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레시피, 분열된 이탈리아를 통일로 이끌다

이탈리아 요리의 바이블 <실버 스푼>, 한국 상륙

"1970년대 이탈리아 어느 가정처럼 집에도 <실버 스푼>이 있었다. 할머니는 <실버 스푼>을 서재에서 보셨다. 부엌에서 책을 보면 더러워질 수 있기 때문에 <실버 스푼> 레시피를 종이에 적은 뒤 부엌으로 가져가 요리했다."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의 집에도 이탈리아 요리의 바이블 <실버 스푼(The Silver Spoon)>(파이돈 프레스 지음, 이용재 옮김, 세미콜론 펴냄)이 있었다. 1950년 처음 출판된 <실버스푼>은 할머니에서 아버지에게로,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대를 이어 전해졌다. 그리고 한국에도.

▲ <실버 스푼(The Silver Spoon)>(파이돈 프레스 지음, 이용재 옮김, 세미콜론 펴냄). ⓒ프레시안(최형락)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은 23일 제2회 세계 이탈리아 음식 주간을 기념해 <실버 스푼> 한국어판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파올라 치콜렐라 이탈리아 문화원장과 박상준 민음사 대표, 이용재 음식평론가,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레스토랑 '파올로 데 마리아 파인 트라토리아' 운영), 박누리 셰프(레스토랑 '갈리나 데이지' 운영)가 참석했다.

<실버 스푼>은 530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2000가지 레시피를 집대성한 이탈리아 요리책이자 요리 문화 대백과사전이다. <실버 스푼>은 1997년 영국에서 영어판이 출판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민음사 계열사인 세미콜론이 지난 7월 한국어판을 냈다.

책 제목인 '실버 스푼'은 영미권에서는 '상속받은 유산'을 뜻한다. 이탈리아인들에게 레시피는 그 어떤 유산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 파올라 치콜렐라 이탈리아 문화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파올라 이탈리아 문화원장은 "<실버 스푼> 한국어판 출판은 음식의 지속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대를 거듭해온 요리법이 하나의 문화이자 유산으로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민음사 대표 역시 "<실버 스푼>은 60년이라는 세월을 거친 요리의 고전"이라며 책이 지닌 문화유산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에게 이탈리아 요리와 그 요리가 품고 있는 문화가 전파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실버 스푼>을 번역한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초등학교 시절 즐겨 읽던 요리책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며 "<실버 스푼>은 이탈리아 각 지역에서 실제로 쓰이는 레시피가 바탕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탈리아 어느 가정에 초대돼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레스토랑 '파올로 데 마리아 파인 트라토리아' 운영). ⓒ프레시안(최형락)

특히 파올로 셰프는 1860년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가 통일되었지만 사회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던 이탈리아를 하나로 묶은 것은 <실버 스푼>에 담긴 레시피였다며 "이탈리아인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고 국가적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며, 한국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과 학교에서 <실버 스푼>을 교재로 사용해 "이탈리아 식음료 문화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박누리 셰프는 "2007년 이탈리아 식당에서 스텝으로 근무하면서 이탈리아 요리사가 가지고 있던 <실버 스푼>을 처음 봤다"며 이후 "식당 운영이 어려울 때마다 <실버 스푼>을 보며 레시피를 응용해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전했다.

출판기념회 후 진행된 오찬에는 롯데호텔서울 이탈리아 레스토랑 페닌슐라 세바스티아노 셰프가 <실버 스푼> 레시피를 재해석한 리카토니와 대구 요리 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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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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