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측근 극우인사 '배넌' 백악관에서 퇴출

반이민·국경 장벽 설치 등 과격했던 트럼프 정책, 바뀔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극우적 성향을 띄었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경질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18일(이하 현지 시각)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이 (백악관에서) 배넌의 마지막 날"이라며 "배넌의 봉사에 감사하고 그의 행운을 빈다"고 밝혔다.

이후 배넌은 <위클리 스탠더드>라는 한 보수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싸워서 쟁취했던 트럼프 대통령 직은 끝났다"며 본인이 경질됐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평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적인 경제 정책이나 반(反) 이민 정책 등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장벽 건설과 같이 광범위한 일들을 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그는 "우리는 여전히 거대한 운동을 할 것이고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때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반대 세력을 확실히 뭉개버릴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배넌은 지난해 트럼프 대선 캠프에 합류하기 전 몸담았던 극우 매체 <브레이브 바트>로 돌아갔다. 그는 본인이 경질당한 것이 아니라 자진 사퇴한 것이라며 "백악관에서 1년을 보낼 생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배넌은 브레이트바트 뉴스에서 더 강하고 똑똑해질 것"이라며 "그는 사기꾼인 (힐러리) 클린턴과 맞설 때 캠프로 왔다. 그의 봉사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 백악관에서 이동하고 있는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 ⓒAP=연합뉴스

트럼프, 극우 색채 벗어나나

배넌 수석전략가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7개월 만에 백악관에서 물러나면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내놨다가 법정 다툼까지 불러일으킨 '반(反) 이민 행정명령'을 입안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 멕시코와 미국 사이 장벽 건설 등 극우적인 정책을 주로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유혈 사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게 KKK를 비롯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심하게 비난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하는 등 미국과 백인 우월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왔다.

이에 트럼프 측근 중 대표적인 온건파에 속하는 트럼프의 첫째 사위 제러드 쿠슈너와 정책 노선 갈등을 빚어왔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16일 배넌은 진보 성향의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 인터뷰에서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군사적인 해법은 없다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 인터뷰가 경질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방송 CNN은 이와 관련 "이 인터뷰를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극우적 성향인 배넌이 물러나면서 백악관은 쿠슈너를 필두로 한 온건파가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미국과 무역 마찰 등 불편한 관계인 중국은 배넌의 퇴출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국 <환구시보>는 20일 배넌이 남긴 폐해도 뽑히길 바란다는 내용의 사평(社評)을 통해 그의 퇴출로 백악관의 전체적인 국제관에 과격한 요소가 줄어들고 세계화 문제 등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의 소셜 미디어 계정인 <협객도(俠客島)>역시 이날 논평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리협정 탈퇴 등 정책 결정 배후에 배넌이 있었다"며 미국의 강경한 정책들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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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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