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UAE "전략적 동반자 관계 확대"…'외교 참사' 의혹 일축

"국방 문제 포함 협력"…MB 이면 계약 내용도 봉합?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의 특사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9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양국 관계가 돈독함을 과시했다. 보수 야당이 제기한 '외교 참사' 의혹을 일축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에서 체결한 군사 협력과 관련한 '이면 계약'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칼둔 행정청장은 이날 아랍에미리트 왕세제의 특사 자격으로 임종석 비서실장을 만났다. 지난 12월 임종석 비서실장이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UAE에 방문한 데 따른 답방 차원의 만남이다. 비공개 회동 직후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우리가 중동과 맺고 있는 유일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좀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나가자는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비공개 회담 자리에서 그동안 한국 언론들이 양국 관계에 대한 각종 보도를 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다. 칼둔 청장은 양국 관계를 결혼 생활에 빗대며 "결혼 생활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서로 극복하는 게 결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칼둔 청장은 또 "좋지 않은 어떤 것도 좋게 되게 할 수 있다"는 아랍 속담을 인용했다고 한다.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방한 중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면담을 마친 후 어깨동무를 하며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위해 협력하기로 한 의제 중에는 "국방 문제도 포함됐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설명했다. 칼둔 청장은 전날인 지난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아크부대 파병 연장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로써 자유한국당 등이 그동안 제기해 온 문재인 정부의 '외교 참사' 의혹은 봉합하는 모양새다.

단, 이명박 정부가 체결한 군사 협정 '이면 계약' 논란은 이날 회동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밝혔다. 청와대는 양국 간의 외교 관계가 틀어질 것을 우려해 전 정부의 이면 계약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면 계약' 논란의 핵심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도 미제로 남게 됐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UAE에 한국 군의 '자동 개입' 조항이 담긴 '이면 합의'를 한 것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 시절(2009년 9월~2010년 12월)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태영 전 장관은 원전을 수주하는 대가로 UAE에 '이면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2010년 UAE와 '유사 시 한국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독소 조항이 담긴 비밀 군사 협정을 맺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의 '자동 개입'을 위해서는 국회 비준이 필요하지만, 김 전 장관은 "섣불리 국회로 가져가기보단 내가 책임을 지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고 실토했다.

이 발언의 파장은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UAE에 원전을 수주하는 대가로 군사 협력과 관련한 이면 계약을 법 위반 논란까지 감수하며 체결하기로 약속했다는 그간의 의혹을 입증하는 셈이 됐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이면 계약' 내용을 두고 "탄핵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국민도 모르는 사이 UAE 인계철선…반헌법적 행태')

'임종석 실장 특사 의혹'을 제기해온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겨눈 칼이 이명박 정부를 향해 돌아오자 난감한 처지가 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 UAE와 한국 간 관계가 소원해졌다면,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더욱 난감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종석 특사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벌이겠다는 주장을 접었다.

반면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이명박 정부 때 체결한 '자동 개입') 독소 조항의 수정을 위해 UAE를 방문했는데, UAE가 반발해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것이 의혹으로 핵심'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모두 겨냥한 바 있다.

UAE의 심기를 건드린 쪽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인지, 박근혜 정부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지난 한 달간 우리 언론에 참 많은 보도가 있었는데, 저는 무엇보다도 이번 계기에 한국과 UAE가 얼마나 서로 중요한 친구인지를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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