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올라가면서 시진핑의 당초 의도대로 제19대 당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시 주석의 후계자그룹으로 거론됐던 후춘화(胡春華) 광동성 서기와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는 상무위원에 오르지 못하고 중앙위원회 정치국원에 만족해야만 했다. 차세대 지도자의 선출 없이 '시자쥔(習家軍)'으로 불리는 시진핑의 측근 위주로 지도자그룹이 형성되었다.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에 이어 시진핑(習近平)의 이름이 중국공산당 당장에 들어가면서 시진핑 주석의 위상이 가히 황제에 버금간다는 하여 '시황제(習皇帝)'라고 부르기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하였다.
시진핑은 집권 2기를 시작하자마자 '1인 지배체제' 강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10월 27일 당 대회 이후 첫 회의에서 '당 중앙 집중 영도 강화에 관한 약간의 규정'을 통과시켰다. 핵심 내용은 리커창(李克强) 등 6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포함하는 25명 정치국원이 모두가 시 주석에게 매년 서면 업무보고를 하도록 한 것이었다.
이와 같이 중국은 당장 수정을 통하여 시진핑의 완전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이에 이제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헌법 개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 주석이 당장(黨章)의 수정으로 중국공산당을 완전히 장악하였다면, 국가규범의 핵심인 헌법(憲法) 개정을 통하여 더욱 확고한 기반을 확립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 국가체제'에서의 공산당의 역할
중국은 당군정(黨軍政)이 중심축을 이루는 '당 국가체제(party-statesystem)'로, 공산당이 결정‧지도하고 정부가 집행하는 체제를 이루고 있다.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는 달리 공산당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헌법에 규정된 영도적 지위에 근거하여 절대적인 통치권을 행사함으로써 중국의 미래를 결정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이념과 목표를 나타내는 당장은 1921년 7월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강령(綱領)'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제정되었다. '사유재산제 철폐와 계급 타파' 등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하였다. 1922년 7월 제2차 당 대회에서 현재의 이름인 '당장(黨章)'으로 칭하게 된다. 초기 중국 공산당의 당장은 공산주의 국제연합인 코민테른(Comintern)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서 '철저한 반(反)제국주의와 반(反)봉건주의'가 포함되었다.
중국공산당의 최고 규범인 당장은 한때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69년 문화대혁명 시기인 제9차 당 대회 때는 '린뱌오(林彪)를 마오쩌둥 동지의 친밀한 정우이자 후계자로 삼는다'는 규정을 넣어 당장의 정체성에 많은 논란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1921년 중국 공산당 설립 이후, 중국공산당 당장은 97년 간 17차례 수정되었다.
중국공산당은 자신이 제정하여 집행하는 당규범을 통하여 국가규범영역에서도 영도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최고의 규범제정권력을 가지고 있다. 1949년 건국 이래로 헌법 개정 과정을 살펴보면,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헌법 개정의 내용을 국가최고입법기관인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제출하여 헌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중앙위가 헌법개정과정에서 실질적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헌법 뿐만 아니라 중요한 법률 초안의 경우에도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최근 전형적인 공산당 주도의 입법 예로는 2015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가안전법(國家安全法)'이 있다. 공산당은 시진핑이 제시한 '총체적 국가안전관'과 '중앙국가안전위원회'의 법률적 근거를 제공하기 위하여 이미 결정된 내용을 전인대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국가안전법을 입법했다.
공산당 당장의 수정과 헌법 개정을 통한 권력집중
제19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장의 중요한 부분에 수정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의 사례를 봤을 때 당장에서 수정된 내용이 중화인민공화국 헌법(憲法)에 포함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시진핑 주석도 집권 이래로 '의법치국(依法治國)', '의헌치국(依憲治國)'을 강조하고 있던 터라 올해 초 중국공산당의 '제4호 문건(당장 수정과 헌법 개정을 미리 비밀리에 준비하도록 지시)'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가의 기본 통치 질서인 헌법의 개정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앞으로 헌법 개정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개정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당장의 주요 개정 내용인 '시진핑 사상'을 헌법 수정안에 넣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기타의 다른 헌법 사항도 같이 개정함으로써 대폭적인 개정으로 범위를 확대할 것인지가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후진타오(胡锦涛)는 2007년 당장에 자신의 통치 철학인 '과학발전관(科學發展觀)'을 넣었지만, 헌법 개정을 통하여 '과학발전관'을 중국 헌법에 규정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내년 3월 전인대(全人大)가 추진할 헌법 개정에서는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시진핑 사상과 함께 과학발전관이 헌법에 규정되는 영광(?)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동안 반부패활동 시 법적인 근거의 부족으로 많은 논란이 되었던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中央紀律檢査委員會)를 대체할 국가급 반부패 감찰기관으로 '국가감찰위원회(國家監察委員會)'를 헌법 개정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인대는 헌법 개정의 후속절차로 '감찰법(監察法)'을 입법 중에 있다. 초안(草案)을 전인대 홈페이지(www.npc.gov.cn)에 공포했고, 올해 12월 6일까지 사회공개의견청구를 진행 중이다.
더불어 헌법의 국가주석(國家主席) 임기에 대한 부분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 <헌법> 제79조는 국가주석을 전인대에서 선거하도록 하고, 임기는 전인대의 매기 임기와 같으며, 연임은 2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시진핑이 집권 2기를 초과해서 계속 국가주석 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79조에서 2기로 제한하고 있는 연임 조항의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인 지배체제를 굳히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2013년 집권 이후 '의헌치국(依憲治國)'을 강조하고 '치국이정(治國理政)'을 지도이념으로 제시했다. 개혁개방 40주년을 맞는 2018년의 중국 헌법 개정이 '82헌법'을 대체하는 대폭적인 개정이 될지 아니면 '82헌법'의 제5차 수정안(修正案)에 그칠지는 미지수이지만 헌법 개정을 통하여 시진핑 2기의 권력은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