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빌미 해고, 대책 마련하라"

대학들, 청소노동자 '알바'로 대체 중…"적립금 수천 억인데"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연세대학교 등 대학들이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를 구조조정하고 그 자리를 시간제 '알바'로 대처하려고 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8일 '특별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최저임금 인상은 극심한 소득 불평등과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며 "아파트 경비원, 청소 업무 종사자 등 고용 취약 계층의 고용이 흔들리지 않도록 점검하고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대해 "청와대가 별도의 일자리 안정 점검팀을 만들어서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앞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구현대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는 2017년 12월 31일자로 경비원 94명을 전원 해고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해고 통보를 불과 연말 사흘 전인 12월 28일에야 받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가 이유다. 이 아파트는 입주민 일부가 경비원들에게 '대리 주차'를 시켜 논란이 된 바 있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는 2017년 12월 31일자로 정년 퇴직한 청소 노동자 각각 20여 명, 10명을 시간제 근무자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역시 인건비가 부담스럽다는 점이 이유다. 홍익대학교는 한 발 더 나아가 용역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기존 청소 노동자 4명을 고용 승계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해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는 "연세대 재단 적립금은 5307억 원인데, 지난해 청소, 경비 노동자 시급 인상에 따른 예산 추가분으로 학교는 13억 원을 산정했다"며 구조조정을 할 빌미로 학교 측이 최저임금 인상을 드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립금은 수천 억, 노동자는 알바?", "알바 천국 지옥 연세 구조조정", "엄동설한 구조조정 웬말"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 소득 증대와 내수 확대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초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우리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옹호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단기적으로는 일부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경영의 어려움을 겪거나 고용이 줄어드는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일자리 안정 기금'이나 '사회보험료 경감 대책'을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와 함께 영세 사업자들에게 임금보다 더 큰 압박을 주고 있는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들을 조속히 추진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준희 양 보도 안타까워…아동 학대 대책"

문재인 대통령은 '고준희(5) 어린이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도 "지난주에 고준희 양 보도를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불편한 마음이었다"며 '아동 학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고준희 어린이의 친부는 딸을 학대하고 죽게 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아동 학대 범죄 처벌 특례법'을 시행하고, 관계 부처 합동 아동 학대 방지 대책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아동 학대 발견율이 OECD 국가들에 비하면 까마득히 낮은 실정"이라며 "기존의 아동 학대 대책을 점검하고 실효성을 높일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 보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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