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3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상정했다. 산자위는 보고서에서 "인사청문 결과 대부분의 청문위원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업무 능력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제시했다"고 결론냈다.
산자위는 "신상 및 도덕성과 관련해, 후보자가 뉴라이트 관련 인사의 참석 적절성에 대한 충분한 판단 없이 학내 세미나에 추천하거나 초청한 것은 책임성이 부족한 행위이고, 건국과 경제성장을 둘러싼 역사관 논란, 신앙과 과학 간 논란 등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을 모두 취하는 모순을 노정하는 등 국무위원으로서의 정직성과 소신이 부족하며,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한 신자의 다양한 분야 진출을 주장하는 등 업무 수행에 있어 종교적 중립성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자위는 또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과 주식 무상 수령 등 도덕적 흠결을 지적하고, 마지막으로 업무 능력과 관련해서도 "창업·벤처 관련 경험은 있으나 중소기업·소상공인·상생협력 정책에 대한 경험이 미흡하고 준비가 미흡하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만한 전문성과 행정 경험, 정무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산자위 회의에서는 일부 여당 의원들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청문회가 마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안 문제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바람에) 청문회 진행에 장애가 있었다"(이훈), "청문보고서의 표현이 후보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듯해서 개인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김병관) 등의 지적을 했고, 여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을 제외한 다수 여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문보고서의 기본 내용은 여야 간사 간의 합의를 거쳐 작성된 것이 맞고, 여당 간사도 참석한 가운데 의결이 이뤄졌기에 큰 틀에서는 여야 합의에 따른 결과로 평가된다. 다만 홍 의원은 안건 상정 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오늘 (보고서) 처리 과정이 원만히 협의되지 못한 점에 대해 여당 간사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총선 후 여소야대(당시 여당은 구 새누리당) 상황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부적격'으로 채택된 적은 있으나, 이는 여당이 상임위를 보이콧하고 야당 위원장과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일이었다. 대통령이 지명한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 여당도 '부적격'으로 판단하거나, 최소한 부적격 의견에 반대한다는 의사표시마저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은 박 후보자에 대한 여론 지형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여론 상황 속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앞서 산자위 회의를 두 차례 연기해 달라고 장병완 위원장과 야당 간사들에게 요청했고, 야당은 이를 수용하기도 했다. 산자위 회의는 당초 전날인 12일 오후로 예정됐다가 여당의 요청에 의해 13일 오전 11시로 한 차례 미뤄진 데 이어 다시 이날 오후 3시로 연기됐다. 여당 입장에서도 부적격 결론을 막을 수 없는 만큼, 박 후보자에게 자진사퇴할 시간을 준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실제로 이날 오전 간사 회동 후 장병완 산자위원장(국민의당)은 "민주당에서도 박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민주당에서는 최대한 설득할 시간을 달라면서, 오후 3시까지 변화가 없으면 부적격 의견으로 보고서를 채택하는 데 동참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보고서가 채택될 때까지 박 후보자로부터는 아무 입장 표명이 나오지 않았다. 박 후보자는 이날 사무실 출근도 하지 않았고, 중소벤처기업부 쪽과도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국회의 청문경과보고서를 공식적으로 송부받은 뒤, 검토를 거쳐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지명 철회와 임명 강행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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