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안철수, '문재인 각세우기' 통할까?

[분석] 안철수의 3대 과제…리더십, 대여관계, 지방선거

국민의당이 8.27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로 안철수 전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안철수 신임 대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 결선투표 없이 승리자가 됐다. 그의 득표율은 51.09%였다.

안 대표는 당선 직후 한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에 강하게 날을 세우는 한편, 지방선거 승리를 목표로 내걸었다. "17개 시도에서 모두 당선자를 내겠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목표까지 밝혔다.

51.09%라는 득표율, 그리고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 메시지와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 선언은 안 대표가 처한 현실과 앞날, 정치적 가능성을 상징한다.

安, 당권 장악 후 첫 메시지는…

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직접적으로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제2 창당의 길, 단단한 대안 야당의 길에 나서겠다"며 "우리의 길은 철저하게 실력을 갖추고,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실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을 일일이 연설에서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정권이 바뀌자 거꾸로 펼쳐지는 코드 인사 등 모든 불합리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주변 세력, 상황 관리 제대로 못하는 무능과도 싸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갉아먹는 분별없는 약속, 선심 공약과도 분명하게 싸울 것"이라며 "아이들에게는 빚더미를 안기고 오늘을 즐기려는 무책임과 싸워 나갈 때, 그 싸움에서 겪는 상처와 희생 속에서 우리 당의 살 길이 열리고 국민의당이 회생한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출소와 관련해 "13명 대법관이 만장일치로 거액의 검은 돈을 받았다고 한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며 큰소리 치는 모습에서 우리는 벌써 독선에 빠진 권력의 모습을 본다"고 꼬집는가 하면, 이른바 '살충제 계란' 파동 중 류영진 식약처장이 보인 태도 논란에 대해 "국민들은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어도 되는지 불안한데, 총리가 '짜증'을 냈다고 오히려 짜증을 내면서 '하루에 몇 개씩 평생 달걀 먹어도 걱정 없다'고 큰소리 치는 모습에는 그들만의 코드 인사가 부른 오만함이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서툰 칼질로 교육현장과 학부모들을 힘들게 못하도록 하며, 부동산 불안 등으로 서민들이 한 숨 쉬는 일이 없도록 항상 깨어 있고 견제하는 야당이 국민의당에게 부여된 소명"이라고 문재인 정부의 탈핵, 수능 개혁, 부동산 규제 정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국민 보고대회 행사에 빗대어 "국민의당은 일요일 밤 모든 채널을 독점해 국민에게 쳐다보라고 요구하는 정당이 돼서는 안 되고 국민이 쳐다보는 곳을 같이 바라보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설 후 기자 질의응답 시간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선전포고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안 대표는 이 질문에 "정부·여당에 대한 기조는 김동철 원내대표와 일맥상통한다"며 "저희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먼저 저희들의 해법을 갖고, 그것이 정부·여당의 방향과 같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국익과 민생이라는 가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때에는 반대하되 자유한국당처럼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아니라 저희의 대안을 정부·여당에서 받으라고 하는 건설적 야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연설 도중 한국당을 향해서도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존재감을 잃어버린 정당은 덩치만 크지 제대로 된 야당이 될 수 없다. 우리 국민의당이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국정 지지율이 80%대에 이르는 문재인 정부 초반기에 야당 대표가 되는 것은 다수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주자로서는 선뜻 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안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반대해온 그의 측근·참모 그룹들의 반대 논리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손학규 상임고문은 이날 전당대회 축사에서 "국민들이 전부 다 이렇게 촛불 정국에서 새로 태어난 정권에 큰 기대를 갖고 있고, 문 대통령은 대선 때 공약했던 것을 하루하루 발표하고 있다. 국민들이 박수를 안 칠 수 있느냐"며 "지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길게 보자. 이제 촛불 혁명이 정권을 바꾼 지 반 년도 안 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 대표의 해법은, 일단은 손학규 고문의 주문같은 '로우-키(low key)' 대응이 아니라 정면돌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임 국민의당 대표가 8.27 전당대회 승리 직후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安 "내년 지방선거, 17개 시도에서 꼭 당선자 내겠다"

지방선거에 대한 자세도 공격적이었다. 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국민의당은 시들어 없어지고 좌우 극단 양당의 기득권은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며 "그런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전국정당으로 키우겠다"며 "저 안철수가 앞장서서 17개 모든 시도에서 꼭 당선자를 내겠다"고 선언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필코 승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방선거 승리의 기준을 17개 시도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는 것으로 잡으면서, 이를 대표 임기가 시작되는 첫날 자신의 목표로 못박아 버린 것이다.

안 대표의 측근과 참모들이 그의 출마를 만류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지방선거에서 거둘 성적표가 좋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날 전당대회장에서도 "지방선거에서 꽤 큰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 누가 대표가 된다고 해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우리 당이 이긴다고 장담하지 못한다"(손학규 상임고문 축사)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승리를 호언장담하며 구체적인 승리의 조건까지 제시한 이상, 자신이 설정한 기준 이하의 성과 또는 여론이 '패배'라고 평가할 만한 결과가 나오게 될 경우 안 대표는 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단순히 당 대표직을 유지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선주자로서의 장래성까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51.09%, 국민의당 '창업주'의 성적표

대여(對與)관계와 지방선거 대응이 당 외부를 향한 도전이라면, 내부적인 도전도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51.09%라는 득표율은 국민의당 창업주이자 최대 주주로 평가받는 안 대표가 기뻐할 만한 성적표는 결코 아니다.

안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이언주, 정동영, 천정배 세 분의 후보들이 제시하신 여러 말씀을 잘 새겨 향후 당 운영에 크게 쓰겠다"며 "당원 동지들께서 세 분의 후보에게 보내 주신 지지, 그 의미를 깊이 새겨 당을 혁신해 나가겠다"고 했다.

안 대표와 당권 경쟁을 벌인 세 후보나, 전당대회 초반까지 그의 출마를 반대했던 의원들 다수, 심지어 그의 측근 참모 그룹에서 나온 출마 반대 의견은 모두 그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장본인으로서 바로 당의 전면에 서는 것이 적절하냐는 책임성의 차원이기도 했다.

안 대표 출마에 항의하며 전당대회준비위원장직을 사퇴한 황주홍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 결과가 나온 후 "어쩌겠나? 승복할 것"이라면서도 "아쉽다. 이런 결과가 아니길 기대했다"고 하기도 했다.

이런 당 안팎의 여론은, 지난 4월 4일 대선후보 경선 당시 72.7%를 득표한 그가 5개월 만에 과반을 간신히 넘는 득표율을 올리며 간신히 체면을 지키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51.09%라는 득표율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의 마음까지 모두 헤아려 열심히 딩을 혁신하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고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안철수의 해법은 결국 '정치 개혁?'

당 내에서조차 대선 패배 책임 등을 둘러싸고 자신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상황, 역대 최고 수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문재인 정부 초반기에 야당 대표로서 정권과 각을 세워야 한다는 부담, 이 와중에 1년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숙제까지. '안철수 신임 대표'의 앞날이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다.

상황을 돌파할 묘수는 없을까? 안 대표는 이날 수락 회견에서 "다시 사는 국민의당이 되기 위해 세 가지를 하겠다"며 당 조직 혁신, 인재 영입과 함께 "선거법 개정과 개헌에 당력을 쏟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안 대표는 "다당제 민주주의와 분권은 국민의당이 서 있는 정치적 기반이고 막 싹이 핀 한국 정치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8월 초 한 정치 전문가는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만약 안철수가 대표에 당선된다면 이번 정기국회부터 개헌과 선거구제 개혁을 내세우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일 것"이라며 "(개헌 등을) 성공적으로 의제로 만든다면 지방선거 판에 유동성이 생길 수 있지만, 안 대표가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해낼 기획력과 실행력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던 바 있다.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 주장은, 우선 국민의당 내부적으로 거의 전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당 외부에서도 특히 진보진영에서 찬성 의견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문 대통령이 지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약속한 사안이라 여당과 맞서야 햐는 부담도 덜하면서도 세부적인 개혁의 내용을 놓고는 경쟁을 펼칠 수 있다. 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이 국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낼 경우,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것도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 '새 정치'라는 안 대표의 브랜드와도 통하는 면이 있다.

다만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이슈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치학 이론에 어느 정도 정통해야 한다. 안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축소하자는 주장을 펴 논란을 일으켰고, 이는 이번 대선 TV토론 과정에서도 지적을 받았던 지점이기도 하다. 때문에 안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며 자신이 창당한 당의 당권을 다시 장악한 것은, 그의 수락연설 내용처럼 "정치적 생명"을 다시 '받은' 정도에 불과하다. 그의 정치적 재기를 위한 필요조건 정도가 만족됐다는 뜻이다. 그의 앞날은 이제부터 그가 대표로서 보일 역량에 전적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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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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