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특수활동비 불똥 튀자 '월급'이라고?

2년 전과 달라진 해명에 여야 "앞뒤 안맞아"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과 관련, 정부 및 공공기관의 특수활동비 전체가 다시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가 과거 국회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썼다는 의혹에 대해 2년 전과 미묘하게 내용이 다른 새로운 해명을 내놓으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20일 여야 각 당의 지도부 회의에서는 홍 대표 관련 의혹에 대한 성토가 일제히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변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과거(2015년) 고 성완종 회장 수사 당시 홍 대표 부인의 금고에 있던 거액의 돈이 성 회장이 (줬다고) 주장한 돈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으나, 홍 대표는 '원내대표로서 받은 특수활동비를 건네준 것'이라고 변명했는데, 지금 특수활동비가 문제되니 '월급을 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박완주 수석대변인 명의로 이날 오전 별도 논평을 내어 "홍 대표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주말 '아내에게 준 돈은 특수활동비가 아닌 본인 급여'라고 돌연 말을 바꾸면서 오히려 도둑이 제발 저린 듯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홍 대표의 일관성 없는 해명은 오히려 수사 당국의 진상조사 필요성만 키우고 있을 뿐"이라며 "검찰은 즉각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경환의원, 홍 대표의 특수활동비 횡령 의혹 진상규명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에서도 장진영 최고위원이 "홍 대표는 국회운영위원장에게 매달 특수활동비 4~5000만 원이 나온다고 했다"며 "월급이 1000만 원 남짓한 의원에게 활동비가 매달 4~5000만 원이 나온다니 어안이벙벙할 뿐이다. 국회가 간첩 잡는 것도 아닌데 무슨 특수활동비가 그렇게 많나"라고 꼬집었다. 장 최고위원은 "일반 국민들은 월급 200만 원을 받아도 칼같이 세금을 떼이는데, 수천만 원을 영수증도 없이 주고받은 것이 당연한 듯 떠벌리고 있다"고 홍 대표를 비판하며 "유권무세 무권유세, 세금은 권력자들의 것이란 소문이 제1야당 대표 입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충격 그 자체"라고 했다.

보수 야당인 바른정당에서도 박인숙 최고위원이 "홍 대표의 (구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특수활동비 개인 사용 의혹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며 "특수활동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법적 범위를 넘어 활용하는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홍 대표는 과거 특수활동비 사적 활용을 고백한 것에 대해 다시 말 바꾸기 해명을 하고 있지만, 본인 입에서 고백한 것이 '팩트(사실)'이기 때문에 떳떳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 "검찰도 법무부에 특수활동비 상납했잖아" 반발

홍 대표는 주말인 지난 18~19일 연이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문제가 되니 2015년 성완종 사건에 연루됐을 때 내가 해명한 국회 원내대표 특수활동비에 대해 민주당에서 시비를 걸고 있다"며 "국회 여당 원내대표 겸 국회 운영위원장은 특수활동비가 매달 4000만 원 정도 나온다. 그 특수활동비는 국회 운영에 쓰라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수령 즉시 정책위의장에게 정책 개발비로 매달 1500만 원씩 지급했고, 원내행정국에 700만 원, 원내수석과 부대표들 10명에게 격월로 각 100만 원씩, 그리고 야당 원내대표들에게도 국회 운영 비용으로 일정 금액을 매월 보조했다. 나머지는 국회 운영 과정에 필요한 경비 지출및 여야 국회의원·기자들 식사비용이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생활비'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늘 급여로 정치 비용을 대던 국회의원들과 기자들 식사 비용 등을 원내 활동비로 대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급여에서 쓰지 않아도 되는 그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었다는 것이지 국회 특수활동비를 유용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데 그 당시 언론들은 거두절미하고 마치 국회 특수활동비를 유용한 듯 보도했다. (내가) 국민 세금인 공금을 유용할 정도로 부패하거나 어리석지는 않다"고 언론 탓을 했다.

홍 대표는 또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에 대해 "내 사건의 경우 검찰이 제출한 증거인 성완종 씨의 유언, 육성 녹취록, 메모를 모두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여도 내가 돈을 받지 않았다고 (2심이) 판단했기 때문에, 법률심인 대법원에서는 법률 판단을 할 것이 없다"며 "상고 이유 자체가 안 되는 것인데 못된 검사들이 내 발을 묶기 위해 면책적으로 상고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당시 제 1야당 원내대표였던 저는 그 어떠한 명목으로도 홍 당시 국회운영위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언제, 어떻게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국회운영비를 보조했다는 것인지 분명한 해명을 요구한다.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가 없을 경우 부득이하게 법적 조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이나 최경환 의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 홍 대표의 국회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에 대해 '그러면 검찰은 문제가 없느냐'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이 인사권과 지휘권을 쥔 법무부에, 국민들께서 수사 잘 하라고 마련해준 특수활동비의 절반을 갖다바친 것은 뇌물"이라는 것이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문무일 검찰총장은 법무부에 얼마를 상납했는지, 박상기 법무장관은 얼마를 상납받았는지 분명히 밝히라"며 "4년간 40억 원을 갖다 바친 사람(박근혜 정부 국정원)과 1년간 105억 원을 갖다 바친 사람(검찰) 중 누구의 죄가 더 큰가?"라고 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한국당은 검찰의 '특수활동비 뇌물 상납 사건'을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 진실을 규명하겠다. 책임자를 색출해 엄중 처벌하고 만약 여의치 않는다면 국정조사까지 고려하겠다"고 공세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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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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