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독주' 시험대에 오른다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 돌입…3파전 양상

오는 12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김성태, 유기준 의원이 5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는 당내 다수파였던 구 친박 그룹과 이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홍준표 대표 측, 그리고 중립 성향 그룹 간의 3파전 양상이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당내 세력 관계와 홍 대표의 장악력이 달라질 수 있어 신경전이 치열하다.

친홍 또는 비박 : 김성태

친홍 그룹은 과거 친박-비박 구도에서는 비박계로 분류된 이들이 많다. 홍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성태 의원은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김무성 의원의 측근이다. 김 의원 본인도 탄핵 국면에서 바른정당행을 택했다가 대선 때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김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토크 콘서트' 형태의 행사를 열고 "보수 혁신의 중심에 서서 보수 통합 중심이 되는 야당을 만들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구 친박계를 겨냥해 "친박에 진박에 진골, 성골 찾다가 쪽박 찬 게 불과 엊그제"라며 "무리짓기로 당을 이 지경에 이르도록 만들었던 분들이 스스로 자중하고 자기비판과 자기혁신에 이르러도 모자랄 판에 또 다시 무리짓기에 나서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또 이른바 중립파 진영을 향해서도 "당이 위기에 빠져 있음에도 여전히 잿밥에만 관심을 갖는 분들이 '중도파'라는 이름의 또 다른 계파를 만들어 패권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며 "급조된 중립 지대에서 탈박세탁 쇼하면서 간판만 바꿔 다는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중립지대 주자들 가운데 이주영, 한선교 의원 등 과거 친박계로 분류되던 이들이 포함돼 있음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난 우리 당에 계파가 없다고 본다. (계파가 없으니) 소위 중립이라는 게 있겠나"라며 "중도, 중립이라고 하는데 그럼 표를 중간에 찍나. 그건 무효표가 되는 거고 중도층은 결국 스윙보터"라고 말했다.

친박 또는 비홍 : 홍문종, 유기준

구 친박 그룹에서는 홍문종 의원과 유기준 의원이 주자로 꼽힌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출마를 공식화했다. 유 의원은 "한 곳으로 달리고 있는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감시·비판, 소위 대여 투쟁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제가 그동안 의정 활동도 다양하게 했고, 당직도 여러 가지 했고, 행정 경험까지 살려서 당의 재도약을 위해 원내대표직에 출마하게 됐다"고 했다.

유 의원은 홍문종 의원과의 '친박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당의 화합을 위해 이제 더 이상 친박이니 비홍이니 이런 계파를 연상할 수 있는 용어를 자제해야 한다. 우리가 처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수습하고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리더가 필요하지, 어느 계파 대표로서 뭘 한다는 것 자체가 더 이상 성립할 수 없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가 되면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말씀드리기 쉽지 않다"며 "지난번 (인명진) 비대위 체제에서 징계를 받았다가 대선을 하면서 그 징계가 해제됐는데 또 다시 징계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는 말도 있고, 그 다음에 현재 여러 가지 일들이 새롭게 정리되는 그런 것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의견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한 번 징계가 된 부분을 또 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홍준표 대표를 겨냥해서는 "어려운 사정에서 대표로서 당 운영을 한다고 고생하시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한편으로는 고사성어로 '다언삭궁'이라는 말이 있는데, 너무 계파를 운운하고 또 입에 담기 어려운 거북한 용어를 써서 의원들을 공격하고 이런 것들이 당 소속 의원들에게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립파 : 이주영, 조경태, 한선교

두 진영과 모두 거리를 두고 있는 이른바 중립 성향의 그룹에서는 이주영, 조경태, 한선교 의원이 주자로 나섰다. 이들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중립지대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역시 중립지대 후보로 원내대표 출마설이 있던 나경원, 신상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주영·조경태·한선교 의원은 다음날(6일) 오전 토론회를 열고, 6일 오후부터 7일까지 책임당원 대상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정하기로 했다. 이들은 당내 7~80%가 구 친박계나 홍 대표 양자에 모두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보고, 단일화만 성사되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후보 단일화의 밑자락을 깐 나경원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홍준표 사당화' 또는 '친박의 부활'로 나오는 순간 당의 미래는 어둡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의원들께서 현명한 선택을 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중립지대 지지를 호소했다.

나 의원은 "예전엔 친박-비박 하더니 이제는 친홍-친박 이런 계파 갈등이 있다. 이를 넘어선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며 "중립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다는 걱정들도 많이 하지만, 물론 각 계파를 지지하는 분들이 단단하게 몇 분씩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의원들도 상당히 있기 때문에 중립 성향의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 초재선 중 이런 취지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1차 투표에서 바로 과반 득표도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해봐야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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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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