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MB씨 국정원'의 놀이터였다

국정원 개혁위 원문 일부 공개 "노영방송 척결, 좌편향 인물 퇴출하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한국방송공사와 문화방송 장악을 위한 문건을 작성,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국정원 TF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는 18일 "공영방송 경영개입 정황이 담긴 'MBC 정상화 戰略(전략) 및 추진방안'(2010.3.2),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2010.6.3) 등 2건의 문건을 작성, 청와대 등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문건에는 공영방송 내 이른바 '좌편향' 인사와 프로그램을 퇴출하기 위한 세부 전략들이 담겨있다. MB 정부 당시 이뤄진 MBC와 KBS 내부의 체질 개선이 국정원‧청와대의 적극적인 지휘를 통해 단행됐음이 드러난 셈이다.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향' 문건은 지난 2010년 2월 16일 원 전 원장이 'MBC 신임사장 취임을 계기로 근본적인 체질개선 추진'이라는 지시를 함에 따라 담당 부서에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면과제로는 △노영(勞營)방송 잔재 청산 △고강도 인적 쇄신 △편파 프로 퇴출에 초점을 맞춰 근본적 체질개선 추진 등이 적혀있다.

문건에는 "참여정부 시절 편파방송을 주도한 인맥이 건재, 노조를 방패막이로 정부시책에 저항하며 주류를 형성"한다며, 인적 쇄신을 주문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대목에서는 김○○(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김○○(황금어장), 김○○(시선집중) 등 특정 인물이 거론되기도 한다.

국정원은 이 문건에서 MBC 정상화를 위한 3단계 세부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는 간부진 인적 쇄신과 '편파 프로(그램)' 퇴출이다. '정상화 저항 제작본부 산하부서·논설위원실은 대폭적 물갈이 인사'하고, '편파방송 주도 시사고발프로(PD수첩, MBC스페셜, 후플러스, 시사매거진2580) 제작진 교체, 진행자·포맷·명칭 변경으로 환골탈태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도 '손OO·김OO·성OO·김OO 등 진행자와 김OO 작가·김OO 패널 등 반드시 교체'라며 특정 인물이 등장한다.

2단계 목표는 노조 무력화다. '좌파 정부 시절 비리 의혹 및 노조 배후 인물들의 부도덕성 등 내부비리 폭로 독려, 개혁 명분으로 활용'과 같은 세세한 주문이 눈에 띈다. 또 '노조의 불법파업·업무방해 행위는 사규에 따라 엄중 징계하고 주동자에 대해서는 적극적 사법처리로 영구퇴출 추진' 대목도 나온다.

3단계는 소유구조 개편 논의, 즉 민영화다. '방문진 차원에서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방만 경영 및 공정보도 견제 활동을 강화, 스스로 민·공영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압박'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문건은 2010년 5월 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 담당 부서에서 작성해 6월 3일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이 문건에서 KBS가 6월 4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곧바로 후속인사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면밀한 인사검증을 통해 부적격자를 퇴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퇴출 대상으로는 △좌편향 간부 △무능·무소신 간부 △비리연루 간부를 지목했다.

이날 개혁위의 원문 일부 공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지난 15일 공개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16일 문건 원본 공개를 촉구하며 "그 문건이 작성됐을 때 저는 MBC 'PD수첩'의 팀장이었고,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후에는 보직해임이 돼 쫓겨났다"며 "(그런 결정이 내려진 데)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국정원이 기획하고 일련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실행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이 문건 내용대로 실제 이행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MBC본부는 △드라마 영역의 배우 캐스팅 간섭 및 차단(배우 문성근・이하늬 등 배제) △'무한도전' 내용 개입 △국정원 블랙리스트와 MBC 자체 블랙리스트 동시 운용 △'세월호' '촛불' 등 단어의 방송 차단 △특정 연예인 출연 배제를 위해 국세청 동원(방송인 김제동・윤도현 등 소속사 두 차례 세무조사) 등의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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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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