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조선인 혁명가 김산을 언급한 이유는?

베이징大 강연서 "한중 운명공동체...정치·안보 분야 협력 발전시켜야"

중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베이징대학 연설에서 한중 양국의 역사적 유대를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한중 교류의 활성화 등을 강조했다.

중국을 국빈 방문한 역대 대통령들은 베이징대, 칭화대 등의 강연을 통해 중국의 미래 세대를 향해 한중관계의 발전상과 동북아 평화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날 베이징대를 "중국의 지성을 상징하는 장소"라고 언급한 문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 족적을 남긴 베이징대 출신 인물들을 열거하며 "중국과 한국은 지리적 가까움 속에서 유구한 세월동안 문화와 정서를 공유해왔다"고 공감대를 모았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항일 운동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양국의 공통 정서를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조선청년 윤봉길이 일제의 전승축하기념식을 응징하기 위해 폭탄을 던졌다"며 "그의 거사로 한국의 항일운동은 중국과 더 깊게 손을 잡게 되었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마오쩌뚱 주석이 이끈 대장정에도 조선청년이 함께 했다. 그는 한국의 항일군사학교였던 '신흥무관학교' 출신으로 광주봉기(광둥꼬뮌)에도 참여한 김산"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안에서 항일군정대학의 교수를 지낸 중국공산당의 동지"라고도 했다.

김산(본명 장지락)은 중국 공산혁명에 참가한 조선인 혁명가로, 님 웨일스의 소설 <아리랑>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1938년 '일제 스파이' 누명을 쓰고 중국 공산당에 의해 처형됐으나, 1983년 중국조선족 혁명열사로 인정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5년 우리 정부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문 대통령의 방중 첫날인 13일 교민 간담회에는 김산 지사의 아들 고영광 씨가 참석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이 식민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것처럼 지금의 동북아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면서 "저는 이번 중국 방문이 이러한 동지적 신의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더 발전시켜 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 "1992년 한중 수교는 동북아의 냉전구도를 허물고 끊어졌던 양국의 교류의 역사를 다시 이으려는 지도자들의 위대한 결단의 산물이었다"며 "양국 관계의 발전은 한국과 중국 국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였으며, 동북아가 대립과 갈등을 지양하고 협력과 평화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라며 "그런 면에서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그 꿈에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서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한중 양국은 북한의 핵 보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할 수 없으며,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북핵문제는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데 대해서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전쟁 불가 등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 일본 동경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언급하며 "동북아에서 연속 개최되는 올림픽의 성공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도모하는 좋은 계기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양국 간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중국의 성장은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며 "양국은 일방의 번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운명공동체의 관계"라고 했다.

또한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역지사지하며 서로를 알아주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며 "나라 사이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은 항상 있을 수 있지만, 수천 년간 이어진 한중 교류의 역사는 양국 간의 우호와 신뢰가 결코 쉽게 흔들릴 수 없음을 증명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두 나라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의 운명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양국 국민 공통의 염원이며, 역사의 큰 흐름이라고 믿는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양국 간의 경제 협력만큼 정치·안보 분야의 협력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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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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