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된 수기 메모를 보면 "삼성의 현안은 곧 우리 경제의 고민거리", "삼성 의존도 절대적 수준. 매출 : GDP 1/4" 등의 내용이 있고, 이어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제에 대한 실질적 기여를 유도하는 기회로 활용" 등의 표기가 나온다. 이는 이 메모가 지난 7월 특검 발표와 당사자 법정 증언 등을 통해 내용이 밝혀진 이른바 '삼성 문건'임을 짐작하게 한다. (☞관련 기사 : 靑 출신 현직 검사 "우병우 지시로 '삼성 문건' 작성")
이 문건의 "삼성의 당면 과제(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삼성의 현안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라는 대목은 박근혜 정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으로 의심받아 왔다.
이번에 이 의원에 의해 새로이 공개된 내용은, 메모의 "경영권 승계는 이건희 주식을 상속받아 최대주주 지위를 지키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음. 일개인이 몇십 조의 자금으로 지배하고 경영할 수 있는 사이즈를 넘어섰음", "지금이 삼성의 골든 타임(golden time). 왕이 살아 있는 동안 세자 자리잡아 줘야"라는 부분이다.
여기서 '왕'과 '세자'는 각각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 시간을 의미하는 '골든 타임'이라는 용어가 세월호 참사 당시부터 널리 회자됐음을 생각해보면 '삼성의 골든 타임'이라는 말은 아이러니하게까지 들린다. 메모 작성 시기는 세월호 사고로부터 2~3개월 후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메모 작성자는 "이재용 경영 승계,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발휘 가능"이라며 구체적 방안으로 "국민연금 지분"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 지분을 동원해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에 나섰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정황증거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 지분"외에 정부가 "이재용 경영 승계"에 대해 "발휘 가능"한 영향력 수단으로는 "재계 주요 파트너로 인정해 주는 모습", "해외순방시 ○○○('사절단'으로 추측)에 포함시켜 주는 조치 등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 등이 거론됐다. 이 메모를 작성한 이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이영상 부장검사로 알려졌고, 당시 민정비서관은 후에 민정수석이 되는 우병우 비서관이었다.
수기 메모 외에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을 단 청와대 내부 문건 일부도 공개됐는데, 이 역시 지난 7월 특검이 추가 증거로 제출한 이른바 '캐비닛 문건' 가운데 일부로 추정된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부분은 삼성물산이나 제일모직을 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고,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의결권을 어떤 법적 절차에 따라 행사하는지, 의결권 강화에 대해 사회적 찬반 입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원론 차원에서 기술한 정도 내용이다.
한편 이날 공개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부 관계자들끼리 주고받은 업무 이메일에는 "'삼성 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하여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창업을 선도"하겠다는 내용, "삼성이 대규모 사내유보 및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국내 벤처기업 등을 적극 인수합병할 것을 요구"하겠다는 내용 등 사기업인 삼성그룹을 사실상 정부 경제정책 수단으로 동원하려 한 정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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