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국정원, MB가 내 걱정 많이 한다고 했다"

MBC 파업 결의대회 참여해 MB정권 때 겪은 '국정원 사찰' 언급

일명 'MB 블랙리스트'의 대표주자인 방송인 김제동 씨가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제 노제 사회를 보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서거 1주기 추모제는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으로 당시 김제동 씨가 사회를 맡지 못하도록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어왔다. 그간 풍문으로 떠돌던 김제동 씨의 국정원 사찰 관련해서 본인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제동 씨는 13일 서울 상암동 MBC 로비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주최의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해 "당시 국정원 직원을 집앞 술집에서 만났는데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노제 사회를 맡았으니 1주기 때는 안 가도 되지 않느냐는 제안을 했다"며 "그러면서 제동 씨도 방송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고 밝혔다.

김 씨는 "그때 국정원 직원은 자기가 VIP에게 직보하는 사람이라고 했다"며 "VIP가 내(김제동) 걱정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당시에는 설마 VIP와 직보하는 사이일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확인된 국정원 문건을 보니 진짜(VIP와 직보하는 사이)였다"라고 설명했다.

▲ 발언하는 김제동 씨. ⓒ프레시안(허환주)

김 씨의 말대로라면 국정원 직원이 VIP, 즉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언급하며 민간인에게 협박을 한 셈이다. 김 씨는 "그때 나는 촌놈 시절이라 겁이 없을 때"였다며 "그때 그 직원에게 '가지 말라고 해서 내가 안 가면 당신이 나를 협박한 것이 되기에 나중에 당신에게도 안 좋다. 그래서 당신을 위해서라도 난 가야겠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 이렇게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VIP와 직보하는 사이라기에 VIP에게도 말을 전하라고 하면서 '지금 대통령 임기는 4년 남았지만 내 유권자 임기는 평생 남았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전세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하지만 이후 집에 들어가서는 무릎이 탁 풀리면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후회했다"며 "다음날 아침에는 공황장애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이 국정원 직원에게 사찰 당한 사실도 언급했다. 김 씨는 "국정원 직원 별로 겁내지 않아도 된다'면서 운을 뗀 뒤 "나 만나는 보고 문자를 국정원 상사에게 보내야 하는데 내게 잘못 보낸 적도 있다"고 자신이 사찰당했음을 밝혔다.

김 씨는 "'18시 30분. 서래마을 김제동 만남' 이렇게 문자가 와서 내가 국정원 직원에게 '문자 잘못 보냈다'고 전화를 해서 알려줬다"면서 "이런 사람들에게 국가안보를 맡겨도 되나 하는 불안감도 들었다"고 자신의 사찰을 풍자하기도 했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태스크포스는 원세훈 전 원장 재임 초기인 2009년 7월, 국정원이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이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전방위로 압박했다고 밝혔다.

일명 'MB 블랙리스트'에는 총 82명의 인사 이름이 올랐는데, 이중에는 방송인 김제동 씨도 포함됐다. 김 씨는 2009년 노무현 서거 1주년 추모제 사회를 본 이후, 사실상 방송계에서 사라지게 됐다.

당시에는 확인 안 되는 소문이나 추측, 그렇고 그런 '음모론'으로 치부돼 지나쳤던 일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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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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