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5년전 부산 다방 여종업원 살인범 무기징역 선고

"살해 직접적 증거 없으나 간접 증거로 볼 때 합리적인 의심 가능하다"

지난 2002년 부산 사상구의 한 다방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15년 만에 붙잡힌 40대 남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7부(김종수 부장판사)는 9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6. 범행당시 31)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양 씨는 지난 2002년 5월 21일 오후 10시쯤 부산 사상구의 한 다방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김모(당시 21.여) 씨를 납치해 융기로 가슴 등을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후 사체를 마대자루에 담아 인근 바다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양 씨는 주점 여종업원 2명을 시켜 김 씨의 적금통장에서 2회에 걸쳐 현금 796만 원을 인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 사건 당시 유기된 마대자루가 발견된 부산 강서경찰서 뒤편. ⓒ부산경찰청

당시 경찰은 김 씨의 계좌에서 범인들이 돈을 빼가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에서 범인들의 얼굴이 확인됐지만 신원이 확실하지 않고 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아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16년 2월 25일부터 경찰은 SNS를 통해 범인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공개수배를 시작했고 당시 김 씨의 적금통장에서 돈을 빼간 주점 여종업원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양 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경찰은 양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한 이후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 씨의 범행 관련 진술은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양 씨는 살인에 대해서는 범행 사실을 일체 부인했다.

특히 양 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는 김 씨를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지만 돈 인출 사실, 주변인 진술, 프로파일러 분석보고서 등의 간접 증거만으로 살해 혐의를 밝힐 수 있느냐는 것이 쟁점이었다.

검찰은 김 씨의 시신을 함께 옮긴 양 씨 동거녀의 진술과 범행에 사용했던 승용차 좌석에 남은 혈흔, 경찰과 검찰 조사과정에서 수차례 번복된 진술 등을 토대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양 씨의 국선변호인 측은 간접 증거가 많더라도 살해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 못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 사건 당시 배포한 수배자명단. ⓒ부산경찰청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통장과 도장 등이 든 김 씨의 핸드백을 주워 비밀번호를 조합해 돈을 인출했을뿐 살해하지 않았다는 양 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검찰이 제시한 여러 간접 증거로 미뤄 양 씨가 강도살인을 저질렀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 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양 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유족과 합의하지 않는 데다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배심원 의견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양 씨가 신청해 지난 8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 평결은 유죄 7명, 무죄 2명으로 양형 의견은 사형 3명, 무기징역 4명, 징역 15년 2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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