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 甲, 안철수가 乙이 됐다?

정체성 차이 부각하는 유승민, 통합 재검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대표가 내우외환에 직면했다. 통합의 파트너인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양당의 정체성 문제를 언급하며 제동을 건 데 이어 통합을 위한 내부 절차인 국민의당 전당대회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유승민 "통합 결심 서지 않았다", 안철수 "양당 큰 차이 없다"

무엇보다 통합 문제를 바라보는 유승민 대표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유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에 대해 "최종 결심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보수 정체성을 훼손하는 통합은 있을 수 없다"며 통합의 조건을 분명히 해 온 유 대표가 통합 여부를 재검토할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그는 "통합에 대한 최종 결심은 제가 하는 게 아니라 당이 같이 하는 것"이라며 "나는 최종 결심이 섰다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유 대표는 특히 안보관 문제와 관련해 "안보 위기가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서 안보 위기 해법에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 정당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유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일차적으로 '햇볕정책' 계승 여부를 두고 내부 갈등이 불거진 국민의당을 압박한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일 양당의 통합 논의를 위한 공식 기구인 '통합추진협의체(통추협)'에서도 '햇볕정책' 문제를 놓고 국민의당 내부 이견이 표면화된 바 있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의 내부 균열을 정리하고 분명한 보수적 안보관으로 견인해내지 못하면 통합 논의도 재고하겠디는 뜻이다. 실제로 유 대표가 강력한 대북 압박을 전제로 하는 안보 정책을 "소신이자 일관된 주장"이라고 밝혀온 만큼, 안 대표와 타협의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유 대표의 압박에 안철수 대표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렸다. 유 대표의 이날 발언에 대해 안 대표는 "국민의당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무마했다.

그는 "이야기를 하면 많은 접점들과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보기에 (양당의 정체성에) 그렇게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유 대표가 지적한 안보관 문제에 대해선 "북핵 문제, 미사일 도발이 심각한 와중에 우리가 선택할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그런 관점에서 지금 현재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다음에 미래에 우리가 달성하려고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피해갔다.

신당의 정강정책에 '햇볕정책' 계승 의지를 담느냐를 놓고서도 안 대표는 "새로운 논의들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실무선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의결 정족수' 고민

이와 관련해 통추협은 이날 2차 공개회의를 갖고 "정강·정책·당헌·당규 제정을 위한 기초 소위를 통추협 산하에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안보관 등 양당의 정체성과 노선 차이를 통추협 차원에서 조율하겠다는 것이다.

통추협은 또 이번 달 안에 양당이 추진하는 통합개혁신당의 이름을 공모하고 양당의 전당대회에서 신당 추진이 의결되는 즉시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합당 절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내부적으로는 전당대회의 순탄한 성사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안 대표 측은 금주 중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를 출범시키고 전대 시기와 시행세칙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지만, 전준위 구성의 객관성 논란이 먼저 불거졌다.

특히 통합파가 지지하는 전준위원장으로 거론되던 김중로 의원의 비서관이 이날 오전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의 비공개 회의에 잠입했다가 들통이 나는 일까지 벌어져 통합 반대파가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당대회에서 '케이보팅(K-voting)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통합파 측은 이를 우회할만한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한 상태다.

별도의 공인인증 시스템을 이용한 온라인투표 방식이 거론되지만, 의결 정족수를 확보를 보장할만한 방식이 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전당대회가 열리더라도 통합을 의결할 의결 정족수(대표당원 1만 명 기준 5000명)를 채우지 못하면, 양당의 통합은 허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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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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