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유승민에 등 돌리다

지방선거 앞둔 상황, 남경필 등 일부는 '한국당과 통합전대'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통합 논의를 놓고 '끝장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바른정당은 일요일인 오는 5일 밤 다시 의원총회를 열고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오는 3일로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여부가 결정될 한국당 최고위 결과를 지켜본 이후 다시 모이자는 뜻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의 '통합파 대 자강파' 구도에는 이날부로 변수가 생겼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정병국·김세연 의원 등 자강파 일부가 '한국당과 통합 전당대회를 열자'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고 나선 것. 이로써 대선주자였던 유승민 의원을 리더로 하는 '자강파'가 수세에 몰린 형국이 됐다. 단 자강파는 원내에서는 세력 균형을 잃고 소수파가 됐지만, 다수 원외 위원장들과 현역의원이 아닌 최고위원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남경필·김세연 "한국당과 통합 전당대회 하자"…유승민 고립되나?

바른정당은 1일 오후 4시부터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날 의총에서 보수 통합 논의를 매듭짓겠다는 말이 통합파 및 자강파 양측으로부터 모두 나왔다. 특히 통합파는 이날 의총을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별 탈당 후 한국당행(行)까지 선택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국은 주말까지 좀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대행은 의원총회 결과 브리핑에서 "의원들이 당의 진로에 관해서 2시간여 동안 허심탄회하게 얘기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서로의 의견을 인지한 상태에서 5일 저녁 8시에 이 자리에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자강파 대 통합파 구도는 오전의 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 때부터 흔들렸다. 자강파의 일원으로 분류됐던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세연 의원이 '통합 전당대회'를 공개 주장했다. 남 지사는 "지난 2주 동안 우리 당 의원들을 다 만난 결과 '끝까지 자강만이 살 길'이라고 말씀하는 분은 없었다. '통합이 필요한데 그 통합을 그냥 해서는 안 된다, 원칙 있는 통합을 해야 된다'고 했다"면서 "보수 개혁을 위해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전당대회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재창당을 하는 가운데 (한국당 내) 국정 농단 세력과의 결별을 이뤄낼 수 있다. 그것을 추진해 나가면 된다"면서 "전당대회 개최를 연기하고, 재창당을 위한 통합 전당대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달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의 측근으로 꼽혔던 김세연 의원도 이 회의에서 "자강론이라고 해도 언제까지 무한히 바른정당 단독으로 집권하겠다는 의견을 가진 분은 없다"며 "원칙 없이 우리가 (한국당에) 기어 들어가듯 해서 될 문제는 결코 아니다. 한국당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국정 문란 핵심적 책임자들 징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이상의 논의를 할 가치가 없지만, 이 부분이 조기에 추진돼서 결론을 낸다면 통합 전당대회를 통해 우리가 보수 대통합 주도권을 쥐고 대등한 입장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남 지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공을 자유한국당에 넘기자"는 것이다.

김세연 의원은 최근 오신환·유의동 의원과 함께 정병국 의원과 조찬 회동을 했다. 정 의원과 남 지사는 과거 '남·원·정'으로 불리며 오래 정치를 함께해온 사이다. 정 의원은 남 지사의 '통합 전당대회' 주장에 대해 "원칙 있는 방향만 제대로 제시되면 안 할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얼마나 상대방(한국당)이 진정성 있게 접근하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정 의원은 유승민 의원이 통합 전당대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본인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정치는 혼자 하는게 아니지 않느냐"고도 했다.

당초 바른정당 내 자강파와 통합파는 각각 9~10명으로 분류돼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정 의원과 김세연 의원 등이 '통합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11월 13일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순수 자강파는 유승민·지상욱·하태경·정운천 등 4~5인으로 줄어들었다. 자강파로 분류됐던 이혜훈 전 대표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누군가에게 "일부 복당파(통합파)와 가까운 잔류파(자강파) 의원들이 유 대표(유승민)에게 '내일 오후 2시 회견을 해서,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모두 해산하고 개혁보수 정신으로 보수당을 새롭게 창당하자'고 제안해서 명분을 지키자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 <일요서울> 카메라에 잡혀 보도되기도 했다.

물론 유 의원과 하태경 최고위원, 원외의 권오을·진수희 최고위원 등은 여전히 전당대회를 일정 변경 없이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 도중 잠시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가 기자들과 만나 '남 지사의 통합 전대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래 전에 제 생각을 밝혔다. 통합 전대가 중요한 게 아니고, 통합 전대는 통합의 조건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전대를 늦츨 수 없다"고 선언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지상욱 의원도 이날 오전 본회의 후 "전당대회를 11월에 하자고 했는데, 지금 또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우리가 정한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 최고위원은 아예 이날 오전 회의 때 정식 전당대회 출마선언을 하며 "한국당으로의 투항은 통합이 아니라 죽음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 교체가 시대정신"이라며 "한국당의 근거지 영남에서 한국당을 박살내겠다. 2018년 지방선거를 한국당의 무덤으로 만들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권오을 최고위원도 같은 회의에서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해야 한다. 한국당과의 통합이든 국민의당과의 연대든 주체가 있어야 한다"며 "이 시점에서 전당대회를 연기한다면 바른정당은 뭐 하는 정당이냐"고 했다. 권 최고위원은 통합파들을 향해 "보수통합 이야기하지 말고 '내 지역구 사정이 이래서 갈 수밖에 없다. 미안하다' 이렇게 하는 게 예의 아니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진수희 최고위원 역시 "한국당이 우리 당 의원 몇 명과 같이하겠다, 통합하겠다고 하는 의도에는 순수함이나 선의가 1도 없다"며 "그 사람들은 바른정당을 깨는 게 목적이다. 여러 해 같이했던 동지들이 한국당의 불순한 의도에 말려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남 지사 등 자강파 일각의 '통합 전당대회' 주장은 원래부터 통합파였던 이들로부터도 의도를 의심받고 있다. 김영우 의원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과연 통합 전대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시간 끌기"라고 일축했다. 김용태 의원도 "갑자기 튀어나온 통합 전대론은 '물 타기'용"이라고 했다.

통합파의 탈당 움직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통합파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확실하게 뜻을 같이 하는 분이 7명은 분명히 있고, 그 이상 늘어날 가능성은 조금 있다"면서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 문제에 대해 "두 의원의 경우에는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한국당) 의원총회 회부 후 각자가 헌법기관인 의원들의 결단에 따르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의원총회에 가기 이전에 당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부분만 확인되면, 적어도 한국당에서 홍준표 대표를 중심으로 쇄신의 노력들이 힘든 가운데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정도까지 높이 평가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만 출당시킨다면, 서·최 의원을 출당시키기 못하더라도 한국당 합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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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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