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의 끝은 해임이 아니라 감옥"

김장겸 사장 해임안 5대 1로 통과... MBC노조, 총파업 중단 계획

세 차례 임시이사회 끝에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이 의결됐다. 이로써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훼손된 공영방송이 정상화할 수 있는 첫발을 뗀 셈이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제8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찬성 5표, 기권 1표로 김장겸 MBC 사장 해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여권 추천 이사 5인은 김장겸 사장 해임안 제출 이유를 두고 "김장겸 사장은 방송법과 MBC 방송강령을 위반하며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짓밟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 해임이 MBC 주총에서 확정되면 MBC는 당분간 백종문 부사장이 사장 직무를 대신 수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방문진은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공영방송 장악 논란과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으로 백 부사장을 조사 중인 점을 고려, MBC에 공문을 보내 "인사 등 사내 중요한 조치는 유보하고 최소한의 기본 업무만 수행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임시이사회. 이완기 이사장이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광동의 변신? "공영방송은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

이날 김장겸 해임안 의결 이사회에는 야권 추천 이사인 이인철, 권혁철, 고영주 이사 등은 불참했다. 또한, 자신의 해임에 대한 소명 기회를 받은 김장겸 사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이날 야권 추천 이사 중 유일하게 참석한 김광동 이사만이 김장겸 해임안 관련, 반박 의견을 냈다. 김 이사는 "이런 식으로 MBC 사장이 해임될 경우,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공영방송의 이념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공영방송은 특정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론사와 다르다"면서 "단일 가치를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권력을 견제하고 다양한 가치를 보도하는 것이 공영방송"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그러나 권력이 바뀌었다고 방문진 이사진이 바뀌고, 그에 따라 MBC 경영진이 바뀐다면 그러한 (공영방송의) 가치는 붕괴된다"며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견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다양한 가치, 중립적 가치가 구현돼야 하는 공영방송에서, 다수 이사가 (김장겸 사장 관련) 불공정하고 분열을 야기하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 일했다고 하면서 경질한다면, 그 제도(공영방송)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그간 김장겸 사장 체제에서는 MBC가 다양하고 중립적 가치를 구현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등의 역할을 했지만, 권력이 바뀌면서, 즉 김장겸 사장이 해임될 경우, 그러한 역할, 다시 말해 공영방송의 역할을 MBC가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진순 "그렇게 공영방송 잘 알았으면서 그렇게 관리를 못 했나"

곧바로 여러 이사가 반박했다. 이진순 이사는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가 그렇게 이해가 높은지 몰랐다"면서 "그래서 궁금한 점은 왜 그동안 그렇게 공영방송의 역할을 잘 알았으면서도 그렇게 하도록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그동안 MBC는 친 권력적, 정파적 보도만을 했을 뿐만 아니라 획일주의적인 방송경영을 해왔다"며 "그리고 그런 MBC를 지난 방문진은 외면했다"고 말하며 지금이라도 그러한 잘못된 공영방송을 바로잡아 보고자 김장겸 해임안을 의결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이사는 김광동 이사를 지목하며 "(공영방송의 관리감독을 방기했으면서) 갑자기 권력에 저항하는 독립투사처럼 말하면 국민들이 웃는다"며 "친 권력 행보를 보이면서 승승장구하다가 퇴로가 막히니 정치권을 가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경환 이사도 "지난 8년 재직하는 동안 (공영방송 관련) 소신 발언을 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때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해가 되지만 이제와서 (공영방송 운운하는 것은) 궤변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유기철 이사도 "기가 찬 "친일하다가 독립하니 독립군 행사를 하는 꼴"이라고 김광동 이사를 겨냥했다.

결국, 약 2시간 가까운 설전 끝에 이완기 이사장이 표결처리를 선언했다. 이 이사장은 "김장겸 사장에게 소명 기회를 충분히 줬고, 불참한 세 명 이사에게도 참여 요청을 수차례 했다"며 "방송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장겸 해임안은) 계속 지연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이사장은 "또한 공문을 통해 김장겸 사장에게 해임사유를 전달했다"며 "이제는 판단할 시점이다. 이 자리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표결처리를 진행했다.

비밀투표로 진행된 표결은 찬성 다섯 표, 기권 한 표로 김장겸 해임안은 의결됐다. 김광동 이사는 해임안 의결을 발표하기 직전, 이사회장을 빠져나갔다.


MBC노조, 14일 집회 열고 총파업 중단 선언

김장겸 사장의 해임은 13일 오후 6시에 열리는 MBC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여기서 김 사장 해임안이 확정되면 MBC 노조는 파업을 잠정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길고 길었던 방송 파행이 정상화될 전망이다. MBC 노조는 14일 오전 집회를 열고 총파업 잠정 중단 선언을 할 계획이다.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은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 의결 관련, "오늘 하루 마음껏 울고 웃자"며 "지난 7년 동안 멈추지 않고 끝까지 싸운 조합원들과 이를 지지한 시청자들의 힘"이라고 말했다. MBC본부는 이날 이사회가 진행되는 율촌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아직 할 일이 많다. 김장겸의 끝은 해임이 아니라 감옥"이라며 "다시는 권력에 MBC를 팔고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이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BC본부도 곧바로 성명을 내고 "김장겸의 해임은 지난 9년 MBC를 장악한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의 종식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MBC본부는 "아직 MBC에는 적폐의 잔재가 곳곳에 쌓여 있다"며 "불의한 집권 세력과 결탁해 잇속을 챙긴 백종문 등 부역 경영진과 간부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언론 장악에 협조한 대가로 주어진 지역MBC 사장 자리에 앉아 MBC의 네트워크를 파괴하고 지역성을 말살하는 자들도 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모두 김장겸과 함께 퇴출돼 공영방송을 망친 죗값을 치러야 할 사람들이고, 이미 상당수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며 "부역의 잔당들은 이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기 바란다"고 자진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MBC본부는 앞으로 공영방송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개선에도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송 종사자들의 치열한 토론을 거쳐 어떠한 세력에도 휘둘리지 않을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을 쟁취해, 보도의 공정성과 편성·제작의 자율성을 반드시 확보할 것"이라며 "고통스런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MBC의 완전한 정치적 독립을 보장할 법률 개정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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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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