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MBC 구성원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현장] MBC,KBS 노조 '공영방송' 촉구하며 5년만에 총파업 돌입

"강성노조와 손 잡고 방송장악을 시도하고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이 정권의 목적은 공영방송의 경영권을 빼앗아 강성 귀족 정규직 노조에 맡기는 것이다." (정태옥 한국당 원내대변인)

예고한 대로 4일 0시를 기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김장겸 MBC 사장과 경영진 사퇴, 그리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귀족노조' 프레임으로 MBC노조 파업 관련, '물타기'에 들어갔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이 귀족노조의 '밥그릇' 챙기기가 아닌 '공영방송 회복'이라는 공공적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임단협을 위한 파업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광장에서 합동 출정식을 열고 이번 총파업 관련 "공영방송을 되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연국 MBC본부 본부장은 "김장겸 일당과 언론 부역자들을 MBC에서 깨끗이 몰아내자"며 △편성의 독립과 방송제작의 자율성 완전 회복 △공영방송 MBC의 독립을 영구히 이뤄낼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개선 △공영성의 한 축인 MBC 내 수평적 네트워크 보강 등을 제시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번 파업, 공영방송을 본래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싸움"

"세월호 참사, 사드 배치, 부패 박근혜 등의 보도에서 공영방송이 무너지면 사회적 흉기로 돌변한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 우리의 파업은 권력의 개가 되어 공영방송을 권력의 제물로 바친 언론 부역자와의 싸움이자 공영방송을 본래 주인인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싸움이다."

이날 출정식에 참석한 박영훈 목포MBC 조합원은 "공영방송을 되찾기 위해 우리 손으로 직접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광 전주MBC 조합원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의 지난한 싸움을 두고 "우린 아직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선언했다. 김 조합원은 "아직 이기지 못했을 뿐"이라며 "그간 과정에서 우리가 지지 않았기에 지금도 이 정도 사람들이 광장을 가득 메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MBC 노조에 따르면 이날 광장에는 조합원 1500명이 집결했다.

김 조합원은 "우리에게는 승리할 자격이 충분하다'며 "승리라는 것은 과거 MBC의 영광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방송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주 MBC 뉴스데스크 앵커인 김 조합원은 지난 1일 전주 MBC 뉴스데스크에 앞서 시청자에게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해 화제가 된바 있다.

"오늘 처음으로 MBC 구성원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지난 6월 김장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자보를 쓴 곽동건 MBC본부 조합원은 "오늘 처음으로 MBC 구성원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이날 파업에 참여하는 소회를 밝혔다.

"작년 겨울 취재를 위해 촛불 집회에 갔다가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욕을 먹어야 했다. 그런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건... 내 눈앞에서 일어난 현장은 참혹했으나 MBC의 보도참사는 더 참혹했다. 이런 MBC에서 지난 9년 동안, 참혹한 시기에 모욕과 수모를 견뎠기에 지금의 오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우리의 파업을 '낭만적 파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회사를 지금의 이 꼴로 만든 그들이 그런 단어를 쓴다는 게 황당하다. 지난 시기에 경영도, MBC 영향력도 모두 하락했다. 그들이야 말로 '낭만적 경영'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회사에서는 우리가 '공멸의 파업'을 한다고 한다. 그들은 그간 사익 추구만이 아니라 전파의 사유화를 했다. 그런 그들에겐 공멸이 아니라 '박멸'이 필요하다."

<PD수첩> 제작진 중 한 명인 조진영 조합원은 "그간 정부 비판 방송은 하지 못했다"며 "이것이 반복되면서 결국 하루를 때운다는 마음으로 그동안 버틴 듯싶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조 조합원은 "PD수첩 간판은 허물어 가지만 그래도 그 간판을 지키는 것에 의미부여를 했던 듯하다"며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행동이 나 자신을 속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 조합원은 "PD수첩이 의미없는 방송만을 한다는 것에 분노와 슬픔이 쌓여만 갔고 결국 견디지 못했다. 자괴감이 몸과 정신을 아프게 했다"며 "결국, 한 번 죽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했고 방송을 멈췄다"고 설명했다.

한때는 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었던 <PD수첩>이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PD수첩> 제작진은 지난 7월 21일, 경영진이 그동안 제작자율성을 침해하며 프로그램에 개입해 왔다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이날로 46일째 제작중단 중이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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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어 KBS도 총파업 진행

MBC본부에 이어 KBS본부(새노조)도 이날 MBC에 이어 여의도 사옥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이날 출정식에서 구성원들은 "다시 KBS, 국민의 방송으로", "방송독립쟁취 투쟁"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번 파업은 우리 국민이 만들어 낸 촛불혁명의 한 자락을 완성하는 싸움"이라며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은 정권에 부역하고 국민을 속였다. 이들이 퇴진해야만 공정방송의 복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KBS 구성원은 700여명이며, 전체 파업자는 1800여명이다. KBS노동조합(1노조)도 오는 7일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어서 참가자 수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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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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