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내몰린 10대 청소년은 왜 신고하지 못할까?

남인순 "성매매 피해 청소년을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구별 말아야"

"저는 18살 고등학생이고 휴학을 했어요. 2년 전에 랜덤채팅 어플을 깔아서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화를 하면 8만 원 준다고 해서 나갔더니 '(성매매인줄) 몰랐냐', '돈을 더 주겠다'고 했어요. 그 후에는 죄책감 때문에 정말 어플은 쳐다도 못 봤고 엄마 얼굴도 못 봤죠. 아빠와는 더 얘기를 못하겠는 거에요. '혹시 아빠도 나와 같은 학생과 만났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아예 엄마 아빠 얼굴 쳐다보지 못했어요. 여기 오게 된 계기는 7살 여동생이 있는데 여동생한테 좀 더 당당해지고 싶고, 여동생에게 스마트폰 생겨도 여동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싶어서 왔습니다."

8일 국회의원회관 제 3간담회실에서 고등학생의 떨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촉구를 위한 오프라인 정치행동이 열렸다. 아청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십대여성인권센터 그리고 공동행동을 위해 모인 여성 시민들 40여 명 등이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참석자들은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성매수남을 직접 만나 취재한 닷페이스의 '"교복 챙겨왔어?"라고 묻는 성매수자들을 만났다'를 함께 시청하고 여성가족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아청법 개정 촉구 서명서를 전달했다.




아청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이날 공동행동에 참석해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알선 청소년을 처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성매매 대상 청소년을 보호와 제한이라는 틀에 뒀는데 정작 검찰과 경찰과 법원을 거치면서 결정되는 보호 처분의 절차가 다른 범죄자들의 과정과 동일하다"라며 "성매수자는 피해자들의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악용해서 성매매를 강요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성매매 유입된 청소년들은 피해자로서 받아야 하는 당연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성매매 피해자 청소년을 구별하는 '대상 아동·청소년'이란 용어가 '피해 청소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은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청소년을 '대상 아동·청소년' 혹은 '피해 청소년'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분류된 청소년들은 실질적인 처벌로 인식되는 보호처분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피해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성매매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려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고, 성구매자나 알선자들이 이 점을 악용하여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미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 많은 국가에서 일정 연령 이하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매매는 해당 아동·청소년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성 구매자 또는 알선자를 처벌한다. 반면 성매매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처벌하지 않는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불법적이거나 심리적으로 유해한 성적 행위를 하라고 아동을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것' 을 '성적 학대와 착취' 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8월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과 청소년을 처벌대상이 아닌 성매매 범죄의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성매매 범죄의 상대방이 된 아동·청소년을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명명한 현행 규정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개정해 이들이 성매매 범죄의 피해자임을 분명히 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처분규정을 삭제하는 등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 의견서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역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기존 성매매 청소년들도 윤락여성이라는 범주에 포함되어 처벌과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됐던 것에서, 규율의 주안점이 '성을 파는 청소년'이 아니라 '성을 사는 구매자'에게 옮겨가야한다고 봤다.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개정촉구를 위한 오프라인 정치행동에 참석한 국회의원들과 시민들. ⓒ남인순의원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청소년들이 검거가 되면 분류심사원에 보내져 재판부가 이 친구들 성향을 본다. 쇠창살로 갇힌 공간에서 포승줄에 묶여 4~6주 머물게 된다"라며 "사실상 감옥과 바를 바 없지 않나, 성매매 당한 아이들이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10대 청소년들이 성매매 피해를 당하고도 혹은 과정 중에 폭행, 강간을 당해도 분류심사원에 들어가는 것을 걱정해서 신고에 어려움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행동에 참여한 한 고등학생은 공개발언을 통해 "성을 사고파는 게 그렇게 단순한지 알아보기 위해 랜덤채팅 어플을 깔아봤는데 어플은 다운받자마자 성인 남성들에게 대화가 계속 걸려왔다"며 "제가 나쁜 일에 휘말릴 것 같아서 5분도 안 돼서 어플을 지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플 하나로 성매매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다. 어떤 어른이 아이의 성을 돈을 주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하루빨리 청소년들 범죄로 만드는 보호처분 규정 없애고 본능 앞세워 아동 청소년 유인하는 어플을 규제해서 오롯이 청소년 보호받는 사회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십대여성인권센터 법률지원단 강정은 변호사를 인터뷰한 일문일답이다.


"핵심은 가해자다. 가해자의 범죄행위에 초점이 맞춰져야한다"


프레시안 : 현행 아청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강정은 : 성매매 범죄에 연루된 청소년을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하는 관점이 가장 문제다. 성매수 범죄 피해청소년들이 자발성이란 기준에 의해서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구별되고 소년재판을 받는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성매매는 성착취고 성매수 범죄에 연루된 청소년들은 피해자로 봐야한다는 것이 국제인권 규범이다. 인권위원회 상임위 결정도 그렇게 나왔다. 아청법의 입법취지도 초점을 맞추는 규율대상은 성매수 범죄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가해자 처벌에 초점 두고 법이 집행돼야 한다.

프레시안 : 청소년을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분류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강정은 : 10대 성매수 피해를 입은 청소년은 피해청소년 하나로 존재해야 한다. 법을 보면 청소년을 둘로 구분한다. 첫째는 성을 사는 행위의 상대방이 된 자가 대상청소년. 두번째로 성매매 행위를 권유하거나 유인하거나 피해를 당한 피해청소년. 구분 규정도 모호하고 이러한 구분자체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성을 사는 행위에 상대방이 된 자'라는 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10대 성매매 피해자 대리인으로 자문 역할도 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성폭력 '피해청소년'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다가 경찰의 판단에 의해서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정리하자면 수사기관은 어린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할 때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한다고 보기 어렵다.

프레시안 : '대상 아동·청소년'이 '피해청소년'이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강정은 : 소년재판을 받지 않는다.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분류되면 재활교육 받을 수 있지만 피해청소년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도 받지 못한다. 아청법 규정에 보면 대상 아동·청소년인 경우에 처벌되지 않는다고 나와있지만 바로 그 밑에 소년재판으로 회부하는 조항들이 있다. 모순적이다. 법무부에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정비하는 과정에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 지원에 관한 내용이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누군지 정의하는 내용이 빠져있다. 10대 성매매 범죄에선 피해청소년에 대한 관점 분명히 해야한다고 주장했는데 자발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성인이든 비성인이든 예전부터 성범죄에 덧씌어진 프레임이다.

프레시안 : 아청법이 개정되도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암암리에 그리고 쉽게 성매매가 이뤄지는 풍토는 바뀌기 어려울 것 같은데

강정은 : 랜덤채팅 어플레이션 규제되야 한다는 것은 현장단체가 하나의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이다. 어플리케이션이 아동청소년 성매매가 일어나는 창구활용되고 있는거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다. 정춘숙 의원실에서 그 부분 규제 하는 법안 발의한 상태다. 온라인 대화서비스 제공자가 성매매 관련 정보 발견했을 때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명시 돼있다.

프레시안 : 오늘 고등학생 참가자가 마지막으로 질문을 했다. 질문의 요지는 결국 그 사람이 왜 처벌을 안받느냐 였는데.

강정은 : 결론만 말하자면 처벌은 쉽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게 슬픈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아청법 개정과 같은 노력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 운영자들은 10대 성매매 알선 혹은 방조한다고 볼 수 있다. 아동복지법상 누구도 그렇게 해선 안 된다. 관련된 현행법을 걸어서 어플 운영자들을 고발한 적이 있는데 다 무혐의다. 수사관이 하는 이야기도 어떻게 해보고 싶지만 현행법상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청법 개정까지 왔다.

프레시안 : 성매매에 있어 '자발'과 '비자발' 나누는 것은 비단 청소년 문제 뿐만이 아니라 성폭행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각이 담겨있는 듯 하다.

강정은 : 자발과 비자발이라는 프레임이 자꾸 생기는것은 피해자의 행실을 가지고 그 사건을 판단하려는 관점에서 비롯한 문제다. 핵심은 가해자다. 가해자의 범죄행위에 초점이 맞춰져야한다. 잘못된 프레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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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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