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예산' 국회 통과 …한국당, 생떼만 쓰다 퇴장

민주-국민 제휴 효과…소득세·법인세 인상안도 통과

2018년도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이 6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결국 나흘 넘겨서였다. 예산안 통과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과 원내 3당인 국민의당(39석)이 공조하고, 진보 성향 야당인 정의당(6석)이 사안에 따라 가세한 결과다. 자유한국당은 예산안 투표를 거부하고 본회의장 안에서 고성 항의로 의사진행을 방해하기도 했지만, 본회의를 1차례 정회시키고 예산안 처리를 몇 시간 늦추는 정도의 '성과'를 얻는 데 그쳤다.

국회는 5일 밤에서 6일 새벽까지 이어진 1박 2일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 등 예산 부수법안을 처리했다. 관심이 집중된 예산안은 6일 자정을 30분 넘겨서야 처리됐다. 재석 178인 가운데 찬성 160표, 반대 15표, 기권 3표였다. 반대 15명은 바른정당 11명 전원에 국민의당 이언주·김중로 의원, 한국당 신상진·주호영 의원이었다. 기권은 한국당 김현아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었다. 의결된 예산안 총액은 428조8626억 원 규모로, 내용은 앞서 나온 여야 지도부의 합의안대로였다. (☞관련 기사 : 민주-국민 손 잡으면 한국당 힘 못쓴다 / 내년 9월부터 아동수당 10만원)

예산안 표결을 앞두고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반대 토론에 나섰다. 토론 요지는 앞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한 발언과 대동소이했다. 공무원 증원이나 최저임금 인상분을 국비로 지원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취지였다.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반대 토론을 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당은 예산안 협상을 끌어낸 당사자였고, 민주당과 사실상 '공동 승자'로까지 평가됐다. 앞서 본회의 직전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예산안에 반대 투표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회에 일순 긴장이 돌았으나, 김경진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압도적 다수"가 찬성 의견이라고 의총 결과를 브리핑했고 실제 표결 결과도 그의 말대로였다.

반대 토론자는 김 의원과 이 의원 외에도 한국당 이만희·이철규·김광림·김종석·최교일·송석준·전희경 의원(발언순) 등 총 9명이었다. 찬성 취지 토론자는 민주당 김태년·윤후덕,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 3명에 불과했다. 통상 찬반 토론자를 동수로 맞추는 관행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릴레이 반대 토론으로 민주당-국민의당 '과반 공조'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예산 부수법안은 본회의 안건 순서상 예산안보다 오히려 먼저 가결됐다. 법인세법은 재석 177인 가운데 찬성 133, 반대 33, 기권 11로 가결됐고, 소득세법은 재석 168인 중 찬성 161, 반대 4, 기권 3으로 통과됐다.

법인세법에 대해 반대 토론을 한 의원이 한국당이나 바른정당 소속 의원이 아닌,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인 점은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앞서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도 법인세에 대해서는 찬성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김 의원의 반대 토론 내용은, 보수 야당의 주장처럼 '증세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핀셋 증세'로는 지속가능한 복지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김 의원은 "우리가 박근혜 정부 때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하지 않았느냐"며 "문재인 정부에 대단히 유감이다. (현행) 200억 구간을 그대로 가져와야지, 왜 2000억 추가 구간을 (신설로) 가져와 세입의 기반을 무너뜨리느냐"고 했다. "200억 이상 구간(전체)의 세율을 높여도 95%는 재벌이나 상호출자제한 대상 기업집단"이라는 것이다.

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앞서 이와 비슷한 취지에서 법인세법에 대해 '기권 또는 찬성'을 소속 의원들의 입장으로 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법인세법에 대한 표결은 한국당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졌으나, 반대표가 33표, 기권이 11표나 나온 것도 눈에 띄었다. 만약 한국당 의원 전원이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면 자칫 법인세법 개정안은 부결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국민의당에서도 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가 21표, 기권이 5표나 나왔다. 특히 여야 합의 당사자인 김동철 원내대표와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가 반대 투표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지원·유성엽·주승용·천정배 의원 등 호남 중진들도 대거 반대했다.

본회의 정회·차수변경시킨 한국당, 그게 전부였다

한국당은 이날 한때 본회의장 내에서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는 등 예산안 처리에 강력 반발했다. 의사일정 1항이었던 법인세법 개정안이 가결된 직후인 밤 10시 12분경, 이미 반대 당론을 정하고 의원총회에서 본회의 대응 전략을 논의 중이던 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들은 본회의장 뒤편에 서서 고성으로 항의성 발언을 뱉어냈다.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요지는 '우리가 아직 의원총회 중인데 우리를 빼고 본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장석 앞으로 나와 "(우리가) 들어온 다음에 해야지, 의원총회에서 아직 결론이 안 났는데"라고 이의를 제기했고, 장제원 수석대변인과 권성동 의원도 "2시간밖에 안 기다려주는 게 어디 있느냐", "우리가 아직 (본회의에) 안 들어온다고 말씀도 안 드렸지 않느냐"고 정 의장에게 항의했다.

정 의장도 지지 않고 회의장 뒤에 서서 항의하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그럼 들어와라. 앉아서 같이 (회의)하면 될 거 아니냐"고 맞받으면서 '의원총회 중이었다'라는 한국당의 항의에 대해서는 "오전 11시부터 본회의를 개의해 놓지 않았느냐. 의원총회 할 시간을 아침 11시부터 밤 9시까지 10시간 동안 가진 것 아니냐. 명분 없는 얘기다"라고 반박했다.

정 의장이 항의를 무시하고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중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항의를 계속했고, 소득세법 개정안 제안설명을 한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법안 설명을 한 단어씩 소리질러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정 의장이 제안설명을 후 표결을 진행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아예 단체로 의장석 앞으로 몰려 나와 "이게 바로 독재다", "국회의장 사퇴하라" 등 고성으로 항의했다.

결국 정 의장이 처음에는 "필요 없다"며 거부했던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협의를 위해 여야 3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렀다. 한국당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향해 "2중대 빠져!", "국민의당은 빠져!"라고 조롱하는가 하면, 선창자를 두고 후렴을 3번씩 반복하는 형태로 발전된 구호 시위를 이어갔다. "의회주의 파괴하는 정세균은 물러가라!", "국민의당 물러나라". "여당 2중대 물러가라!", "막말한 우원식 사과하라!" 등의 구호가 이어졌다.

정 의장은 원내대표 간 합의에 따라 30분간 정회하겠다고 선언했다. 정회 후 속개된 본회의에는 한국당 의원들도 모두 들어와 참석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 토론을 하기 위해서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자신들 가운데 7명이 나와 반대 토론을 한 후, 정작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고 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5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8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기 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일부 안건이 처리되자 한국당 의원들이 정세균 의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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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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