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미국 언론인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 :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할 예정인 '헨리홀트 & 컴퍼니' 측에 출판과 공개 배포 금지 및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변호인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출판사는 당초 9일로 예정됐던 해당 책의 출판일을 오는 5일 오전 9시로 앞당겼다. 출판사는 성명을 통해 "'화염과 분노'가 국가적 담론에 특별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고려해 출판 시기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배넌의 갈등은 지난 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해당 책의 발췌본이 공개되면서 본격화됐다. 이 책에서 배넌은 지난 2016년 6월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의 맏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당시 트럼프 선거 캠프의 본부장인 폴 매너포트가 러시아 정보원들과 만난 호동은 "반역적인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변호사도 없이 외국 정부 측 인물과 접촉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반역이나 비애국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라도 적어도 FBI(연방수사국)는 불렀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가 발표된 당일 자신의 당선 사실을 믿기지 않아 했고, 어쩔 수 없이 트럼프의 선거를 지지했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선거 결과에 실망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또 그는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가 아버지의 머리 형태를 두고 조롱했다고도 진술했고, 이방카와 남편인 쿠슈너는 이방카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다는 밀약을 맺고 있었다고도 말했다.
이같은 폭로에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는 즉각 성명을 발표해 "미쳤다", "쓰레기 같은 책" 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배넌)는 나와 일대일 만남을 거의 하지 못했다. 나에 대한 정보가 없다"며 "(백악관 수석전략가에서) 해임됐을 때 직업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미쳤다"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역시 성명을 통해 해당 책은 "쓰레기 같은 타블로이드 픽션"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멜라니아의 대변인인 스테파니 그리샴은 "멜라니아 여사는 대선 승리로 매우 행복해했다"며 배넌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해당 저서가 "할인 소설 코너에서나 팔릴만한 책"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배넌은 선거 당시 매너포트의 뒤를 이어 트럼프 선거 캠프의 좌장을 맡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과 인종주의적인 기조를 뒤에서 만든 일종의 '설계사'로 불려왔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 그는 막강한 실세로 여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와 같이 있는 모습이 사진을 통해서도 여러 번 노출된 바 있다. 하지만 외교 노선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쿠슈너 백악관 고문과 갈등을 빚었고 이후 지난해 8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취임 이후 경질됐다.
백악관을 떠난 배넌은 <브레이브바트>로 복귀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종종 비난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공화당의 텃밭이라고 알려진 앨라배마 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성추문 의혹을 받고 있는 로이 무어 후보를 지지했지만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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