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잔치" 방송의날 행사, 총리·장관 모두 불참

"언론탄압 주역이자 '공범자들', 상 받는 것에 당황스럽고 분노"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이 '제54회 방송의 날' 행사에 불참하면서 KBS·MBC 경영진에 강한 경고를 날렸다.

이 총리와 도종환 문화부 장관은 1일 오후 행사 주최 측에 불참을 통보했다.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할 예정이었으나 방송통신위원장이 대독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등 여야 교섭단체 대표 등 여야 정치인 또한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다들 불참 이유로 다른 일정을 내세웠지만, 오는 4일로 예정된 KBS·MBC 파업을 염두에 둔 결정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송일준 MBC PD협회장은 "방송협회는 고대영 KBS 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방송사 사장들의 단체다. 아마도 (대통령‧국무총리 불참은) 적폐 청산 대상인 사람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껄끄러워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같은 경우엔 방송‧통신 정책을 주관하는 주무 부처 위원장이니 가셔야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방송 9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포상과 기념식을 준비한 한국방송협회는 결국 허울뿐인 행사를 치르게 됐다. 특히 포상자 명단에 적폐세력으로 비판 받는 인사가 포함되는 등 '적폐세력 잔치'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최근 "청산해야 할 언론 적폐의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화자찬을 하고, 국정농단의 공동 책임자인 보수 여당 정치인들의 축하를 받을 것"이라며 "이런 자리에 언론 개혁을 국정 과제로 약속한 국무총리, 방통위원장 및 관련 부처 장·차관이 함께 하여 시상까지 한다는 것은 적폐 세력의 잔치에 들러리를 서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언론과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언론탄압의 주역이자 '공범자들'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상을 받는 것에 당황스럽고 분노한다"며 "언론개혁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는 언론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수치로 기억될 자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 아나운서들은 이날 행사장인 63빌딩 앞에서 수상 반대, 항의의 의미로 '침묵의 피케팅 시위'를 진행한다.

'방송의 날'은 1947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로부터 HL이라는 독자적인 콜사인을 부여받아 방송에 대한 독립적인 주권을 갖게 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매년 대통령과 국무총리, 관련 부처 장관 등 정부·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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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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