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먹거리 대란(大亂)
일찍이 로마제국의 농업이 망한 것도, 그리고 영국의 농업이 쇠퇴한 것도, 모두 '자본적 경영', 그놈의 돈과 이윤이 먼저인 대규모 경영방식이 '주범'이었다. 오늘날의 우리나라 농·축산업 역시 그놈의 돈과 이윤을 더 크게 많이 내려다 생명과 생태계, 먹을거리의 안전성과 중요성을 간과(看過)하고 있다.
현대 유기농업의 원조라 받들어지는 영국의 알버트 하워드 경(Sir Albert G. Howard)은 그의 불후의 명저 <농업성전(農業聖典, An Agricultural Testament)>(최병칠 옮김, 동환출판사 펴냄)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 안전하고 좋은 화학 농약이란 없다"고. 대한민국의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농약을 아예 '작물보호제'라고 추켜세우며 그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기괴한 현상과 너무 대조된다. 그들에겐 작물을 보호하는 일이 인체와 환경생태계의 안전을 보호하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모양이다. 기업의 이윤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한 언론은 사설에서 '먹거리 불안, '살충제 계란' 뿐일까'라고 쓰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장이 만만치 않다. 닭과 계란은 물론 빵과 과자 등 각종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퍼지고 있다. '믿고 먹을 것이 도대체 뭔가'라는 근본적 물음도 제기된다. 때문에 농약을 사용하는 식재료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8월 17일 자 <한국일보>)
그런데도 농약과 GMO(유전자조작식품) 예찬론자들은 농약은 과학이며 안전하다고 공언까지 한다. 그러니 우리의 현재와 앞날이 뻔할 뻔 자이다.
농약 천국, GMO 천당
지금은 농림당국이 온전히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이 지구상에서 우리나라는 농경지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농약을 사용하는 나라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제초제와 그 외 살충제와 살균제 곰팡이 제거제 등 우리나라가 세계 제1의 '농약 천국'이다.
1909년 미국 농무부의 토양관리국장 프랭클린 히람 킹 박사가 중국과 한국, 일본을 여행하면서 이들 나라, 특히 한국의 순환농법에 의한 유기농업을 보면서 4000여 년 동안 사람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면서도 땅을 비옥하게 유지해온 지혜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책, <4천년의 농부>(곽민영 옮김, 들녘 펴냄)를 썼는데 한 세기 만에 상전이 벽해(桑田碧海)가 돼 버렸다. 현재 우리나라 유기농업은 전체 농업생산의 1%도 되지 않는다. 바야흐로 경제가 세계 10위권에 육박했는데도 이 세상에서 가장 먹거리가 위태로운 그리고 불안하고 쪼그라들기만 하는 식량농업 1등 수입 국가로 전락하였다.
그뿐인가. 제초제와 살충제에도 끄떡없는 박테리아로 유전자(DNA Gene)를 조작한 유전자조작 식품, 이른바 콩, 옥수수, 유채(카놀라), 감자, 알팔파 등 GMO(유전자조작식품) 수입이 세계 최고인 국가로 우뚝 섰다. 식용 사료용 합쳐 연간 무려 1100만 톤을 넘게 수입하고 그중 직접적인 식용이 무려 210만 톤이 넘는다. 그런데 그 GMO가 어떻게 먹거리 식품으로 우리 뱃속에 들어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식약처가 알지 못하도록 이상한 법률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살충제 달걀 파동 때 식약처의 하루 2.6개씩 평생 먹어도 괜찮다는 식약처의 발표는 무지의 결과인지, 또는 농약 기업 이윤을 보호해야 한다는 식약처의 의지가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부 기관과 관료들이 이처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탄생한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가 천민 대기업 자본주의에 무참히 짓밟힌 데에는 그동안 얼마나 정경유착의 적폐가 체질화 됐는지 여실히 증거해 준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문자 그대로 '농약 천국, GMO 천당'으로 진화한 것이다.
실험실 속 '쥐' 신세가 된 우리 국민들
GMO(유전자조작식품)과 제초제 등의 위해성(危害性)은 영국의 푸사이 박사 부부, 프랑스의 셀라리니 교수, 러시아의 이라니 박사 등 독립적인 돼지 및 쥐에 대한 GMO 급여 실험 연구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세계 GMO의 82%를 쥐고 있는 몬산토사(社)가 아무리 권력과 돈으로 그 연구 결과와 실적을 무력화하려 들고 정계 관계 학계 그리고 언론계에 심어 놓은 GMO 장학생들을 동원하여 난장을 쳐도 거짓(fake / lie)은 거짓일 뿐, 손바닥으로 진실을 감출 수가 없다.
실제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들여다보면 지난 5년 사이 우리나라에 간, 콩팥 및 장 계통의 환자와 종양 및 유방암 환자, 자폐증, 파킨슨병, 치매 환자, 불임 난임의 신혼부부들이 왜 그렇게 빠른 시일에 많이 늘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마치 우리 국민소비자들이 실험대상의 쥐의 신세가 되어 GMO 식품들을 주는 대로 있는 대로 먹고살기 때문인 듯하다. 1996년 GMO 곡물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이래 지금은 1인당 연간 64㎏(아스파탐과 성장촉진제 등 첨가물과 파생식품, 가공식품 등을 포함)을 미국(68㎏) 다음으로 최고로 소비하고 있다. 그리고 제초제(주성분은 WTO 지정 발암물질인 글리포세이트) 등 농약사용량이 세계 최고위권의 나라라는 사실 외에는 우리 국민의 유병률이 높은 이유를 마땅히 설명할 자료가 없다. 합리적 의심이 발동하는 소이(所以)이다.
질병과 건강은 먹거리의 위생 및 안전성과 정신상의 스트레스 여부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 여부에 크게 달려 있다고 한다. 평소의 면역력과 항산화 기능, 항암 능력, 자가 복원력 등은 위의 세 가지 조건에 의해 크게 영향받음은 물론이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올바른 먹거리, 즉 온전한 식품(whole food)이냐 여부다.
체험적 식생활 이야기
공·사석에서 많은 지인들이 구체적으로 필자의 식생활을 궁금해한다. 글로, 연설로 너무 자주 올바른 먹거리와 식품의 안전성을 배운 대로 연구한 대로 주장해온 업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시시하지만, 곧이곧대로 필자의 음식철학과 실천을 조금 밝히려고 한다.
첫째, 나는 우리 아파트 옥상에서 쿠바식 상자 화분 31개를 가지고 1년에 3모작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유기농 도시농부이다. 유기농 퇴비는 괴산의 흙살림연구소(소장 이태근)에서 매년 봄 10포대를 구입해 기존의 흙과 배합하여 사용한다. 봄철에 각종 채소 20여 가지를 심어 여름철 끝 무렵까지 자급을 원칙으로 한다. 아파트에 "우리 주민은 누구나 자유로이 솎아 드시라"고 고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뭘 재배하느냐고 묻는데, 그때마다 나는 뭘 재배하지 않느냐고 물어 달라고 한다. 모자라거나 없는 품목은 50미터 직선거리에 있는 '한살림' 매장에 가서 사 먹는다.
초가을 8월 말경엔 복분자와 명월초, 방풍나물 등을 제외한 모든 채소류를 걷어내고, 김장용 배추와 무, 갓 등을 씨 뿌려 기른다. 초겨울 11월 초에는 모두 수확한 다음, 상자 밭에 웃거름 퇴비를 추비한 후 보리와 밀 월동용 시금치 등을 파종하여 겨우내 그 싹을 세 번쯤 베어 먹는다. 쿠바식 상자 농법이란, 큰 면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무 데나 빈터 빈 곳이면 된다. 햇볕이 잘 들고 물 주기가 편리하면 금상첨화이다.
둘째, 모자라 사 먹어야 하는 농작물과 식품은 싫으나 좋으나, 국산 그리고 유기농 또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이어야 한다. 되도록 한살림, 아이쿱, 두레, 카농 등 생협을 이용한다. 전국의 유기농 농부 동무들이 보내주는 농산물도 쏠쏠하다. 농약을 한 번이라도 뿌린 농산물은 벌레가 절대 침범하지 않는 현상을 옥상 농장에서 직접 실험하고 관찰한 바 있기 때문에 "벌레가 싫다고 위험하다고 입도 안 대는" 농약을 친 농작물, 특히 채소 과일 등은 돈 주고 사 먹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벌레도 안 먹는 것을 돈 주고 사 먹다니…. 쯧쯧 혀를 차며 아침저녁 상자 밭을 돌본다.
셋째, 나는 내가 기른 방울토마토와 괴산의 아름다운 김(태홍)교수네 농장에서 따온 아로니아를 함께 갈아 마시는 호사를 누리며 산다. 어쩌다가 남도 바닷가 고향 땅의 황토밭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무안 망운의 김현희기주네 고구마를 삶아 먹으면 거뜬히 끼니를 대신한다. 특히 포천 산골의 평화나무농장에서 원혜덕, 김준권 부부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역동 유기농법(Bio-Dynamic)으로 키운 토마토주스를 구해 마시는 날에는 문자 그대로 생명수가 온몸을 짜릿짜릿 흘러 퍼지는 느낌이다. 쌀은 역시 보성 벌교 들녘에서 전양순·강순아가 키운 강대인 표 역동 생명 쌀이 온 우주의 기운을 한몸에 몰아다 준다.
넷째, 나도 한때는 주말농장 예찬자로서 교외 출장농사를 해봤는데 자동차 휘발유를 축내며 대기환경을 오염시키면서까지 출장 농사를 지어 먹기엔 좀 민망해져서 지금의 쿠바식 상자 농법을 옥상에 개발해 내었다. (관련 자재는 강동구청 일대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 처음엔 101개의 상자에 농사를 지었는데, 어느 해던가 폭우가 내려 아파트 주차장을 흙탕물로 망친 다음 규모를 대폭 축소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래도 31개의 상자에서 최소 3~4인 가족이 먹을 생산량이 나온다.
다섯째, 나는 반드시 로즈메리(Rosemary)라는 허브를 옥상 상자 밭에서 심어 기른다. 여름철에 꺾어 송송 구멍이 뚫린 비닐주머니에 넣어 내가 TV를 보거나 신문, 책을 읽는 자리에 걸어 놓고 그 향기를 맡는다. 그리고 로즈마리 차를 매일 석 잔 씩 마신다. 캐나다 심리학회에서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로즈메리 향이 가득한 방에 사람을 두 시간 가량 있게 한 다음 기억력을 테스트했더니 크게 향상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아무튼 이 나이에 내 기억력이 좋다고 칭찬 아닌 부러움을 많이 받는데, 나는 로즈메리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암세포를 죽여주는 해조류(海藻類)
필자가 캐나다 밴쿠버 UBC 대학에 있을 때이다. 북미지역 암학회가 UBC에서 개최되었는데 지나는 길에 문외한이지만 잠깐 들어가 봤다. 마침 밴쿠버시와 국경을 마주 대고 있는 미국의 워싱턴주립대학교 의과대팀에 이어서 말레이시아에 있는 USCI 대학 연구팀들의 연구발표가 있었는데 둘 다 주제가 해조류(바닷말)의 항암 및 암세포 제거 효과에 관한 연구이었다. 붉은 해조류(다시마)를 4주간 섭취하면 방사능 방지에 특효가 있다는 USCI 팀의 연구도 흥미로웠지만, 워싱턴주립대학 의과대 팀의 5년간 실험 관찰연구가 나의 주목을 확 끌어당겼다. 즉, 빠르게 흐르는 청정 바다의 바위에 붙어 자라는 해조류, 예컨대 톳, 가사리, 꼬시래기 등을 계속 섭취하면 종양이나 유방암 등의 암세포를 죽이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귀국하여 완도에서 열리는 장보고대사 축제 겸 해조류 박람회에 들렸다. 그리고 완도가 대한민국 제1호 청정 바다이며 30여 개의 유인도,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무인도들이 있는데 그곳에서 생산 채취되는 해조류가 대한민국 총수요의 70% 정도를 차지한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완도 관내에서 유방암 발생으로 사망한 환자가 기록상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엔 해마다 완도를 찾는데 미국서 대량으로 해조류를 수입해 가서(참고로 미국인들은 수산물이나 해조류를 과거엔 별로 사먹지 않았다.) 값이 지금은 세 배나 올랐다.
나는 바닷가 출신이다 보니, 미역, 다시마, 김, 매생이 등은 물론 톳과 꼬시래기 가사리 중 한 둘을 거의 매일 먹는다. 암세포를 죽이는 효과를 알기 전부터 해조류를 무조건 좋아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언
지면의 제약상 시시콜콜한 개인의 식생활사(史)를 다 열거하지 못하지마는, 한 가지 독자 제현들과 꼭 공유하고 싶은 격언이 있다.
서양 의학계 의사들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이 세상의 질병 중에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질병은 하나도 없다"라고. 그리고 역동유기농법의 시조 루돌프 슈타이너가 <농업강좌> 중에 "자연과 사람을 되살리는 길은 유기농 순환농법뿐이다"는 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장식 농·축산업을 줄이고, 파괴된 자연을 재자연화하며 사람을 살리는 과제는 분명히 말해 우리 당대의 모두의 책임이다.
이 글은 전국농민회가 발행하는 <농정신문> 9월 4일 자 '농사직썰'에 실릴 예정 입니다. 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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