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한국서 챙긴 '동맹의 비용' 도대체 얼마?

文정부 맞춤형 '대북 메시지', 대가는 "수십억불 무기 구매"

방한 첫날인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내놓은 메시지는 사전에 예상 가능했던 범주를 넘어서지 않았다.

평택기지 '캠프 험프리스' 방문을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국빈 만찬으로 이어진 일정을 소화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한미 공조와 연합 방위태세를 확인함으로써 국내 일각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선물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안겼다.

또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를 확대키로 함으로써 국내 보수층의 '전술핵 재도입' 주장을 상쇄하는 한편,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조치를 해제해 한국의 대북 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길을 열어줬다.

그러나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차원에서 미국산 무기 구매, 한미 FTA 등 통상 문제 등이 회담 테이블에 올라 문재인 정부가 지불해야 할 '동맹의 비용'이 만만치 않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억지력 제공을 빌미로 한 무기 판매와 무역 불균형 해소라는 방한 목적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文대통령 맞춤형 '대북 메시지' 선물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선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법을 놓고 한미 정상이 한 목소리를 낸 점이 눈에 띈다. 그간 '전쟁은 안 된다'며 평화적 해법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과 군사 옵션 실행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불협화음'이 어느 정도 불식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에게 단순한 오랜 동맹국 그 이상이다. 우리는 전쟁에서 나란히 싸웠고, 평화 속에서 함께 번영한 파트너이자 친구"라고 한미 동맹을 높게 평가했다.

대북 메시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서 우리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건 북한 주민에게도 좋고, 전 세계 시민들에게도 좋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움직임 있으니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겠다"고 했다.

북미간 '직접 접촉 움직임'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 대신 외교적 해법을 우선 순위에 올려둔 것만으로도 문 대통령의 대북 전략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우려됐던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비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북한 독재자"라고 지칭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한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두에게 끔찍한 위협"이라고 했을 뿐이다.

또한 "지금이야말로 단호하게 시급히 행동해야 한다"며 "모든 국가는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해야 하며 북한과의 교역과 사업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는 원론적 언급을 반복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전날 발표한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은 실효성보다 상징적 조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태도를 바탕으로 정상회담 결과 발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 정착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설 때까지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해나간다는 기존 전략을 재확인했다"면서도 "동시에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밝은 미래를 제공할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러한 공동의 접근 방법 바탕으로 북핵 문제 평화적이고 근원적 노력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제재와 압박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때"라면서도 "언젠가 국면이 전환되면 한번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서 한국과 미국 간에 보다 긴밀한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 방문을 하루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도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러시아도 많은 도움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다른 국가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많은 상황들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이 문제는 25년 간 다뤄온 문제지만 지금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물려받았다. 아주 오래전에 해결돼야 했던 문제"라고 했다. 국제 공조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군사 옵션 등 성급한 선택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코리아 패싱'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정리한 점도 문 대통령에게는 선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로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다"고 이를 일축했다.

"文대통령이 수십억 달러 미국산 무기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론적이고 비교적 유연한 '대북 메시지'를 낸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산 무기 구매 약속 등 막대한 '비용 지불' 의사를 밝힌 점과 관련이 깊다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최첨단 군사정찰자산 획득과 개발을 위한 협의를 즉시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것은 우리 한국의 자체 방위 능력과 한미 연합 방위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부연함으로써, 첨단 무기 구매가 미국의 압박이 아닌 한국 정부의 필요에 의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한국이 무기 구입을 늘리면 미국과 한국 간 무역적자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미국산 무기 판매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국이 첨단 무기를 도입한다는 원칙에 대한 합의"라며 "구체적 무기 종류와 성격 등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한 부분도 있고, 최첨단 정찰자산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 두 가지는 우리 정부가 향후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전 정부에서 합의한 무기구매와 관련한 부분은 지속해서 이어져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와 맞물려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가 조만간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 감시 특수정찰기인 조인트스타즈(JSTARS), F-35A 스텔스기 20대, SM-3 대공미사일, P-8A 해상초계기,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MQ-1C), 무인정찰기 RQ-7 섀도우 등이 예상되는 '구매 리스트'다.

특히 4대 가 있어야 효율적 운용이 가능한 조인트스타즈는 대당 가격이 36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F-35A 20대 구매에도 3조2000억 원 이상이 든다. 해상초계기 20여 대는 2조6000억 원, SM-3 대공미사일은 1발당 150억 원, 그레이 이글은 대당 6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거론되는 무기 구매 비용을 합산하면 7~8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군사자산을 가지고 있다. 전투기이든 미사일이든 미국의 자산들이 가장 훌륭하다"면서 "(문 대통령이) 한국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이런 장비들을 주문하는 것으로 말했다"고 무기 구매액 규모를 밝히기도 했다.

백악관이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무기와 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문 대통령에게) 개념적으로 승인했다"고 밝힌 내용과 일치하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도입 의지를 표명한 핵추진 잠수함도 논란이 예상된다.

도입 찬성론자들은 디젤 휘발유 대신 저농축우라늄을 가동원료로 하는 핵추진 잠수함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억지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에 비해 2배의 비용이 투자되는 데다 한반도 지형에 적합하지 않아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반발까지 감안하면 치러야 할 유무형의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또 다른 조치는 한미 FTA 등 통상 분야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와 관련해 "자유롭고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 현재 협상이 미국에 그렇게 좋은 협상이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따라 미국 통상당국도 조만간 본격화 될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압박 수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이슈로 부상한 자동차, 철강 분야 외에도 농축산물 분야의 시장 추가 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의 구체적 항목을 명시하며 개정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8일 별도 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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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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