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정말 비겁하다. 떳떳하면 나오라"

[고성국의 정치in] 오세훈 시장 "무상급식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오세훈 시장과는 세 번째 인터뷰다. 최다출연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시간 없는 것도 잘 알고 있고 피차 하고 싶은 얘기, 묻고 싶은 얘기가 많은 것도 잘 알고 있는 터이므로.

"민주, 총선 앞두고 성과 내려해…지금은 싸워야 할 때"

"6.2지방선거 직후에 만났었다. 거의 6개월만인 것 같다. 그동안 어땠나?"
"기었다. 바닥을 박박 기었다. (웃음)"
"기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일어섰나?"
"저 사람들(민주당 시의원들), 양보하기 시작하니까, 항복을 바라는 것 같더라."
"어떤 것을 양보했나?"

▲ 오세훈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양화대교다. 얼마나 기었는지 궁금하신 것 같은데.(웃음) 나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려고 민주당에서 온갖 성명을 내는데 성명을 가만히 들여다 보라. 오 시장이 대화를 안했다는 류의 비난은 한 줄도 없다. 그 만큼 저 사람들도 제 노력을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경인 아라뱃길' 사업과 관련해 배가 통과할 수 있도록 한강의 양화대교 교각을 공사하는 것을 말하는가?"
"그렇다. 7월 1일부터 시의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민주당 시의원 10명 정도가 기세등등하게 찾아왔었다. 이미 지난해 예산에 반영돼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인데, 이것을 막음으로써 경인운하를 쓸모없는 운하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동의하기 어려웠다. 서해 뱃길을 통해 중국 관광객들이 굉장히 늘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단 안하면 대화 자체가 시작될 수 없을 것 같아서 중단하고 대화 무드를 만들었다. 3개월 동안 중단하니까 언론에서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더라. 그러니 의회가 다급해질 수밖에. 나중에 슬그머니 공사 재개해도 문제 삼지 않을 테니 재개하라고 하더라. 넌센스다. 지금은 공사를 재개했다. 시의회에서 형식적으로 비난 성명 하나 내고 말았는데, 자기들이 실수한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석달 동안 손해를 많이 봤나?"
"상당히 손해를 봤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대화를 위해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공사를 중단하고) 만나자고 했는데도 안 만나줬다. 그게 한 달 이상 계속됐다. 그래도 안 만날 수는 없지 않나. 상임위별로 돌아가면서 만나고, 개별적으로 의회 내 그룹과 만나고, 따로 면담신청해서 (민주당 시의원들이) 오고 그랬다. 정말 지난 4년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이 분들과 시각차를 교정하기 위해서 투자했다. 그렇게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지금 말이 없는 것이다. (내가) 강수를 두고 나오는데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말이 없는 것이다."
"막상 대화해보니까 말은 통하던가?"
"나는 '(대화)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분들이다. 열정도 있다. 그래서 시각 차를 좁혀보려고 했다. 선거 때는 선거니까 모든 사업을 전시성이다, 낭비성이다 했지만, 업무파악을 해 보니 정말 낭비성이고 전시성이냐고 묻고 설득했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원총회만 하면 강경파가 이기더라. 전반적인 시의회 분위기는 대화 분위기가 조성이 돼 있었고, 지금도 상당수 시의원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10명 정도의 강경파가 늘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번에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도 소수 '강경파'의 의지에 좌지우지됐나?"
"무상급식도 얘기가 상당히 진척이 됐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야말로 갑자기 '처리해야 하겠다'고 하면서 강행 통과시켰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동안 저는 원칙까지 버려가면서 타협을 했다. 저는 원래 전면 무상급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다. 그 돈이 있으면, 중산층 이상 아이들에게 줄 돈이 있으면 가난한 아이들에게 더 많이 줘야한다고 생각해왔다. 무상급식은 순차적으로 확대하자는게 내 주장이었다. 그런데 타협을 하려고 하니까 그것을 버려야 하더라. 그래서 나는 그 대신 당신들도 내년도 '전면무상급식'은 버리라고 말했다. 2012년 초등학생 전면무상급식, 2013년 중학생 전면무상급식을 하자는 게 조례안인데, 그것을 2년 씩 늦추자고 했다. 협상은 진척이 잘 돼 왔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것도 저것도 안된다면서 강행처리했다."

▲ "(민주당 시의원들은) 4분의 3의 의석을 만들어준 시민들의 뜻을 무시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저를 당선시켜준 시민들의 뜻은 왜 그렇게 짓밟느냐." ⓒ프레시안(최형락)
"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나?"
"선거 때문이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내후년(2012년)이 총선이다. 성과물을 만들어내겠다는 욕심이다. 그렇게밖에 해석이 안된다. 왜 대화를 잘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내년에 전면 실시를 해야 하나?"
"시의원들인데, 왜 총선을 염두해 두나?"
"자기들의 보스(boss) 때문이다."
"서울 지역에 출마할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들 때문에?"
"그것도 있을 수 있고, 서울이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니까 서울 경기를 꺾으면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것이고, 본인들의 공에 의해 성과물이 만들어지고, 그러면 '우리를 뽑으면 이렇게 혜택이 간다'는 식으로 성과물을 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 분들이 무상급식 논의를 제기할 때 제 1논거가 '낙인감'이었다. 학교에서 급식 받는 아이들이 심리적 위축이 될 수 있으니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하자는, 한마디로 말해 해괴한 발상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게 시스템적으로 해결이 된다. 보육 전산망과 복지 전산망을 통합하는 안을 정부가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보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신청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동사무소에 급식을 신청하는 식으로 해결이 된다. 민주당의 제 1 논거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국회 교과위에서 그 법안을 상정조차 않고 있다.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나."
"그렇다면 단순히 오세훈 시장 대 서울시의회와의 싸움이 아니고, 내년 총선, 대선까지 염두해 둔 상징적인 싸움이라는 얘기 아닌가?"
"그렇다. 이 분들(민주당 시의원들)은 기본적으로 대화가 안 된다. 저는 대화를 위해서 정말 바짓가랑이 사이를 기는 심정으로 6개월을 살아왔다. 경인 아라뱃길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시의 랜드마크가 서울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에 '부자들이 쓰는 시설이다'하는 식으로 비판을 하던 분들인데, 내가 논리적으로 꾸준히 설득한 결과 필요성을 인정하는 데까지 왔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강경파가 이긴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설명회를 시작하려고 한다. 하루에 한 사업씩 시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다시 하려고 한다. 이 사업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시민들에게 얘기하려고 한다. 시의원들에게는 충분히 설명했고, 대화 더 해봐야 의미가 없다. 저 사람들은 마음 속에 이미 결정이 돼 있는 것이다. (전면)무상급식 예산을 받지 않으면 다른 사업예산을 삭감하겠다고."
"결국 거리에 나서는 수 밖에 없나?"
"그렇다. 시민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 내가 시의회에서 답변하고 설명하는 것 자체를 막는다. 토론하겠다는 자세가 전혀 아니더라. 토론하자고 하면 호통을 친다. '이 곳은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한다. '아, 이 분들은 내 얘기를 들으려고 하는 분들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이 구성해준 시의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민주당 시의원들은) 4분의 3의 의석을 만들어준 시민들의 뜻을 무시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저를 당선시켜준 시민들의 뜻은 왜 그렇게 짓밟느냐."
"시민들에게 직접 호소한 다음의 수순은 뭔가?"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전면무상급식 할 돈 2년 절약하면 서울에 랜드마크 하나 짓는다"

오 시장의 얘기에서 전쟁터의 포연냄새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상대에 대한 적개심 같은 것도...쟁점인 무상급식에 대한 오시장의 입장을 좀 더 분명하게 들어봤다.

▲ "만들어놓고 보면 얼마나 많은 황금알을 서울에 내놓을 것인지는 그 때 가면 알게 될 것이다. 부자집 아이들 무상급식 할 돈 2년만 절약하면 (서울에) 랜드마크 하나 짓는다." ⓒ프레시안(최형락)
"'애들 밥먹이는 문제인데 이것이 이념 문제냐' 하는 반론이 있다."
"이렇게 설명을 드리면 가장 정확하다. 첫째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집안 아이들은 지금 11%까지 밥을 먹이고 있다. 서울시가 이번에 반영한 예산만 추가해도 내년에 16%까지 정부에서 부담을 하게 된다. 그 정도면 적어도 박탈감을 느낄만한 숫자는 거의 전원 다 해결이 된다. 학생 1인당 1년에 10%까지 먹인다고 하고 90%까지 가는 돈을 절약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다른 보조비로 쓰면 1인당 400~500만 원이 돌아간다. 이 돈이면 학교에서 웬만큼 필요한 부분은 다 해결된다. 그런데 민주당이 '낙인감'을 이유로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게 올바른 스탠스인가? 밥도 굶을 정도면 다른 교육에 들어가는 부분은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그것을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은 아라뱃길 사업, 플로팅 아일랜드 사업, 서울시 디자인 사업 등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서 더 들면 더 드는대로 무상급식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 그런데 지금 말한 그 사업들은 대부분 한시사업이다. 5~6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어찌 됐든 한시적인 사업으로 끝난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영원히 간다. 이런 사업은 한 번 시행하면 물릴 수 없다."
"선거에 떨어질 각오하고 없애면 없어지지 않겠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 아시지 않나. 그리고 조금 전에 예로 든 사업들이 불필요한 사업인가? 이 사람들은 한강 르네상스와 토목을 얘기한다. 그것은 그 분들의 정치적 견해일 뿐이다. 실제로 서울은 공원이 없다. 전 세계 도시 중에 서울만큼 도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없는 도시도 없다. 서울에 빈 땅이 없다. 그래서 한강 둔치하고 20개 지천 변을 활용한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그야말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다.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그래도 한강 르네상스가 쓸데없는 토목사업인가? 진짜 서민들이 가는 곳이 거기다. 그런데 이런 사업 하지 말자는 것이다. 서해 뱃길 사업도 2000억 원 가량 든다. 그게 무상급식 1년 예산이다. 그러나 (서해 뱃길은) 부가가치를 낸다. 길게 설명 안하겠지만 만들어놓고 보면 얼마나 많은 황금알을 서울에 내놓을 것인지는 그 때 가면 알게 될 것이다. 부자집 아이들 무상급식 할 돈 2년만 절약하면 (서울에) 랜드마크 하나 짓는다. 그것은 서울의 미래와 도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을 보는 눈의 차이다."
"곽노현 교육감과도 논쟁을 하는 것 같던데?"
"교육청 1년 예산이 6조 4000억 원이다. 교사 월급 등을 빼면 1년에 8000억 원이 남는다. 그 8000억 원을 학교 시설 업그레이드 하고 방과 후 학교를 하고, 학교 안전을 강화하거나 하는데 써도 턱없이 부족한데 거기에서 매년 2500억 원씩 무상급식에 쓰겠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판단이 아니다. 또 올해 서울시가 교육청에 별도로 무상급식 명목이 아닌 1500억 원의 전출금, 과거에 없던 것을 순증해서 준다. 그 돈을 무상급식에 넣어버렸다. 게다가 (민주당은) 그것은 그것이라면서 무상급식 예산을 더 내놓으라고 한다. 동의할 수 없다. 교육청에서 무상급식 하겠다고 하는 것도 다른 명목으로 서울시가 준 예산 덕분에 가능해진 것인데, 거기에 더해서 (무상급식 비용) 나머지 절반을 못 대면 오 시장 책임이라고 한다. 논리구조가 그렇게 돼 있다. 황당하다. 이런 얘기를 해보자고 '곽 교육감 나오라'는 것이다."
"곽 교육감은 왜 안 나오고 있다고 생각하나?"
"논리적으로 허술하기 때문에 안 나온다고 본다. 그래서 저는 솔직해지자는 것이다. 나와서 설득할 자신이 있다면 왜 안 나오나? 무상급식류의 복지는 보편적 복지라고 부르는 것이 부당하다. 무차별적 복지, 과잉 복지다. 이것을 하려면 세금을 올리자는 주장을 먼저 해야 한다. 그게 국민들에게 솔직한 주장이다. 무차별적 복지, 과잉복지를 하려면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증세를 하자'고 하면서 해야 한다. 민주당이 '증세하자'고 한 적 있나. 곽노현 교육감이 무상급식 이야기 할 때마다 핀란드, 스웨덴 얘기를 한다. 핀란드, 스웨덴의 담세율, 그리고 국가재정 지출 규모가 우리나라의 두 배가 넘는다. 담세율도 우리나라는 22%인데, 곽 교육감이 늘 얘기하는 핀란드, 스웨덴은 담세율이 31%, 36%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지금보다도 최소한 50% 많으면 100%까지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고소득 층을 대폭 올리는 것도 모자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월급에서도 최소한 세금을 10~30% 올려야 한다고 누군가는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그러나 '무상급식 하려면 세금 올려야 한다'는 얘기를 한 정치인이 아무도 없다. 그런 얘기를 TV 토론에서 하자는 것이다. 저는 시정 질문에서 그 얘기를 하려고 했지만 기회를 안 준다."
"토론을 해도 곽 교육감이나 민주당이 굽힐 것 같지 않은데?"
"지금은 무상급식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논리적 구조에 서 있는지 충분히 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성국 박사가) 공격적으로 질문을 하셔도 된다. 이 말은 꼭 써 달라. '곽노현 교육감 나오라. 정말 비겁하다. 떳떳하면 나오라.' 내가 미흡하면 내 입장을 철회할 수 있다.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오 시장의 공개적 토론 요구는 이 인터뷰를 통해서 전해질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의 입장이 확인되면 공개적으로 전할 것을 약속드린다.

"나는 김문수 지사처럼은 죽었다 깨나도 못한다"

그 전에 오시장에게 듣고 싶은 얘기가 몇 가지 더 있었다. 김문수 지사 부분도 그 중 하나였다.

"'보수-진보' 전선의 한 가운데에 오 시장이 서 있는 것 같다."
"그런 셈이다."
"그러면 경기도의회와 타협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전선에서 탈락했다고 보나?"
"입장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동의는 할 수 없다."
"어떤 측면에서 이해한다는 것인가?"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지렛대로 민주당 도의원들이) 다른 예산으로 공갈을 쳤을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니 경기도도 '보트쇼' 예산 등 (김 지사가) 꼭 하고 싶었던 국제행사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도의회에서는 전액 삭감한다고 벼르니 지사 입장에서는 애가 탔을 것이다.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의할 수 없다. 그것(무상급식 문제)은 정공법으로 시민들게 호소해야 한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서 중앙당의 '도움'을 요청했는데?"
"도움을 요청했다기보다 지금과 똑같은 얘기를 했다. 민주당은 끊임없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을 들고 나올 게 뻔하다. 그러니 한나라당에서도 복지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되면 이런 복지를 하고, 4만 달러가 되면 이런 복지를 하고, 5만 달러가 되면 이런 복지를 하겠다고 하라는 것이다. 그 복지 로드맵보다 (민주당이) 앞선 주장을 하게 되면 국민들에게 속살을 열고 형편에 대한 호소를 할 수 밖에 없다. 우리 형편상 지금은 이런 정도가 적정한 복지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망국적인 복지 포퓰리즘을 들고 매 선거 때마나 표를 얻어 집권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책략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우리 형편상 지금은 이런 정도가 적정한 복지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망국적인 복지 포퓰리즘을 들고 매 선거 때마나 표를 얻어 집권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책략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프레시안(최형락)

"다른 참석자들 반응은 어땠나?"
"시간도 제한이 있었고,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었다. 김문수 지사님이 '무한돌봄사업 등 경기도 복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하고 그러면서 마치 복지 정책 선 뵈고 자랑하는 자리처럼 성격이 변해서 모양이 이상하게 돼 버렸다. 저는 정책위에서 복지 로드맵을 만들라고 했다. 지금 박근혜 전 대표가 사회복지기본법 전면개정안 관련 공청회를 한다고 하는데, 본인의 '복지국가'를 천명하고 있지 않나. 굉장히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은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런 기본법에는 그런 로드맵이 있지 않을까 싶다. 기대하고 싶다. 잘 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뻔히 망하는 길로 가는 나라를 어떻게 그대로 두고 보나"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정책에 대해 긍정평가를 했으나 오 시장은 얼마 전 감세논쟁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를 비판한 바 있다.

"얼마 전 같은 맥락에서 한나라당의 감세 논쟁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나? '부자감세 일부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정두언 최고위원을 겨냥했던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그렇게 (박 전 대표와 정 최고위원을 비판을 한 게) 됐다. 그 논쟁도 이렇다. 민주당 식의 주장을 펴려면 증세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왜 못하냐는 것이다. '앞으로 씀씀이를 줄여 작은 정부 만드는 게 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해야 한다. 그러면 부자 감세건 뭐가 됐건 감세를 하는 게 옳다.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것이 서민들에게 감성적으로 표 얻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거기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특정인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한나라당 전체가 감세 논쟁이나 증세 이슈가 나오면 솔직히 국민 앞에 속살을 드러내고 호소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표와 무관하게 그 용도를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본질은 어디 가고 한나라당은 부자감세당이라는 정치 공세에 밀려서 허둥지둥하지 않았나. 허둥지둥한 한나라당을 한심하다고 한 것이다. 어떤 한 분을 비판한 게 아니라 그런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고 한심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왜 정도를 걷는 정치를 못하느냐 이것이다."
"좀 더 솔직하고 당당하게 책임 있게 움직여야 한다?"
"자꾸 표 계산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설득해야한다."
"그에 대해 감세 철회 논쟁을 촉발시켰던 정두언 최고위원은 '당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한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저는 (무상급식 논쟁 관련해) 서울시당에 공조를 요청했다. 사실상 공조를 하고 있다. 그게 어느 특정 개인 국회의원 한 분의 도움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좀 더 근본적으로 오 시장의 현재 스탠스에 대해 얘기해보자. '무상급식' 논쟁 자체가 이슈의 성격상 민주당은 '하자'는 쪽의 포지티브 포지션(긍정적 위치)을 갖게 된다. 한나라당이나 오 시장은 '하지 말자'는 네거티브 포지션(부정적 위치)을 갖게 돼 있다. 정치적으로만 보면 굉장히 불리한 포지션을 자처하는 모양샌데 괜찮나?"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 정치를 그만 두면 그만 뒀지 뻔히 눈에 보이는 망하는 길로 가는 나라를 어떻게 그대로 두고 보나."ⓒ프레시안(최형락)
"왜 중요하지 않나. 선출직 공직자에게 정치적 포지션은 중요한 것 아닌가?"
"저는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이 한마디로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디자인 시정을 하면 전시행정이라는 비판 나올 것 제가 예측 못했겠나. 그래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했다. 한나라당의 주류 세력이 5, 6공 세력일 때 5, 6공 용퇴론을 주장했던 게 저다. 서울시장 재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경선을 해야 하는 저인데, 서울 지역 의원들이 뉴타운 해달라고 했을 때 끝까지 안 해주고 경선을 치른 게 저다. 저는 떨어지면 떨어졌지 그렇게 못한다. 표에서 불리하면 그것을 감수해야 하는 게 정치인이지, 정치적으로 유불리 따져서 한다? 저는 죽었다 깨나도 김문수 지사처럼 그렇게는 못한다. 제가 행보를 보여 왔던 것을 종합해 보라. 오세훈 법을 만들 때 당에서 저한테 우호적이었나? 정치를 그만 두면 그만 뒀지 뻔히 눈에 보이는 망하는 길로 가는 나라를 어떻게 그대로 두고 보나."
"오 시장을 좋아하는 분들 중에는, 오 시장이 그 동안 개혁적이고, 젊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무상급식 파동으로 지나치게 보수적인 색깔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 이런 걱정을 하는 분들도 있던데?"
"걱정해주시는 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이것은 보수 진보를 떠난 문제라고 본다. 이것은 진보의 탈을 쓴 포퓰리즘이다. 진보 진영에 있는 분들도 개탄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분이 '무상급식'에 대응하는 곽노현 교육감과 오세훈 시장을 보면서 이런 촌평을 했다고 한다. '교육감과 시장이 거꾸로 된 것 아냐? 교육감은 교육 콘텐츠 업그레이드 해달라고 하고, 시장은 철없이 (애들) 밥먹이자고 주장해야 맞는 것 아냐'라고. 지금 '무상급식'이라는 용어상의 따뜻함 때문에 오 시장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내 얘기 듣고도 '5살 훈이'라고 부르겠다면 불러라"

워낙 격정적으로 얘기하는 바람에 주제를 잡고 흐름을 만드는 식의 인터뷰 기법을 동원할 필요도 없었다. 바로 마무리로 들어갔다.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있다."
"정확히 하자. 당시 언론 인터뷰 할 때 질문이 '국민과 당원이 절실히 원하는데도 안 나올 것이냐'는 것이었다. 그 때 제가 답변을 '그럴 일은 없다. 전제가 틀렸으니 답변할만한 질문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주자들이 많은데 나를 나와달라고 할 일이 있겠나. 그러나 나도 정치인인데 대권 주자 반열에 올려주는 것은 고마운 일 아닌가. 그런 뜻에서 나도 여지는 두고 싶다. 그러나 지금 무상급식이 이슈가 된 시의회와의 전쟁 상태에서 안그래도 (민주당) 시의원들이 오해를 키우고 순수성을 훼손하려고 시도하는데, 대선 주자 운운하는 언급이 나오면 그것은 정말 도움이 안된다. 이 판국에 꼭 그 질문을 하셔야 하겠느냐' 이게 당시 제 답변이었다."
"어찌됐든 여론조사 회사들이 대권주자 조사할 때는 오 시장을 넣어서 한다. 다들 내년이면 대선 구도가 잡힌다고 생각하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대권 주자를 선정할 때는 오 시장을 넣더라. 그러면 그런 여론조사에서도 완전히 빼달라고 얘기하고 싶은 것인가?"
"굉장히 잔인하시네. 보기보다. (웃음)"
"알겠다. 그 쪽에서는 빼달라고 요청해도 안 뺄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는 차라리 이름을 빼달라고 하고 싶다. (웃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숙성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나?"
"국면이 지나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수 있지만, 지금은 시민들에게 죄송하다. 무상급식의 속성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선전 공세에 넘어가서 '오 시장은 무상급식에 한 푼도 배정 안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다 (민주당의) 새빨간 거짓말이다. 특히 저소득층 결식아동들에게 무상급식 하는 것은 해결된지 오래됐다. 이번에 중앙정부에서 반영 못했다고 하는데 서울시에는 문제될 게 없다. 서울시는 오히려 앞서나간다. 서울시 결식 아동 급식 지원비가 내년 157억 원이고, 양육지원사업비가 168억 원이다."
"홍보가 잘 안된것 같다."
"저 사람들(민주당)이 프로파간다에 강하지 않나.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돈이 서울시 예산) 0.3%밖에 안 되는데 인색하게 군다'고 한 줄로 질문을 하면 저는 5분, 10분 설명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 지도자가 거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 고성국 박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서울시청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서울시 직원들도 무상급식과 관련해 시장의 정책을 잘 이해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가?"
"실제로 본인 파트 일이 아니면 잘 모른다. 서울시 직원이 6만여 명 되는데 자기 부서 일 외에는 모른다. 적어도 조직내 비전은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장이 직접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 직원이 오 시장이 글을 보고 반박글을 올렸다. 봤나?"
"봤다. 대부분 그 정도 수준의 반박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불요불급한 것을 절약하면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민주당에) 이미 세뇌가 된 것이다. 그래서 더욱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허구에 찬 정치적인 거짓말이구나 하는 정상적인,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줘야 한다. TV 토론은 대중용이다."
"그 직원에게 개인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못 느끼나?"
"그럴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산다. 그 분은 민주당 지지자죠. 그러면 어떻게 말릴 방법이 없다. (서울시는) 민주적인 조직이니까."

"마지막으로 누리꾼들의 질문을 대신 하겠다. '트위터'에 보면 오 시장을 누리꾼들이 '5세 훈', '다섯살 어린이 훈이'라고 부른다. 별명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5세 훈'이라고 하는 것은, 저를 쫒아다니면서 그림자 시위를 하는 분들도 그것을 써 갖고 다니기 때문에 저도 보고 있는데, 그 분들에게 오늘 <프레시안> 인터뷰를 읽으라고 하고 싶다. <프레시안>인터뷰를 읽고도 '다섯 살 훈이'라는 말씀을 하면 그냥 저는 계속 그 얘기를 듣겠다."

오늘도 폭포 같은 인터뷰 끝에 서둘러 일어섰다. 문득 머물고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아쉬운 연말이다. 오 시장에게는 그런 여유가 언제쯤 찾아올런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시청사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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