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다다른 유홍준의 '문화 답사'..."서울은 궁궐 도시"

"우리 문화 가치 재조명 필요" 강조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문화유산답사가 드디어 서울까지 이르렀다.

1993년 첫 책 출간 이래 25년째 이어지는 한국의 대표적 스테디셀러 시리즈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10권이자 '서울편' 1, 2권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가 1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가운데, 유 교수는 그간 우리에게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궁궐의 도시'로서 서울을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서울편'은 예판만으로 8000부를 기록해, '답사기'를 향한 세간의 관심이 여전히 뜨거움을 입증했다. 전체 '답사기' 시리즈는 여태 약 380만부가량 판매되었다.

▲1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답사기' 9, 10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창비 제공

유 교수는 간담회 내내 서울의 성곽과 문화유산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교토가 '사찰의 도시', 중국 쑤저우가 '정원의 도시'라면, 서울은 "궁궐이 5개인,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궁궐의 도시'"라며 "그간 우리가 홀대한 왕조의 유산을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에 우리 궁궐에 관한 책이 많은데, 대부분이 지붕 형식이 어떻다는 건물 이야기"라며 "정작 중요한 건 궁궐을 통해 당대 사람들의 인생, 국가 체제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영국 윈저 궁에 가서 궁궐 형식보다 성에 얽힌 이야기에 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느냐"고 반문한 그는 이번 '서울편'에서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고 현장에서 느낀 점과 문화재청장으로 지내며 알게 된 정보를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우리 시각으로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유네스코 등재에 실패한 한양도성을 예로 들며 "우리 국민부터 한양도성의 개념을 잘못 알고 있다"며 "서울 성곽은 전쟁을 대비해서 세워진 게 아니라, 도성의 풍미를 위한 울타리다. 영어로 '포트리스(fortress)'가 아니라 '시티 월(city wall)'인데, 우리부터 포트리스 개념으로 알리니 자연히 성곽으로서 빈약해보이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에서 전쟁은 남한산성, 북한산성과 같은 산성에서 치렀고 내부적으로 내란이 없었기 때문에 (유럽이나 일본처럼) 도심 성에 해자를 파고 성벽을 올릴 이유가 없었다"며 "이 맥락을 이해해야 우리 도성의 가치를 세계에 제대로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묘와 동묘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건 동아시아 외교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문묘는 공자를 모신 사당이고 동묘는 중국 후한말 명장으로 이름을 떨친 관우를 모신 사당이다.

유 교수는 "문묘는 유교국가 이데올로기의 상징으로 기독교 국가의 교회, 불교 국가의 사찰에 맞먹는 문화유산인데, 문묘제례까지 유산으로 남긴 유교 국가는 우리 뿐"이라며 "문화대혁명으로 전통이 단절된 중국이 우리 문묘에서 제례를 배워 베이징올림픽 당시 세계에 선보였다"고 지적했다. 동아시아 기타 국가가 배워가는 아시아 문화사적 가치를 우리가 잘 모르는 답답함을 지적한 대목이다.

이어 "우리가 중국에 가서 우리와 연관된 곳을 찾듯 중국인도 한국에서 자신과 연관된 곳을 찾는데, 대표적 장소가 동관왕묘(동묘)"라며 "동관왕묘가 성공적으로 복원된다면 황학동 벼룩시장과 맞물리는 관광자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25년째 '답사기'를 이어가다 보니 내 나이가 일흔이 됐다"며 '서울편' 3, 4권을 마무리하는 한편 '중국편'도 낼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아마 (외국편을 합쳐) 스무 편은 내지 않겠느냐"며 "여태 국토의 절반 가까이를 책에 담았는데, 아직 못 쓴 곳이 더 많다. '답사기'의 최종 형태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저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한국인의 혼으로 썼지만, 앞으로는 우리의 가치를 세계에 설명하는 글이 '답사기'를 뛰어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에서 언론의 관심은 단연 문재인 대통령 공약 '광화문 대통령' 시대에 맞춰졌다. 유 교수는 문 대통령 공약인 광화문 대통령 공약 기획위원회 총괄위원장을 맡았다.

이에 관해 유 교수는 "이 달 말쯤 정부 발표가 있을 예정인데, 행정부와 기획예산처, 문체부, 국토부, 경호실, 서울시, 문화재청 등이 협력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재청장으로 재임하다 물러나는 계기가 된 숭례문 방화 사건에 관해서는 "실화가 아니라 방화였기에 조금 억울한 면도 있다"며 "문화재청에는 지청이 없어 국보와 보물 관리는 지자체에 위임하는 만큼, 서울시장과 중구청장이 관리책임자"라고 강조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10권(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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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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