최고의 대북 압박"을 강조해 온 펜스 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북한을 향한 의도된 메시지로 보인다. 특히 리셉션을 계기로 북미 대표단의 조우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북한 측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나아가 '평창 외교'를 시발로 남북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어깃장으로 해석될만한 여지를 남겼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이날 낮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 폭정 피해자를 만나 영광이며 용기에 감사드린다"고 말하는 등 북한 인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부각시키며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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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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