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없는 트럼프 새 안보전략 "한국과 MD 협력"

트럼프 정부, '미국 우선주의' 강조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통해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전략보다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어져오던 '미국 우선주의'를 이번 보고서에 담은 것 뿐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보고서를 발표하며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 작전을 통해 가장 강력한 제재를 낳았지만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비핵화를 달성하고 그들(북한)이 세계를 위협할 수 없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핵무기로 미국인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려 하고 있다"며 "북한은 25년 동안 약속을 무시하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시아에서 북한 정권은 사이버,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가속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은 북한 주변국가와 미국의 안보 연대를 강화하고 추가적인 조치를 하도록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보고서는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하겠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고 동북아 비확산 체제를 지키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한국‧일본과 미사일 방어에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공격에 맞서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미국의 가치 및 이익과 상반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수정주의 국가'"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방송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보고서에 쓰여있는 것보다는 부드러웠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을 미국의 힘에 도전하는 "경쟁국"이라며 "우리는 이들 국가와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는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졌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도움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어날 뻔한 테러를 막은 것에 대해 본인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들(러시아)은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했다. 이건 정말 잘한 일이고 이게 바로 일이 되게 하는 방법"이라며 러시아와 협조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 1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략 없이 전임자탓만 늘어놨다

한편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송은 보고서에 "오늘날 러시아와 같은 행위자들은 민주주의의 합법성을 훼손하기 위해 정보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공공 영역 및 사적 영역은 이러한 것을 인지해야 하며 일상 생활 속에서 함께 이를 막아내야 한다"고 적시돼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에게 불리한 러시아 대선 개입은 언급하지 않고, 대신 국제 사회에서 기존 미국이 가지고 있던 역할을 깎아내리는 데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협약이나 이란 핵 협상과 같은 전지구적인 성과와 관련한 미국의 역할을 깎아내렸다. 대신 그는 미국의 대외 관계가 경쟁에 둘러싸여 있다고 규정했다"고 밝혔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와 매우 유사한 연설을 했다. (본인의) 성과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고 이민정책, 이란 핵 협상과 무역 협정을 포함해 전임 정부가 했던 결정들 때문에 미국인들이 버려졌다는 주장을 반복했다"며 이번 보고서를 두고 "그의 인기영합적인 경제 메시지를 외교쪽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입안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전략 없이 "전임자들이 미국의 안보를 훼손했다"는 주장만을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리더들(전임 대통령들)은 미국의 원칙에서 이탈했다. 그들은 미국의 위대함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 그 결과 우리는 정부에 대한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렸다"는 식의 이야기만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와 같은 국제적 이슈를 사실상 외면한 것을 두고도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로지나 비어바움 미시간대 환경정책학 교수는 "기후 변화를 보고서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고 <에이피>통신이 보도했다.

비어바움 교수는 "기후 변화는 '절대적인 안보 위협'"이라며 "미국 해안에 위험을 초래하고, 해충과 병원균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더 강력한 폭풍과 산불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기후 변화는 식량과 식수 부족을 일으키고 이는 집단 이주와 국제적 긴장을 높일 것"이라며 기후 변화가 중요한 안보 문제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를 무시하고 있지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비롯해 트럼프 정부의 관료들은 기후변화가 미군의 주요 문제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 본인도 "향후 20년간 기후 변화로 인한 군사 시설의 취약성 및 통합군 사령관 소요 사항"이라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 이슈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미 해군 소장 출신의 데이빗 티틀리 펜스테이트 대학 기상학 교수 역시 최소한 보고서에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에 대해 언급은 돼있었다면서 "지구의 온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해수면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기후 위기에 대해 언급하든 말든 미 국방부는 이 사안을 다룰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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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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