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사 '박정희 현판' 논란 "숙종만 임금? 박정희도 임금"

종가 "박정희 색깔 없는 깨끗한 이순신 기념관으로 남기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당 현충사에 걸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의 존폐 논란이 후손들의 격한 언쟁으로 비화됐다. 박 전 대통령은 1966년 현충사 성역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1707년 숙종이 내린 현판 대신 자신의 친필 현판을 본전에 걸었는데, '박정희 현판' 교체를 둘러싸고 종가와 종회가 팽팽히 맞선 것.

지난해 9월 난중일기의 소유주인 이순신 장군의 15대 맏며느리 최순선 씨(충무공기념사업회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현판을 내려달라고 문화재청에 요구했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답변이 없자 최 씨는 "난중일기를 포함한 충무공 유물들의 현충사 전시를 내년 1월 1일부터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전시불허서류를 지난달 28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국보 제76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난중일기>는 최 씨가 소유권자다.


그러나 덕수이씨 충무공파 종회는 최 씨의 현판 교체 요구에 "(박 전 대통령의) 현판 내리라는 건 현충사 없애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종천 종회장은 "숙종만 임금인가, 박정희 대통령도 임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진행자가 지금은 군주 시대가 아니라고 교정하자 이 종회장은 "(박 전 대통령은) 임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그는 "숙종이 내린 현판은 구 현충사에 (있다). 구 현충사는 조그마한데 지금 현충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성역화를 해서 웅장하게 다시 지었다"며 "현판을 내리려면 현충사를 다 부숴야 된다. 박정희 대통령이 해 놓은 걸 현판만 내리면 되나? 다 부숴야 한다"고 극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에 같은 방송에 출연한 최 씨는 "현충사가 왜색이나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같은 (정치적인) 색깔이 전혀 없는 깨끗한 이순신 장군의 기념관으로만 남기를 바란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충사의 역사는 조선 시대 숙종으로부터 현충사 현판을 내려받았고 종가에서 전승되어 왔다"며 "일제 강점기에 현충사를 다시 세우면서 종가에서 그걸 다시 걸었다. 그래서 종가 입장에서는 (숙종의 현판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 씨는 문화재청에 제출한 전시불허 서류에 대해 "문화재청은 너무도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종가에서는 금송 이전 문제, 왜색 조경 문제, 현판 문제에 대해서 대안을 제시 못 하면 올해 1월 1일부터 유물 전시를 중단한다고 통보까지 했는데도 대안을 제시 못 하고 내년 2월에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그 뒤에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종회가 박 전 대통령을 임금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최 씨는 "(그분의 발언이) 잘못됐다. 엄청 잘못됐다"고면서 "박 대통령이 왕일까? 왕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현충사에 있는 일본 고유종 '금송'이 내년 중에 다른 장소로 이전된다. 현재 현충사에는 박 전 대통령이 1970년 '성역화 작업' 중 헌수한 금송이 심어져있다. 금송은 일왕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이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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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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