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의지하고 존경하는 이국종 교수님의 인도주의 정신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지난 13일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귀순하다가 총격을 당한 병사를 치료하면서 벌어진 일에 대해 침묵을 지킬 수 없었다"고 적었다.
김종대 의원은 해당 병사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면 "생명의 위독 상태에 대한 설명이면 충분한데, 교수님께서는 15일 기자회견 당시 총격으로 인한 외상과 전혀 무관한 이전의 질병 내용, 예컨대 내장에 가득찬 기생충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셨으며, 소장의 분변, 위장에 들어있는 옥수수까지 다 말씀하셔서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셨다"고 적었다. 그는 "이는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의료법상 의료인의 '비밀 유지 조항'을 어겼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종대 의원은 "게다가 교수님께서는 수술실에 군 정보기관 요원들이 들어와 멋대로 환자 상태를 평가하도록 방치하셨다"면서 "저는 교수님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보도로 병사의 몸을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관음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언론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였다. 이건 북한군의 총격 못지않은 범죄"라고 덧붙였다.
김종대 의원은 지난 17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귀순한 북한 병사가 몸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돼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 13일 귀순한 병사가 수술받는 동안 수술실에 들어온 군 정보기관 요원은 도대체 누구였냐. 수술실은 가족도 들어갈 수 없는 의사 고유의 성역이다. 14일 국회 국방위에서 송영무 장관이 '환자 생명에 지장 없다'고 답변한 것도 의사의 소견과 무관한 정보 요원들의 보고였을 것"이라며 정부가 앞장서서 환자의 인권 문제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이에 대해 채널A는 21일 이국종 교수가 "공개한 모든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 결정했다"며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국종 교수는 '기생충'과 같은 시시콜콜한 환자 정보까지 공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내린 주체가 바로 합참이라고 토로한 셈이다. 채널A와 <동아일보>는 "졸지에 '인격 테러범'으로 몰린 이국종 교수"라며 김종대 의원을 비판했다.
보수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이국종 교수를 인격 테러라고 한 이유는 북한 인권 문제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기생충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주민 전체의 문제다. 병사 몸 안에 기생충이 있다는 사실을 가지고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얘기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북한 인권에 무관심한 정의당은 더이상 진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말기 바란다"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뱃속에 회충이 가득하게 만들고 회충약이 없어 볏짚물을 먹게 한 깡패 정권에는 한마디 못하면서 겨우 치료해주고 회충 공개한 의사가 그리 못마땅한가?"라며 "이번 일로 북의 지옥같은 실상이 드러나니 화가 나나 보다. 선량한 소시민을 하루아침에 인격 테러범으로 만드는 너희들이 바로 인격 테러범"이라고 적었다. '환자 인권 문제 제기'를 '북한 체제 옹호'라고 논리적으로 비약하며 정의당에 '색깔론'을 덧씌운 것이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도 김종대 의원에게 "스스로 얼마나 무식한가, 얼마나 생각이 왜곡됐나를 밝힌 것"이라고 비판한 뒤, 북한에 구충제 보내기 사업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기간 이후로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한국 정부의 항생제 등 기본적인 의약품 지원이 줄어들어 북한 인권이 후퇴했을 소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 :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의 건강에 미친 영향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법을 준수해야 할 합참이 이국종 교수를 통해 자극적이고 혐오감을 일으키는 정보를 공개토록 한 셈"이라며 "김종대 의원과 이국종 교수가 보수 언론의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