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박승춘, 불법 정치개입 혐의 결국 검찰 수사

국정원 개혁위 "박승춘의 국발협, 원세훈 지시로 설립 및 운영"

편향된 안보 강연 내용으로 논란이 됐던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설립돼 국정원의 외곽 단체로 운영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는 30일 위원회 산하 적폐청산TF로부터 국발협과 관련해 이같은 사실을 보고 받아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 2010년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국발협은 안보 강연을 주최하는 단체로, 서울·대전·부산·경남 등 전국 11곳에서 대규모로 운영됐다. 운영비가 적지 않은 데다 강연 내용이 노골적으로 편향돼있어 국정원 관여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2011년 국가보훈처장으로 임명된 박 전 처장이 국정원과 커넥션 의혹이 불거지며, 국발협에 대한 국정원의 지원 의혹은 점점 더 커졌다.

개혁위에 따르면, 국발협은 국정원으로부터 63억 원을 받아 운영됐을 뿐 아니라 애초 설립 자체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원 전 원장은 국민 안보의식 제고를 위한 국가정체성 확립을 국정원 핵심 과제로 선정해 국발협을 세우고, 이 단체를 통한 안보 교육 실시 현황이 포함된 '종북세력 척결활동 추진 상황'을 수시 점검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0년 3월 9일 박승춘 전 처장을 포함한 국발협 회장단에게 "지난 10년간 좌파정부에서 박힌 대못이 아직도 빠지지 않았으며, 5년 더 지속되었더라면 안보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뻔 했다"며 "국발협을 통해 학교 등에 직접 찾아가서 활동하면서 전교조 등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안보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강의 교재 내용은 노골적으로 우편향돼있었다.

"김일성 체제의 장기 존속은 () 노무현·김대중 정권과 같은 좌파정권이 재창출되지 않고는 어려운 탓이며 적어도 보수정권이 연장된다면 북한정권은 내부적 모순과 겹쳐져 자폭할 가능성이 높아짐"


"노무현 정부는 감상적 민족주의에 매몰되어 전작권을 '주권'의 문제로 인식하였으며 전환하는 것이 우리의 주권을 되찾아 오는 것이라는 입장에서 접근"

이러한 교육을 받은 이들 가운데에는 거부감을 표출한 경우도 있었다. 어느 지역 직장민방위대원 150여 명은 "왜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폄훼하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만을 옹호하느냐"며 "우리가 한두 살 먹은 애들이냐"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2010년도에만 40만 명이 국발협 강의를 들었고, 강연 횟수로 따지면 2119회가 열렸다. 2011년도 수강 인원은 150만 명이며, 횟수는 6850회였다. 2012년은 170만 명, 7828회였다.

국정원은 국발협 안보 강의뿐 아니라 국가보훈처가 배포한 DVD 제작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 전 원장은 2011년을 안보 교육 강화의 해로 설정하고, "국발협·군 등과 협조해 안보의식 교육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라"고 독려했다. 이에 따라 심리전단팀이 DVD 샘플을 제작해 국가보훈처에 보냈고, 국가보훈처는 이를 바탕으로 2011년 12월 15일'호국보훈 교육자료집'이라는 이름의 DVD를 제작했다.

개혁위는 "국정원이 거액의 국가예산으로 국발협을 설립·운영하면서 안보교육이라는 미명하에 민간인들에게 '진보정권=종북'이라는 정치 편향적 교육을 실시한 것은 정치 및 선거개입 의도가 다분하다"며 원 전 원장과 박 전 처장 등을 국가정보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도록 권고했다.

검찰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당시 국정원이 국발협을 지원한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정원 측이 수사 의뢰를 함에 따라 검찰은 곧 박 전 처장 등 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는 아울러 "'호국보훈 교육자료' DVD(1,000개)가 국정원 협조하에 제작되어 국가보훈처 나라사랑교육과에 전달된 사실을 확인됐다"며 "박승춘 전 보훈처장 등 관계자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익명의 기부자로부터 협찬받았다'고 발언한 것이 위증 소지가 있다는 점을 보훈처에 통보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박 전 보훈처장은 이명박 정권 때인 2011년 2월부터 보훈처장 임기를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으로 바뀐 후에도 이례적으로 연임돼 박 대통령이 탄핵된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까지인 2017년 5월까지 보훈처장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연계설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금지 조치 등으로 정치권에 큰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다.

결국 박 전 처장도 불법 정치 개입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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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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