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이재용 판결에 "자유 대한민국이 살아 있다"

"유전무죄" 비판 속 홍준표 "사법부는 살아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뇌물죄 재판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데 대해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은 모두 똑같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언급하며 법원 판결을 비판한 반면, 한국당·바른정당은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한국당은 "법원의 현명한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고까지 했다.

민주·국민·민평·정의 "유전무죄냐, 매우 안타깝다"

여당이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일 오후 박완주 수석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이라며 "법원 결정에 매우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다시 한 번 확인된 대한민국의 고질병,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끊어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신호탄이 되기를 온 국민은 기대한 바 있다"며 "그러나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로 인해 국민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적폐가 아직도 대한민국에 살아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또 다시 낼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김철근 대변인을 통해 "법원 판결은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판결을 많은 국민들이 이른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국민정서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받았던 뇌물죄의 많은 부분이 항소심에서는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인정받았는데, 한 마디로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아무 대가 없이 수십억 상당을 지불한 것이라는 판결 내용"이라며 "일반 국민의 법 감정으로서는 도저히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이번 판결이 앞으로 있을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15명의 지역구 의원을 확보해 창당을 앞두고 있는 민주평화당 역시 "사법부 판결을 존중한다. 그러나 오늘 판결은 적폐 청산,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민평당 창준위 장정숙 대변인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삼성의 묵시적·명시적 청탁을 지극히 엄격하게 해석해 감형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검찰은 국민 기대에 부응해 철저한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촉구헀다.

의석수 6석의 정의당은 추혜선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대한민국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판결"이라며 "법원은 국민들이 알고 있는 법전의 내용과 다른 법을 섬기는 모양이다"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정의당은 "이재용 한 사람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헌정이 짓밟혔고, 국민의 피땀어린 돈 수천억 원이 증발됐다"며 "올해 신년특사에는 생계 때문에 경미한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갇힌 이도 포함돼 있었다. 약자에게는 거리낌없이 실형을 선고하는 법원이 나라를 통째로 뒤흔든 파렴치하고 거대한 범죄행각에는 어찌 이리도 관대하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추 수석대변인은 법원 판결에 대해 "삼성이 정유라 승마지원을 한 것에 대해서는 대가성을 인정하지만, (이는) 이 부회장의 삼성 승계 작업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라며 "1심에서 인정됐던 혐의들 대부분을 부정하며 정경유착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 역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언급하면서 법원이 "'이재용 구조대'를 자처하며 법 상식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아가 "박근혜·최순실·이재용 3인이 뇌물을 주고받았지만 이재용 한 사람만은 살려주겠다는 노골적인 러브콜"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한국·바른 "자유 대한민국 살아있음 보인 현명한 판결", "이재용도 이번에 많이 성찰했을 것"


'비판'이 아닌 입장은 주로 보수 야당에서 나왔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날 장제원 수석대변인을 통해 "법원의 현명한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며 법원 판결을 극찬하고 나섰다.

장 수석대변인은 "억측과 예단으로 무리하게 혐의를 끼워맞추게 한 여론몰이 수사는 이 땅에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경영 일선에 있어야 할 기업인을 1년간 구속시켰던 특검이 이제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법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을 의식한 듯 "법원은 여론에 흔들리지 말고 법리, 증거, 양심에 따라 재판에 임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국민이 바라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법원장이 아무리 '코드 인사'를 해도 사법부는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오늘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재판"이라며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게 판결한 항소심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 아직 자유 대한민국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때부터 나는 '말 세 마리로 억지로 엮어 삼성 부회장을 구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해왔다. 제3자 뇌물도 안 된다고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다만 "'국정농단 주범은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이재용 사건과는 직접 관련없는 사건을 선고 내용에 포함시킨 것은 재판부가 그만큼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고 일부 판결 내용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바른정당도 유의동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판결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겠지만 바른정당은 사법부의 판결이기에 오늘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정권과 기업 사이에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권이나 기업 모두가 반성과 주의를 통해 바람직한 질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 수석대변인은 "당사자인 이 부회장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성찰이 있었을 것"이라며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만큼.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과 삼성이 처한 국제적인 상황을 감안해 본인과 기업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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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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