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 책상에 앉아 있으면 결정이 달라진다"

후보 떄 "아프간 빠른 철수" 주장하던 트럼프, 입장 바꾼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는 시간이 아니라 '조건'에 달려있다며, 당분간 철군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미군의 추가 파병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버지니아 주 알링턴 포트마이어 기지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해 '새로운 전략'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이 '시간'에 기반한 접근법에서 탈피해, 아프가니스탄 정부 및 파키스탄, 인도 정부 등과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등 전임 대통령들의 접근법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의적인 타임테이블이 아닌, 현지의 조건에 기반해 우리의 전략을 세울 것"이라며 "추가적인 군사적 행동 계획이나 군 파병 인원 수 등을 언급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밝힌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이다. 그는 선거 당시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하루 빨리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전쟁에서 이기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원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려고 했다. 나는 나의 이런 직감을 따라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백악관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으면 결정이 매우 달라진다"면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모든 방향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테러 공격이 있었다"며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신속히 철수하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채워질 공백을 만드는 셈"이라고 언급하며 미군 유지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버지니아 주 알링턴 포트마이어 기지에서 아프가니스탄고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이피>통신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을 약속하며 미국의 이익을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에 놓겠다고 했지만, 그의 국가 안보 보좌관들은 아프가니스탄 군대가 너무 약해서 도움이 없이는 버틸 수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국가의 절반 정도만 통치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말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승리 없는 전쟁에 지쳤"고 이들의 "좌절감"을 잘 알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승리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방송 CNN은 트럼프 정부가 "IS(이슬람 국가)의 흔적을 지우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방송은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범죄자들과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겨냥, 미국 당국의 권한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병력 증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시간에 관계 없이 작전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미군 병력이 증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에이피>통신은 이와 관련 "군 관료들은 여전히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을 증원하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안정시키고 탈레반과 교착상태를 끊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폴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은 트럼프의 결정에 대해 "기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연설이 "용감하게 한 발짝 앞으로 내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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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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