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노동자'…노동 개헌 탄력받나?

노동헌법 개헌 토론회…"사용 사유 제한 헌법에 명시"

'비정규직 문제'를 개헌안에 담아야 한다는 제안이 본격화됐다.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노동 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아예 헌법으로 제한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회노동포럼 헌법33조위원회(대표 심상정)는 16일 국회에서 '노동 헌법 개헌 국회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제안했다.

'국회노동포럼 헌법33조위원회'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제안으로 지난 9월 발족한 단체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삼권을 규정한 헌법 33조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김상희, 한정애, 국민의당 김성식, 박선숙, 바른정당 하태경, 유의동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47명이 이름을 올렸다.

발제에 나선 김선수 변호사는 먼저 '근로자'라는 용어를 '노동자'로 바꾸자고 했다.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의 '근로'라는 용어에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동원 체제적인 뉘앙스가 있다. 노동 존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면 '노동'으로 바꾸자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개헌안에서 "'신체장애자'는 '장애인', '여자'는 '여성', '근로자'는 '노동자'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며 적극적인 개헌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김선수 변호사는 또 1987년 헌법 개정 당시에 부각되지 않았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항들을 헌법에 도입하자고 했다. 노동법에서 인정되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헌법에 명문화하고, 국가의 의무로는 '고용 증진'뿐 아니라, '고용 안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자고 했다.

특히 김선수 변호사는 "노동자를 고용할 때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기간의 정함이 없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자고 했다. 간접 고용 노동자에 대한 '사용 사유 제한'을 헌법에 못 박자는 것이다. 또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도 헌법에 명시하자고 했다.

▲ 국회노동포럼 헌법33조위원회가 16일 국회에서 노동헌법 개헌 토론회를 열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나는 단결권의 주체를 '노동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으로 규정하는 방안이다. 단, 이러려면 노동자만 노조를 만들 수 있도록 한 '노조법'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고, 단결권와 기존 '결사의 자유' 간의 구별이 불분명해진다.

대안으로 김선수 변호사는 "단결권의 주체를 노동자로 규정하는 현행 규정 형식을 유지하고, 헌법과 노조법상 노동자의 정의에 대한 해석을 통해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동자에 해당하도록 해석하자"고 제안했다.

노동 삼권에 대해서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등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도록 보장하자고 제안했다. "노동 조건을 결정할 때는 노사가 대등한 상태에서 공동으로 결정한다"는 근로기준법 4조의 규정을 헌법 수준으로 격상시켜 명문화하자고 했다.

제헌헌법은 노동자가 기업 이윤의 일부를 분배받을 권리인 '이익균점권'을 규정했지만, 헌법이 개정되며 현재는 이 조항이 사라졌는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노동 이사제와 같은 '사업 운영 참가권'을 추가하자고 했다.

심상정 국회노동포럼 헌법33조위원회 대표는 "촛불 정국을 거치고 이제 노동은 천하고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당당하고 존엄한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며 "기본권 보장 주체를 국민에서 인간으로 확장하고, 헌법에 노동의 가치를 강화해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노동포럼 헌법33조위원회는 이와 같은 내용의 개헌안을 발표하고, 국회 개헌특위에서 '노동 헌법'이 관철되도록 공동 행동을 할 예정이다. 단,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200석)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이 뭉치더라도, 자유한국당(116석)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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