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12일 실제 공단 현장에 가서 자산 상태를 확인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해왔다"며 "정부는 북측에 기업의 방북 승인 신청에 필요한 신변안전보장이나 통행 관련 조치들을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입주기업은 개성공업지구법이나 투자 보장 합의서 등을 믿고 (공단에) 투자했다"며 "북측이 기업 자산을 훼손한다면 이는 불법적인 침해라는 걸 다시 한 번 분명하게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장관은 이번 정부 발표가 개성공단의 재가동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재개와는 무관하게 현재 자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이고 (공단) 재개는 북한 핵 문제가 해결국면으로 전환된 이후에 단계적으로 풀어나갈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현실적으로 남북 간 연락 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방북을 승인하려면 신변안전보장과 관련된 북측의 근거 서류가 있어야 한다"며 "북측이 우리 이야기를 얼마나 귀담아 들을지 모르지만 이런 사안은 정부가 요구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북한이 공단 전체를 가동하고 있다는 잡지 기사도 있던데 그런 정도는 아니다. 임의로 가동한다고 판단할 만큼의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다"며 북한이 공단을 가동하는지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실제로 (기업의 자산을) 침해하고 있다고 해도 현지에 가서 우리가 직접적으로, 실효성있게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면서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되고 남북 간 연락 채널이 모두 끊어진 현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앞서 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개성공단 내 의류 공장을 은밀히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자산 확인 차 지난 12일 정부에 방북을 신청한 바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관계 전기 마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북미 간 이른바 '말 폭탄'이 이어지면서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과 관련 "정부는 북한과 관련 국가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조그만 실마리라도 있다면 그를 계기로 삼아 협상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 국장이 러시아 에너지안보연구소(CENESS)가 주최하는 국제 핵 비확산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으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여러 동향을 종합해볼 때 협상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도 미국도 협상으로 현재 상황을 풀어 나가야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서두르진 않겠지만 협상으로의 진입이 가급적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협상 자체는 장기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예정돼있는데 북한의 참가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북측 입장에서도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패럴림픽 기간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 훈련과 겹친다는 점을 언급하며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훈련 기간을 잠시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바는 없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일정 조정이 검토되지 않는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새로운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냐는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면서 "북한이 참가하지 않고 훈련은 그대로 하는 것보다 북한이 참가하는 것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의 올림픽으로 만다는데 좀 더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방향으로 끌고 나가고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활용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걸 간파해서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이 지난 9월 15일 이후 아무런 군사적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 분야 행보를 보이는 것과 관련 이 당국자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핵과 경제 모두 중요한데 후계 체제를 실질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핵은 완성단계에 진입했고 제재가 과하게 가해지고 있으니 경제 분야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며 "북한 경제에서 일부분 제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크게 동요한다든가 그런식의 동향은 아직 파악된 게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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