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당' 피한 한국당, '홍준표당' 선택했다

자유한국당 권력지도 재편…친박 '폐족' 위기

'친박당' 굴레를 벗어야 산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생존 본능이 '홍준표 사당화'라는 또 다른 위험한 문을 열었다.

12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갈 새 원내대표로 김성태 의원을 선출했다.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김성태 원내대표는 홍준표 대표 측과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당선됐다. 홍준표, 김성태 '투톱'에 자유한국당 혁신의 칼자루가 쥐어진 셈이다.

116석의 제1야당을 이끌게 된 김 원내대표는 보수 혁신을 통해 한국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문재인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의미있는 야당'으로 탈바꿈시켜야 할 과제를 짊어졌다.

당 장악한 신주류, '친박 청산' 속도 낼 듯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바른정당에 몸을 담았던 김 원내대표가 친박계 후보를 꺾고 당선된 장면은 상징적이다.

당이 위기에 빠져있을 때 탈당했던 복당파가 뒤늦게 돌아와 당을 장악하려 한다는 볼멘 소리가 많았다. 22명의 복당파와 측근이 거의 없는 홍준표 대표의 지원만으로는 그의 당선이 설명되지 않는다.

친박계 인사가 다시 원내 간판이 될 경우, 홍 대표와의 불협화음 속에 내년 지방선거 전망을 세우기조차 여의치 않다는 의원들의 위기의식이 권력 변화를 추동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1차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까지 갈 지도 모른다던 예측은 빗나갔다.

홍준표 대표는 경선 직전 "원내대표 경선이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1차 투표에서 끝날 것"이라고 김성태 의원의 낙승을 자신했다.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당내 권력지형 변화가 드러난 만큼, 홍준표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당 장악력을 높여갈 전망이다.

무엇보다 당무감사를 토대로 한 당협위원장 교체로 인적청산 작업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원외위원장들 뿐만 아니라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 현역 의원들도 물갈이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사당화' 논란이 불거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핵심 '친박'인 최경환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도 시험대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한국당은 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문제에 당론 없이 의원 개인의 판단에 일임하되, 표결 불참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홍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20대 국회 들어 첫 번째 체포동의안 처리에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친박 청산 의지와 실력이 드러날 전망이다.

홍준표-김성태, 대여 강경투쟁 예고

친박 청산과 별개로, 홍준표-김성태 체제의 한국당이 보수 정치의 구태와 결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합동토론회에서 김 원내대표는 자신을 "투쟁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대여 투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강력하고 선명한 대여 투쟁으로 흩어진 보수층의 결집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친박계와 계파만 달리할 뿐, 자칫 홍준표-김성태 체제가 대여 투쟁을 명분으로 한국당을 극우화 경로로 이끌어 갈 가능성도 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사회주의식 국가운영과 정치 보복에 혈안이 돼 있다"고 했다. 극우적 '색깔론'을 대여 투쟁의 수단으로 암시한 대목.

최근 홍준표 대표가 국회의 예산안 처리를 비판하며 "사회주의식 좌파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덧씌운 발언과 상통한다.

가뜩이나 홍준표 대표가 독불장군식 정치 스타일과 거친 언사로 비판을 받는 마당에 원내 전략과 여야 협상을 담당할 김 원내대표마저 강성 면모를 드러내며 정치를 '진영 갈등'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을 밝히면서도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을 막아내는 전사로 서겠다"고 했다.

홍준표 대표도 "국민들의 요구는 좌파 광풍 시대를 멈춰달라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야당이 되기 위해 우리가 힘을 합치고, 안되면 몸으로 막는 각오로 대여 투쟁을 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계기로 이 당이 소멸될 수도 있다"고 대여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한편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이 재점화될지도 주목된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은 물론이고 국민의당까지 '중도 통합'의 대상으로 간주한다. 한국당이 고립된 구도를 '반(反)문재인 연합'으로 역전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집을 뛰쳐나간 바른정당 선수들을 미워할 수 없다"며 "바른정당과의 대통합을 속히 이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을 보수의 구태로 규정하는 바른정당이 김 원내대표를 고리로 섣불리 통합론에 뛰어들지 미지수이고, 국민의당까지 포괄하는 중도통합론은 더 요원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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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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