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피사의 사탑' 조사 결과 전형적인 건축 적폐

연약 지반 강화 없이 설계도면 지키기 않아...시공사, 공무원 등 6명 입건

부산의 '피사의 사탑'으로 불리는 사하구의 모 오피스텔이 시공에서부터 문제가 됐으며 관할구청에서도 이를 확인하고 묵인한 사실이 밝혀졌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건축 시행사 대표 A모(64) 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 사하구의 기울어진 D 오피스텔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7년 2월 사이에 신축된 건물로 지반이 낙동강 하구지역의 연약한 점토층이 두텁게 형성됐고 상대적으로 밀도가 매우 낮은 지역이다.

이처럼 지반이 연약해 건물이 건설될 경우 그 하중으로 지반이 침식될 우려가 있어 지반을 튼튼히 하라는 구조 기술자의 지시가 있었다.

그러나 시공사는 이를 무시한 채 별도의 지반보강 공사 없이 허용지내력을 초과하는 건물을 신축하면서 건물 하중에 의한 하부 점토층의 침하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D 오피스텔은 지하철과 약 2.5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철도안전법상 '철도보호지구'로서 철도 차량의 안전 운행 및 철도 보호를 위해 시도지사에게 사전에 착공을 신고 한 후 운행 방해 등 위해 요소 유무를 검토받은 후 건물을 신축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D 오피스텔이 기울어진 원인으로 알려진 바로 옆 신축 오피스텔의 터파기 공사장 역시 착공 이전에 인허가권자에게 공사 계획을 신고한 후 공사를 개시해야 하지만 약 한 달 가량 관할 구청에 사전 신고 없이 지하 터파기 등의 공사를 진행했다.


▲ 지난해 9월 초 건물 최상단이 최고 105cm까지 기울어진 부산 사하구의 모 오피스텔 모습. ⓒ프레시안

특히 D 오피스텔과 7.09m밖에 떨어지지 않아 굴착에 따른 지반침하현상 유발 등 근접시공 영향거리 내에 위치하고 있었음에도 별도의 지반보강 조치를 하지 않고 안전관리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결국 신축 공사현장의 터파기 공사로 지반이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보강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D 오피스텔의 기울어짐을 가속화 시켰다.

또한 D 오피스텔은 터파기 공사에서부터 흙막이벽을 설계 도면상 차수효율이 높은 SCW 공법을 적용했음에도 실제로는 비용이 적게 드는 시트파일 공법으로 변경했다.

이 시트파일 공법에서도 일부 중앙부 철근의 수를 줄이거나 버팀보를 누락하고 철근 두께와 간격도 설계도면과 달리 규격미달인 제품을 사용했다.

경찰은 위 두 공사현장이 동일한 건설업체가 시공한 것으로 시공사 관계자들의 부실시공 책임은 물론 건축 시공계획과 공사의 적정성 여부를 감독하고 전 공정이 관계 법령에 접합하도록 지도할 책임이 있는 김리사에 대해서도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건축 관계 법령에 따르면 건축물 신·중축 시 공사 현장의 안전을 위해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한 자를 현장관리인으로 지정 배치해야 하지만 위 두 공사현장에는 이를 허위로 기록하거나 아예 배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기사는 사용료 360만원을 받기로 하고 건축기사 자격증을 시공사 측에 대여하고 작업일지에 등재만 하고 현장관리인으로 전혀 근무한 적이 없기도 했다.

함께 입건된 사하구청 공무원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에서 건축물의 구조 안전과 관련해 특수구조건축물의 경우 인허가 담당자인 사하구청 공무원이 건축주로부터 지방 건축위원회 심의신청서를 제출 받아 건축 구조분야 전문위원회에 심의 안건을 상정해야 하지만 이를 구성조차 하지 않고 신축 공사장에 대한 시정·보완명령이나 공사중지 명령 등 조치를 하지 않아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울어진 오피스텔의 건축주와 시공자가 형제지간이고 건축 설계자와 감리자는 동일인으로 시공자와는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확인됐다"며 "건축 관계자들의 인적유착과 업무겸직을 통해 불법묵인의 관행과 부실시공의 결과를 초래하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근원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D 오피스텔의 기울어짐 원인을 분석한 대한토목학회 관계자는 "연약한 점토층에 10층 정도 되는 건물을 지반 강화 없이 세워 장기적으로 침하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D 오피스텔의 기울어짐 사건 외에도 부산시 전체 구청의 조심의 미개최 현황과 그에 따른 추가 행정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부산시 감사담당관실에 특별 사무감사를 건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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