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인 이민호(19) 군은 부모님 몰래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부모님 건강을 걱정했다. 또래보다 빨리 취직해서 부모님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정이 어렵다 보니 친구들이 불러도 다른 핑계를 대면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철이 일찍 들었다.
고3이 돼서 현장실습을 하게 됐다. 한 달 250만 원을 손에 쥐었다. 야근, 그리고 주말 근무를 밥 먹듯이 한 결과였다. 그 돈에서 100만 원은 부모님 생활비로, 나머지 100만 원은 적금을 들었다. 그리고 50만 원은 자신의 생활비로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고인은 그 50만 원을 채 사용하지도 못하고 세상을 등져야 했다.
지난 19일, 제주도 음료 제조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컨테이너벨트 위에서 프레스기에 압사 당해 사망한 고(故) 이민호 군 이야기다. 프레스기가 멈춰 있는 상황에서 컨테이너벨트 위에서 작업하다 갑작스럽게 벨트가 역방향으로 작동하는 바람에 쓰러졌고, 동시에 멈춘 프레스기가 작동하면서 압사 당했다.
9일 사고를 당한 고인은 열흘 간 병상에 있다 지난 20일 사망했다.
5일간 교육받고 이후 혼자 일하다 그만...
22일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는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실습생 사망 사건 관련, 고인의 부모, 친구 등을 직접 만나 고인의 작업현장 및 여건 등을 파악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사고현장에서 고인은 혼자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의 사고가 발생한 뒤, 4~5분이 지난 뒤에야 다른 현장실습생이 고인을 발견한 것. 한 마디로 현장 내 해당 단계 기계를 정규 직원이 아닌 고인, 즉 실습생 한 명에게만 전담케 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이전에도 고인은 작업장에서 기계를 고치다 떨어져 갈비뼈를 다치고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후 고인은 병원에 입원했으나 회사에서는 계속 업무에 나올 것을 독촉, 완전히 치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복귀를 하기도 했다.
연합회는 "갈비뼈가 다쳤을 때, 완치되지 않았음에도 출근을 독촉했던 것은 해당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직원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고인은 5일 정도의 교육만 받았고, 이후 업무 담당자는 고인도 모르게 퇴사했다. 이후 고인이 해당 단계의 업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실습 표준협약서 제4조를 보면 '현장실습을 지도할 능력을 갖춘 담당자를 배치해 현장실습생의 현장실습을 성실하게 지도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장실습생은 혼자 현장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고인은 평소 혼자 일을 해왔고, 그 결과, 프레스기에 머리가 협착되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셈이다.
근무시간 외 야근근무, 주말근무까지
이는 표준협약서 뿐 아니라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 제7조를 보면 휴일 및 휴가는 사업주가 정한 취업규칙을 준용하되, 1주 2회 이상의 휴일을 줘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사업주는 야간(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및 휴일 '현장실습생에게 현장실습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적시돼 있다.
표준협약서는 현장실습생의 노동을 1일 7시간으로 제한하고, 동의하에 연장하는 경우도 1일 7시간만 연장하도록 하고 있다.
"취업 후 지도 점검을 어떻게 했길래..."
문제는 이러한 현장실습 관련, 교육기관은 아무런 교육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제9조의3을 보면 직업교육훈련기관의 장은 현장실습산업체의 장과 협의하여 직업교육훈련교원으로 하여금 산업체에 현장실습 중인 직업교육훈련생에 대하여 필요한 현장지도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교육부는 2017년 3월 발표한 '현장실습 지도, 점검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현장실습 기간 학교는 전체 기업을 2회 이상 직접 방문하도록 돼 있다.
연합회는 "갈비뼈까지 부러지는 중상이 있었음에도 학교에서의 취업 후 지도 점검은 어떻게 했길래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또한, 제주도교육청은 현장실습 운영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운영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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