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뒤 트럼프가 온다

통제불가 트럼프 '입' 조마조마…한반도 정세 분수령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이 시작됐다. 3일부터 14일까지 12일 간의 일정. 그 사이 일본·한국·중국·베트남·필리핀 등 5개국을 방문한다.

한국 국빈 방문은 7~8일 1박2일 일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갖는 세 번째 한미 정상회담, 국회연설 등이 하이라이트다.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달라진다. 추가 도발을 자제하며 '관망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따라 반응 수위를 조절할 거란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전 방한해 평택 주한미군기지를 먼저 찾는다. 캠프 험프리스는 미 육군의 해외기지로는 최대규모다. 지난 7월 공식 개관한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의 92%에 해당하는 약 9조 원을 우리 정부가 부담했다.

청와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평택 기지는 한미 동맹의 미래발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그 무엇보다 상징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취임 초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인상을 줄곧 요구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태도를 바꿀지는 미지수다.

평택기지 방문에 이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결과 발표를 겸한 공동기자회견을 연다.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핵·미사일 해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비핵화라는 원론적 목표에 한미 간의 이견은 없다. 하지만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문 대통령과 더 강한 제재와 압박을 앞세우며 대화 무용론을 펴온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긴장이 일 수도 있다.

특히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쟁은 안된다'는 문 대통령이 어떻게, 어느쪽으로 조율된 입장을 내놓을지가 관심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가 예상되는 의제다. 앞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의 핵심 의제는 경제분야"라며 "양국은 한미 FTA에 관한 우려를 해소하려는 협력을 포함해 진정으로 공정하고 평평한 경쟁의 장을 조성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측에 손해가 나는 분야를 강조하며 한미 FTA의 신속한 개정을 위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지렛대로 한미 FTA를 미국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는 협상전략을 펼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 가장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는 일정은 8일로 예정된 국회연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하며 군사적 옵션 실행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말폭탄'을 퍼부은 바 있다.

남관표 차장은 국회연설에 대해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의 정상으로서 동맹국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통해 우리 국민들과 직접 소통한다는 의미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국가 순방 중 미국의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및 정책 비전에 대한 연설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뉴욕이 아닌 서울에서 나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언사를 자제하고 압박과 제재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경우 북핵 해법은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지난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극대화에 동참을 요청하는 연설을 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청와대도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일정 전에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을 발표하며 호응하는 모양새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즉흥적 성격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걸음 더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비난이나 군사 행동 가능성으로 위협을 가하면 북한의 반발과 추가 도발로 이어지는 최악의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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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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